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기업을 망치는 유혹 ‘담합’

입력 2015-09-07 10:3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조남호 산업국 산업2팀장

최근 일부 정유사들이 경유값을 담합해 소비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벌금형에 처해졌다는 뉴스가 있었다. 소식을 접하고 드는 생각은 ‘또 담합이야’ 정도이다.

그렇다. 요즘 경제와 사회분야 뉴스를 보노라면 하루가 멀다하고 담합 적발에 과징금 부과라는 내용을 접하게 된다.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에 금리 담합, 보험금 담합 등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담합(카르텔), 순 우리말로 짬짜미는 기업(사업자) 간에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이나 생산수량, 거래 조건, 거래 상대방, 판매 지역 등 경쟁을 제한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담합에는 ‘명시적 담합’과 ‘암묵적 담합’이 있다. 명시적 담합은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만나서 가격을 설정한다. 후자는 업계 선도 기업이 가격을 시장에 공시하면 후발 기업들이 그 가격에 맞춰 가격을 설정하는 것을 말한다. 암묵적 담합은 명시적 담합과 달리 담합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아 규제하기 어렵다.

담합이 ‘보이지 않는 손’을 무력화시킬 정도로 시장경제에 암적인 존재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담합이 이뤄지면 복수가 아닌 단수의 생산·판매자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독점 현상이 나타난다.

담합 당사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달콤한 거래일 수밖에 없다. 과거 국내 다수 석유화학 업체들이 11년간 가격을 담합했는데, 담합 전에는 대부분 영업이익이 적자였다가 담합 후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기업들이 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담합을 시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높이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지 않아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도 이뤄지지 않아 결국은 세금이 낭비된다. 단순히 소비자에게만 피해가 미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 전반에 담합의 폐해를 전가하는 셈이다.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소리 없이 엄청난 돈을 훔쳐가는 큰 도둑질이다.

이에 미국 법원은 담합 행위가 인정된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반도체 간부들에게 벌금형이 아닌 실형이라는 무거운 벌을 내린 바 있다. 여기에는 담합이 단순한 경제범죄가 아니라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국기 문란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도 담합을 저지른 사업자에게 담합기간 동안 연 매출액의 10%라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은밀히 진행되는 담합의 특성상 적발의 어려움을 들어 리니언시(Leniency·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두고 있다.

이 제도는 담합 사실을 제일 먼저 제보한 업체에 과징금 전액을, 그 다음 제보 업체는 50%를 면제해 준다. 다만 담합을 주도한 사업자가 막대한 이익을 얻은 후 자진신고를 통한 감면 혜택으로 하위업체들만 처벌을 받거나, 재벌 기업들이 돌아가며 신고함으로써 과징금 부과를 피하는 재벌 처벌 면제를 위한 특혜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있다.

담합이 근절되려면 담합 적발 시 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확고한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기업들은 담합이 망국으로 가는 길임을 명심해 정정당당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정부 역시 미흡한 담합 근절 대책을 손보는 한편, 담합을 조장할 수 있는 단통법이나 도서정가제와 같은 과도한 시장개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성심당 대전역점’이 없어진다고?…빵 사던 환승객들 ‘절망’ [해시태그]
  • 경찰, 김호중 방문한 고급 유흥주점 새벽 압수수색
  • 다꾸? 이젠 백꾸·신꾸까지…유행 넘어선 '꾸밈의 미학' [솔드아웃]
  • "깜빡했어요" 안 통한다…20일부터 병원·약국 갈 땐 '이것' 꼭 챙겨야 [이슈크래커]
  • 부동산PF 구조조정 시계 빨라진다…신평사 3사 "정부 대책 정상화 기여"
  • "전쟁 터진 수준" 1도 오를 때마다 GDP 12% 증발
  • 유니클로 가방은 어떻게 ‘밀레니얼 버킨백’으로 급부상했나
  • AI 챗봇과 연애한다...“가끔 인공지능이란 사실도 잊어”
  • 오늘의 상승종목

  • 05.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702,000
    • +0.33%
    • 이더리움
    • 4,319,000
    • +1.05%
    • 비트코인 캐시
    • 662,000
    • +2.24%
    • 리플
    • 723
    • -0.41%
    • 솔라나
    • 239,700
    • +2.96%
    • 에이다
    • 666
    • +0%
    • 이오스
    • 1,129
    • -0.44%
    • 트론
    • 172
    • -0.58%
    • 스텔라루멘
    • 150
    • -0.66%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900
    • +2.97%
    • 체인링크
    • 22,720
    • +2.67%
    • 샌드박스
    • 617
    • +0%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