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칼럼] 창조적 기술사업화가 시급하다

입력 2015-10-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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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2014년 대한민국의 연간 R&D 투자액은 630억 달러(약 73조1745억 원)로 절대 금액으로 세계 5위이고 GDP 대비 이스라엘에 이어 2위다. 국가 R&D는 18조 원을 넘어 GDP 대비 세계 1위가 되었다. 즉 우리는 적어도 연구개발 투입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논문과 특허라는 지식 창출 분야에서는 세계 3위인 반면 사업화라는 지식 효과 분야에서는 세계 43위라는 초라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세계 지식재산권 기구의 글로벌 혁신지수). 즉 엄청난 투입 규모에 비하여 기술사업화 성과는 대단히 부진하다는 것이 우리 과학기술의 불편한 진실이다. 낮은 R&D 효율성을 제고할 연구 개발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급한 이유다.

문제의 원인은 바로 추격 경제 시대의 물량 위주의 기술 개발 정책이다. 창조경제에서의 기술 개발의 목표는 양에서 질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의 기술 이전율은 27%로 미국의 34%에 근접하나, 건당 기술료는 미국의 10% 미만이다. 국내 대학의 기술이전 수입은 미국의 5%에 불과하다. 기술료 수입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즉 우리의 문제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인 것이다.

그 원인은 바로 연구 성공률이 90%가 넘는 성공 위주의 평가 정책이다. 성공하지 못하면 연구 책임자가 퇴출되는 구조에서 불확실한 미래 지향적 연구는 기대하기 어렵다.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추격형 연구에서는 실패는 용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실패를 내포하는 창조형 연구로 전환해야 한다. 실패는 나쁜 것이 아니라 혁신으로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의 프레임하에서만 진정 창조적인 기술이 등장할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 기술을 사전에 명확한 목표 사양을 만들고 이를 기준으로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과거 추격형 연구의 사고다. 반면 불확실한 연구 목표를 경쟁을 통한 중복 연구와 반복 연구로 수렴해 가자는 것이 창조형 연구의 생각이다. 예산당국에서는 과거 패러다임을 과감히 탈피해 경쟁과 반복 연구의 예산을 할당해야 할 것이다. 미 국방성의 다르파(Darpa)는 ‘미래 기술을 현재로’라는 목표로 경쟁과 중복을 통하여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왔다. 그리고 프로젝트 매니저(PM)에게는 가상 CEO라는 전폭적인 권한을 부여했다. 그들은 예상외 성과가 있다면 당초 목표를 수정할 권한도 있다. 민간인으로 한시적 계약직이나 목표 달성에 광적으로 열성적인 PM들은 과제 종료 후 사업화 역량을 인정받아 창업, 혹은 민간 복귀를 한다.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통하여 혁신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창조형 연구는 사전 통제라는 관료주의 사상이 아니라 자율 경쟁이라는 기업가적 사상하에 꽃피운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 과제 연구는 과도한 통제하에서 즐거움을 잃어 버리고 있다. 도덕적 해이를 사전 예방하기 위하여 연구 관리 체제는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심지어 회식 장소가 반경 4km 내인가를 영수증으로 검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도한 통제는 추격형 연구에서는 작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창조는 즐거움(Fun)에서 나온다는 진실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관료주의는 실패하지 않게 할 수는 있으나, 창조적 성공을 만들 수는 없다. 연구원들은 통제당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창조성을 잃게 된다.

그렇다면 ‘연구비 유용 등 도덕적 해이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일류 국가는 사전 통제를 줄이는 대신 사후 징벌을 강화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한다. 사전 통제는 도덕적 해이와 함께 창조성을 위축시킨다. 사후 징벌은 KTX표 검사와 같이 신뢰를 깨는 행위만 골라 추가 징벌을 하는 것이다. 즉 도전적 좋은 실패는 지원하고 도덕성이 결여된 나쁜 실패는 더욱 더 응징하자는 것이다.

이제는 창조형 기술사업화 패러다임으로 일대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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