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노동개혁 어떻게 하나

입력 2015-09-11 11:13 수정 2015-10-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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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서울대 겸임교수, 전 고려대 총장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호소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청년 일자리를 위해 정규직이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노동시장이 정상이 아니다. 기업들이 고용창출 능력을 잃어 일자리 공급이 줄고 있다. 동시에 근로자들 간의 양극화가 심화하여 사회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불안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실시한 구조조정에서 비롯했다.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대기업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자 경제력 집중, 성장잠재력 하락, 고용창출능력 상실 등 3대 부작용이 나타났다. 여기에 노동조합 운동이 대기업의 정규직 중심으로 전개되어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했다.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는 고임금, 정년보장, 안전근로 등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으나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저임금, 수시해고, 산재위험 등의 고통을 집중적으로 받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아예 취업을 못하는 실업자들은 결혼과 출산까지 포기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불공정 거래를 차단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수직적인 갑을관계이다. 따라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저임금 노동을 이윤 추구에 이용하는 구조가 고착화했다. 근본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 갑을관계를 수평적 상생관계로 고쳐 공정거래를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투명한 전문경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 또 다른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강제해야 한다. 차별대우를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부당성을 제기할 경우 곧바로 해고의 위험이 따른다. 기업주의 전횡을 제재하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간제 근무를 정규직을 제도화하여 원칙적으로 비정규직을 없애고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고용을 늘리기 위해 임금피크제의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자 연봉은 신규로 취업한 신입사원 연봉의 3.1배에 달한다. 장기근속자 1명 대신 3명 이상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독일 1.9배, 프랑스 1.4배, 일본 2.4배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임금의 상한선을 두고 임금구조를 유연화하여 경제의 신규 고용창출 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도 단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013년 기준 2071시간으로 OECD 평균 1671시간에 비해 400시간이나 많다. OECD 수준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400만 개의 일자리가 증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노동개혁은 계층 간에 소득을 재분배하는 제로섬 게임의 특성을 갖는다. 우리나라의 노동개혁은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고용유발계수가 낮아져 제로섬을 넘어 마이너스섬 게임의 성격을 띤다. 따라서 구성원 간 갈등이 크고 개혁이 어렵다. 2000년 대비 2015년 잠재성장률은 4.6%에서 3.6%로, 고용유발계수는 25.5명에서 13.2명으로 떨어졌다. 이런 견지에서 신산업 발굴, 중소기업 발전, 일자리 만들기, 출산율 제고 등을 근본적인 경제살리기 대책으로 내놓아 노동개혁을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이득이 되는 플러스섬 게임으로 추진해야 한다.

노동개혁에 대해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여당은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여 임금피크제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서둘러 시급한 청년실업부터 해소하자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정부와 여당의 노동개혁은 경제위기의 고통을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노동개혁의 전제조건으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일자리 창출, 임금인상 등에 쓰는 등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요한 사실은 여당과 야당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 개혁을 놓고 여야가 싸울 것이 아니라 상호 주장을 인정하고 종합방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이러한 정치권의 협력하에 공식기구인 노사정위원회가 노동개혁 논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타협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언제든지 노사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하여 국민의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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