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공권력을 바라보는 곱지않은 시선

입력 2015-10-13 10:3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준형 뉴미디어부 차장

지난해 7월 온 나라가 세월호 참사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무렵, 또 다른 관심은 구원파 그리고 금수원에 쏠려 있었다. 경찰은 그때까지만 해도 도주 중인 것으로 파악한 유병언을 포함, 관련 혐의자 검거를 위해 금수원을 둘러쌌다.

그럼에도 진입을 망설였다. “종교단체가 모인 곳”이라는 게 이유였다. 경찰은 여러 날을 머뭇거리며 금수원, 그리고 구원파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못 잡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역정을 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금수원 진입 명령이었다.

수사본부는 그 와중에도 금수원 측과 진입 시점에 대한 사전 협의(?)에 나서기도 했다.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렇게 힘들게 금수원에 들어섰지만 경찰은 수배 중이던 핵심 인물의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경찰이 금수원 정문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이들은 유유자적 금수원을 빠져나갔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경남 밀양의 송전탑 반대 농성장도 철거됐다. 대규모 철거원들과 경찰 병력이 당시 농성장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농성장을 지키던 70~80대 노인들을 둘러쌌다. 농성장을 지켰던 이들은 금수원이나 구원파만큼 조직력을 갖추지 못했다. 조직적으로 수억원의 돈을 모아 “진상 규명에 사용하겠다”는 금수원과 달리 평범한 촌로들이었다.

당시 송전탑 농성장을 지켰던 노인들 사이사이에 천주교 수녀들이 무릎을 꿇었다. 수녀들은 농성장에 모여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철거원들과 경찰이 농성장에 진입하자 이들은 팔짱을 끼고 인간 사슬을 만들어 노인들을 보호했다.

그러나 이날 밀양에서 보여준 공권력은 금수원 앞과 달랐다. 철거원 뒤에 서 있던 경찰은 주민의 저항이 시작되자 이들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밀양 농성장 노인들과 수녀들을 거침없이 끌어냈던 경찰의 상당수는 지난해와 올해 표창장을 받고 특별 승진의 혜택을 누렸다. 국회 안행위 임수경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경남지방경찰청에서 집회시위 대처 관련 표창자 가운데 64.6%가 이 송전탑 철거를 주도한 이들이었다.

뿐만 아니다.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사건과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장이나 법정에서 증언을 한 경찰 중 절반 이상이 특별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관은 직무의 특성상 공공의 권리를 집행하는 힘이다. 상명하복이 뚜렷하고 위계질서가 강하다. 명령에 따라 움직인 이들은 임무수행에 따른 성과를 조직에서 보상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밀양 농성장 철거 당시, 여경들은 농성장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기념 촬영까지 했다. 이런 모습이 온라인에 확산되자 공분은 더욱 커졌다. 나아가 이들을 지휘한 경찰 간부들이 특진까지 누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조직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이 시선을 어떻게 거둬낼지 지켜볼 일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오늘(20일)부터 병원·약국 갈 때 신분증 필수…"사진으로 찍은 신분증은 안 돼"
  • "죄송합니다" 콘서트 끝나자 음주운전 시인한 김호중…팬들 반응은?
  • 금리 인하 기대감에 쑥쑥 오른 비트코인…이번 주 이더리움 ETF 승인 여부에 촉각 [Bit코인]
  • “높은 취업률 이유 있네”…조선 인재 육성 산실 ‘현대공업고등학교’ 가보니 [유비무환 K-조선]
  • 오늘은 '성년의 날'…올해 해당 나이는?
  • 대기업 대출 폭증한 시중은행…중기 기술신용대출은 ‘뚝↓’
  • [날씨] '일교차 주의' 전국 맑고 더워…서울·수도권 '출근길 비 소식'
  • 다꾸? 이젠 백꾸·신꾸까지…유행 넘어선 '꾸밈의 미학' [솔드아웃]
  • 오늘의 상승종목

  • 05.20 12:42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325,000
    • -0.9%
    • 이더리움
    • 4,276,000
    • -1.5%
    • 비트코인 캐시
    • 668,000
    • -2.48%
    • 리플
    • 711
    • -1.8%
    • 솔라나
    • 239,000
    • -1.16%
    • 에이다
    • 653
    • -2.25%
    • 이오스
    • 1,093
    • -3.36%
    • 트론
    • 169
    • +0%
    • 스텔라루멘
    • 146
    • -2.67%
    • 비트코인에스브이
    • 90,000
    • -3.33%
    • 체인링크
    • 23,350
    • +2.73%
    • 샌드박스
    • 597
    • -4.0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