[강학중의 가족이야기] 새로운 도전 과제, 헌신!

입력 2016-01-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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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

아내와 ‘히말라야’라는 영화를 보았다. 다소 지루한 장면은 없을까 했는데 눈시울을 적실 만큼 감동적이었다. 등반 도중 조난당한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험지로 떠나는 휴먼원정대의 동료애에 가슴이 뭉클했다.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8750m의 에베레스트 데스존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떠나는 백준호 대원을 보면서는 왈칵 울음이 터졌다. 대장의 명령을 거역하면서까지 죽은 동료를 찾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버리는 행동은 참으로 무모해 보였다. 그러나 그 무모한 동료애가 나의 가슴을 때렸다.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다시 히말라야에 도전하는 동료애에 비하면 요즈음의 가족관계는 너무 계산적이다. 결혼 때부터 조건만 따지고 혼수 문제로 파혼까지 하는 세태는 안타깝다. 이혼을 할까 봐 혼인신고를 미루는 신혼부부, 집을 장만해 주면서도 집 명의를 자식 앞이 아니라 부모 이름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이혼을 하면서도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내세우며 아무도 자녀를 안 맡으려고 하는 요즘 부모는 우리 부모님 세대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아무도 부양하지 않으려고 서로 핑계를 대는가 하면 부모님 돌아가신 다음에는 상속문제로 치고받고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이것이 가족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행복하게 사는 가족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랑과 감사를 수시로 표현하고 대화를 자주 나누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족 공동의 가치관을 가지고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며 서로에게 헌신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 결과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무슨 ‘헌신’까지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보았다. 그러나 우리 부모님 세대는 헌신과 희생, 그 자체였다. 자식들을 위해 안 쓰고 안 입고 못 먹으면서도 자식들에게 해 준 게 없다며 늘 미안해하셨던 분들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독일의 광부로, 중동의 근로자로 그 먼 이국땅에서 피땀 흘려 번 돈을 고국으로 부쳤던 아버지들이었다.

더러는 술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도 있었지만 그 아버지를 두둔하며 남편의 자리를 지켜주었던 어머니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만큼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공부를 포기하고 공장으로 갔던 누이들이 있었다. 동생들은 도회지로 다 떠났지만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평생 농사를 지으며 고향을 지켰던 장남과 맏며느리들이 있었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자식들은 다 떠나도 병든 남편 곁을 끝까지 지키며 간호했던 아내들이 있었다. 요즘은 치매에 걸리거나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평생 보살피는 남편도 본다.

요즘 세상에 가족을 위해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희생하라고 강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헌신이라는 미덕을 우리가 너무 잊고 그 가치마저 폄하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도전이라고 하면 히말라야 16좌 완등이나 올림픽 금메달 획득 같은 것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결심도 얼마나 아름다운 도전인가.

헌신이나 희생이 어렵다면 배려나 친절도 좋다. 따뜻한 눈길이나 다정한 말씨, 온화하고 밝은 얼굴만으로도 가족을 기쁘게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헌신’을 올 한 해 나의 목표로, 우리 부부의 목표로 설정하는 사람이 몇 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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