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글로벌 유가 전쟁 시작됐다

입력 2016-01-20 09:25 수정 2016-01-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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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 “올해 원유 수요 약세” 경고

이란발 유가 전쟁이 시작됐다. 핵 합의 이행으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이 원유 증산과 수출 확대를 선언하고 동시에 내달부터 원유 수출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산유국들이 국제 유가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 유지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가격 인하 경쟁의 방아쇠까지 당긴 셈이다.

이란석유공사 대표 겸 석유부 차관인 로크네딘 자바디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자국의 산유량을 하루 50만 배럴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하루 280만 배럴 수준인 이란 원유 생산량은 총 330만 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란 정부는 연말까지 추가로 100만 배럴을 증산할 계획이다. 증산에 따라 원유 수출량을 하루 100만 배럴에서 150만 배럴로 늘리고 6개월 안에 200만 배럴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자원 부국이다. 이란은 경제 제재로 잃었던 시장 점유율을 다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달부터는 원유 수출 가격도 낮추기로 했다. 19일 이란국영석유회사(NIOC)는 2월부터 수출되는 원유 가격을 북서 유럽지역에는 배럴당 55센트, 지중해 연안 국가에는 배럴당 15센트씩 할인해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이같은 선언은 최근 바닥을 뚫을 기세로 추락하는 유가 동향에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바디 차관은 “우리가 산유량을 늘리지 않으면 이웃나라들이 앞으로 6~12개월간 증산해 우리의 지분을 차지하려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유시장은 이란의 복귀를 달가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하루 100만 배럴의 공급 과잉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96센트(3.3%) 떨어진 배럴당 28.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03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가 이날 유가를 29달러 선 밑으로 끌어내렸다.

원유가 넘쳐나다 보니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원유 생산업체가 저품질 중질유를 팔려면 정유업체에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유회사 플린트힐스 리소시스는 지난 15일 자 노스다코타산 중질유 구매 가격을 배럴당 마이너스(-)0.5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정유회사에 노스다코타산 중질유를 팔려면 배럴당 0.5달러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갤런(3.78ℓ)당 47센트(약 150원) 주유소까지 등장했다. 지난 17일 미시간 주에서 미 전역을 통틀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갤런당 1달러 밑의 주유소가 등장했다고 야후파이낸스는 전했다. 현재 미국 평균 석유 값은 갤런당 1.89달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공급 과잉에 따른 유가의 추가 하락을 경고했다.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는 줄어드는 가운데 이란이 원유 수출을 늘리면 수급 악화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IEA는 올해 비(非)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일일 생산량이 60만 배럴 줄지만, 이란의 공급 확대로 올해 상반기 공급 과잉 규모는 일일 평균 150만 배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글로벌 원유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익사’할 수도 있다”면서“가격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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