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2R 창과 방패①] 롯데, 면세점 수성에 사생결단… ‘세계 1위’의 꿈, 도전장

입력 2015-10-14 17:16 수정 2015-10-1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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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사수 특명·국민 지지 호소… 면세점 수성이 롯데그룹 운명좌우

[편집자 주]연말 종료되는 면세점 사업권을 둘러싼 대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 22일)과 월드타워점(12월 31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11월 16일), 신세계의 부산 조선호텔면세점(12월 15일)이다. 관세청은 지난달 25일 이 곳의 특허신청 접수를 마감하고, 심사를 준비 중이다.

당초 이번 면세점 2차 대전은 기존 사업자가 사업권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롯데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국적 논란까지 일면서 반(反)롯데 정서가 확산돼 면세점 재허가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면세점을 수성하려는 롯데ㆍ신세계ㆍSK네트웍스와 새롭게 도전장을 낸 두산ㆍ형지간의 서로 물고 물어뜯기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연말 면세점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5개 기업의 전략과 약점들을 살펴본다.

“롯데면세점은 앞으로 5년동안 사회공헌 분야에 1500억원을 투자하고,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해 ‘서비스업의 삼성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12일 인천 중구 운서동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상생 2020’ 선포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떨리지만 단호한 어조로 지지를 호소했다.

롯데그룹 총수인 신 회장이 계열사 간담회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직접 나서 지지를 호소할 정도로, 그의 말에는 롯데면세점을 수성(守城)하기 위한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롯데는 면세점 경쟁력이 국내 최고이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되고 있고,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연말 특허권 전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 10월 12일 인천 중구 운서동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상생 2020’ 선포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면세점의 수성 의지를 밝히고 있다.(사진제공=롯데면세점)
▲지난 10월 12일 인천 중구 운서동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상생 2020’ 선포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면세점의 수성 의지를 밝히고 있다.(사진제공=롯데면세점)

◇‘꼭 지켜야 하는’ 롯데… 호텔롯데 상장·순환출자 등 롯데개혁·글로벌 사업 차질 = 서울 시내면세점을 놓고 롯데ㆍ두산ㆍ신세계ㆍSK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롯데는 수성(방패)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가 지켜야할 곳은 연말 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22일)과 월드타워점(12월31일)이다. 서울 시내 2곳의 면세점 중 1곳이라도 다른 곳에 빼앗길 경우 롯데가 입을 타격은 심각하다.

소공점은 지난해 매출이 1조9763억원으로 국내 1위 면세점이다. 서울 시내 6개 면세점의 지난해 총 매출액(4조3502억원)의 45.4%를 차지한다. 월드타워점은 매출액이 6000억원 규모로 소공점에는 못미치지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라는 롯데그룹의 상징성과 향후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내줄 수 없는 곳이다.

단순히 매출 규모를 떠나서, 연말 특허권을 지키지 못하면 신 회장이 직접 나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롯데 개혁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호텔롯데의 매출은 롯데 면세점에서 80%가 넘게 발생한다.

호텔롯데가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 회장이 두 면세점을 잃을 경우 그룹의 지배권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또 호텔롯데 상장, 순환출자 해소 등의 계획도 차질이 발생한다. 이는 나아가 면세점 수성이 롯데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7조원을 들여 올해 말까지 롯데그룹 순환출자의 80%를 해소하고,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호텔롯데를 내년 상반기 중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도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롯데면세점은 세계에서 3위이자 가장 경쟁력을 가진 회사이며, 국민의 지지와 후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신 회장은 “면세점이 간접적으로 고용하는 근로자가 3만명에 달하며, 면세점 사업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좀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면세점 특허 심사에서 고배를 마실 경우 글로벌 면세점을 꿈꾸는 롯데의 원대한 비전도 발목이 잡히게 된다. 롯데면세점은 1980년 1월 소공동 본점에 개점한 이후 현재 전국 7개(본점, 월드타워점, 코엑스점, 부산점, 제주점, 김포공항점, 인천공항점), 해외 4개(괌 공항점, 간사이 공항점, 자카르타 공항점, 자카르타 시내점) 매장과 인터넷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2014년 기준 국내 업계 최초로 매출 4조원을 돌파했으며, 현재 전세계 면세시장 통틀어서도 당당히 3위에 오를 정도로 브랜드 파워도 인정받고 있다. 신 회장의 목표는 세계 1위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사장은 “호텔롯데 법인의 매출과 영업이익의 85% 정도가 롯데면세점에서 나오는데 만약 롯데면세점이 다시 특허를 받지 못하면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이렇게 되면 누가 호텔롯데의 주식을 사려고 하겠는가. (IPO 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쟁자는 없지만… 경영권 분쟁·독과점 논란 = 롯데는 그간 면세업을 해오면서 재입찰에 신경써본 적이 없다. 시장이 평가하는 롯데의 면세점 경쟁력은 국내 1위이며, 국내에서 롯데를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는 없다. 이 같은 자신감은 이홍균 사장의 발언에서도 느낄수 있다. 이 사장은 ‘롯데면세점 상생 2020’ 선포식에서 경쟁기업 중 어디가 가장 위협적이냐는 질문에 “특별한 경쟁자가 없다”며 “롯데는 듀프리나 디에프에스 등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롯데면세점 우리 자신이 경쟁상대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롯데는 오랜 기간 면세사업을 운영해온 장점이 있으나,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나온 ‘친일기업 논란에 따른 반롯데 정서’와 ‘독과점 이슈’라는 두가지 약점이 있다. 이에 따라 ‘사면초가’에 놓인 신 회장의 행보도 예전과 다르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면세점 입찰 국면에서 다시 경영권 분쟁의 불을 지핀 것도 직접 진화해야 한다. 신 전 부회장은 14일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 광윤사를 장악함으로써, 그룹 경영권 탈환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롯데그룹 측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신 전 부회장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특히 총점 1000점인 관세청의 면세점 재입찰 선정 평가 점수 가운데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이 가장 큰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소송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또 롯데는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 시장에서 롯데의 시장점유율은 60.5%에 달한다.

▲롯데면세점 본점 외관.(사진제공=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 본점 외관.(사진제공=롯데면세점)

◇롯데의 방패 카드 “사회공헌에 1500억 푼다”= 면세점 수성에 사활을 건 롯데는 예전보다 큰 사회공헌 보따리를 펼쳤다. 2020년까지 총 1500억원을 지출한다.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 상생 2020’ 선포식에서 직접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상생 2020은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 취약 계층 자립 지원, 관광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 네 가지 핵심 추진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 같은 과제의 실천 방안으로 중소파트너사 동반성장펀드 조성, 중소브랜드 매장면적 확대, 인큐베이팅관 도입, 취약계층 자립지원 등을 내놨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5년간 총 1500억 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상생 2020에는 동반성장펀드를 비롯한 중소·중견기업과 지역 중소상인들이 롯데면세점에서 안정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수 포함시켰다. 롯데면세점은 총 200억 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우수 협력사들의 성장을 돕는 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중소브랜드 매장 면적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중소기업 매장 면적을 현재 각각 1505㎡,1318㎡에서 내년 12월까지 2805㎡, 2975㎡로 넓히기로 했다.

중소브랜드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상생 모델인 ‘인큐베이팅관’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가능성 있는 중소브랜드를 발굴해 면세점 판매는 물론 홍보지원 등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육성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전담조직인 '동반성장팀'을 올해 안에 신설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이 같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지원, 국내 중소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3600억원 규모인 본점 및 월드타워점 내 중소브랜드 매출을 2020년에는 4배 가까운 1조3500억원 규모로 늘리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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