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힘든 임금협상 매년 해야 하나?

입력 2015-10-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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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국가졍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금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도 어렵게 되었다. 최근 IMF는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3.1%에서 2.7%로 낮추었다. 금년의 낮은 경제성장률은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이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제경쟁력이 약해진 이유로 항상 지적되는 것이 노동시장의 비효율성과 불안정한 노사 협력이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조사 대상 140개국 중 26위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효율성은 83위, 노사 협력은 132위이다. 실제로 매년 노사협상 시기만 되면 수개월간 몸살을 앓는 기업이 많다. 예컨대 현대중공업의 경우 수조원의 적자가 발생하였음에도 노조에서 임금 인상 요구를 하여 진통을 겪고 있다.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불안정한 노사관계는 임금 비용을 높여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을 촉진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2002년 이후 최근까지 인건비가 50% 증가하여 GM의 전 세계 공장 중 인건비 상승이 가장 높다고 한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2002년 국내생산이 95%이고 해외생산이 5%였는데 2014년에는 해외생산이 55%이고 국내생산은 45%로 줄어들었다.

그러면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이룩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대안 중의 하나는 갈등을 증폭시키는 노사관계 협상 빈도를 줄이는 것이다. 특히 임금 협상 빈도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에 의하면 매 2년 이내에 단체협약을 맺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는 90% 이상의 사업장에서 매년 임금 협상을 하고 있다.

임금 협상은 다른 근로조건에 관한 협상보다 더 어렵다. 임금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생계가 걸려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비용 요소이다. 협상을 하게 되면 노조는 당연히 많은 새로운 요구를 하게 될 것이다. 노조는 요구 사항이 관철되기를 기대하여 강하게 투쟁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노조 안에 강경파와 온건파가 경쟁하는 경우 갈등은 더 심해진다. 임금 협상이 종결되기까지 노사 간 신경전 등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이런 힘든 협상을 매년 해야 할 것인가? 근로자 입장에서는 매년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매년 임금 협상으로 경영진이 상당 기간 경영에 전념하지 못하고 근로자들도 각종 집회 등으로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면 그 회사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매년 임금 협상을 하지 않는다. GM자동차의 경우 전 세계 26개 공장이 있는데 임금 협상을 매년 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임금 협상을 2~3년에 한 번씩 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이럴 경우에도 임금을 2~3년 만에 조정하는 것은 아니고 현재와 같이 매년 조정한다. 다만 임금 협상이 없는 해에는 노사 간에 합의된 룰에 따라 임금을 조정한다. 예컨대 2015년에 임금 협상을 하고 다음 협상은 2017년에 할 경우 2016년 임금 인상은 별도의 협상 없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사전에 노사 간에 합의 전제)만큼 인상한다.

임금 협상 시 기초가 되는 임금 결정 논리는 해마다 크게 바뀔 이유가 없을 것이다. 손자병법에 의하면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려면 국민의식과 함께 사회 시스템이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노사관계 시스템도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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