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편승 재벌가 '투기광풍' 평창…'강호동만 팔았다'

입력 2015-09-0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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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에 불어닥친 투기 광풍을 질타하는 비판여론이 들끓었음에도 재벌가를 비롯한 부유층은 계속 땅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인 강호동씨를 비롯한 소수 유명 스포츠인과 연예인은 따가운 시선 탓에 땅을 처분했다. 일부 유력 인사는 평창의 알짜 땅을 올해 추가로 사기도 했다.

2일 재벌닷컴이 조사한 정·재계 인사들의 평창 토지 보유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31일 현재 롯데와 GS 등 대기업 총수와 대주주 일가족 등 25명이 보유한 토지는 24만 3천408㎡다.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와 횡계리 일대 임야와 전답 등이다.

이들이 사들인 땅은 평창에서 시세가 매우 높은 알짜다.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용평리조트와 알펜시아리조트가 자리 잡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토지 매입 시기는 강원도가 두 번째 올림픽 도전에 나서면서 땅값이 폭등하던 2005년과 2006년에 집중됐다. 그 이후 10년 동안 평창에 투기 광풍이 불었다.

부와 권력을 누리는 유력 인사들이 개발 호재에 편승해 부를 재창출하려는 고질적인 병폐가 재현된 것이다.

막대한 자본과 영향력을 지닌 부유층 등이 땅을 대거 사들인 것은 부동산 임대 수입과 매매 차익을 통한 불로소득을 노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우 전 케이디파워 회장은 2006년 매입한 용산리 땅(3만 9천106㎡)을 지난해 처분했을 뿐 나머지는 평창의 노른자위 땅에서 요지부동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일가족은 알펜시아리조트 인근 용산리의 땅을 2005년과 2006년에 사들여 여전히 보유한다.

신 이사장이 2006년 임야 6천248㎡를, 신 사장의 장녀인 장선윤 롯데호텔 해외사업 개발담당 상무와 장남 장재영씨가 신 이사장의 땅과 인접한 임야와 전답 8천560㎡를 구입했다. 이들 가족이 매입한 땅은 총 1만 4천808㎡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도 용산리 소재 전답 4만 8천200㎡, 임야 2만 3천500㎡, 대지 340㎡ 등 7만 2천여㎡의 땅을 2005년과 2009년에 매입한 후 처분하지 않았다.

허세홍 부사장이 산 땅은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이후 리조트 등 숙박시설 건설이 한창인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알펜시아리조트로 연결되는 국도변에 있다.

그는 박신광 한독모터스 회장의 아들 박재형씨와 공동으로 땅을 사들였다. 한독모터스는 고가 외제차인 BMW 차종의 국내 공식 딜러사다.

기업 최고경영자 출신과 그 가족의 막대한 돈도 동계올림픽 유치전이 시작된 이후 노른자위 땅으로 알려진 횡계리와 용산리로 흘러들어 여태껏 머물렀다.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도 평창 부동산에 뛰어들었다. 신건 전 법무차관의 부인인 한수희씨는 2003년 용산리 소재 2만 3천629㎡의 땅을 사들였다. 조방래 전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의 아들인 조현준씨는 2010년 용산리 땅 5천470㎡를 매입했다. 두 사람의 보유는 지금까지 이어졌다.

일부 재계 인사는 최근에 평창 땅을 추가로 사들인 사실까지 파악됐다.

최연옥 씨인터내셔널 대표이사는 2006년에 이어 올해 용산리 땅을 사들여 현재 보유 부지는 1만 9천632㎡다.

농지를 사들여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들은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꾼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대중 반응에 민감한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유력 인사들과 대조를 이뤘다. 평창 땅 보유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해와 올해 땅을 대부분 매각했다.

탈세 의혹으로 연예계를 잠정 은퇴했던 방송인 강호동씨는 2012년 2월 투기 논란을 일으킨 자신의 평창 땅 전부를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고서 사죄했다.

마라톤 선수 이봉주, 전 축구 국가대표 문지기 이운재 등도 평창 땅을 처분했다.

강호동씨는 "지인의 권유로 장기 투자 목적으로 땅을 샀지만, 논란이 될 수 있는 땅을 산 것 자체만으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그 부분에 무지했다"고 사죄했다.

지난해 평창 땅을 매각한 이운재씨는 3일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재벌가가 대주주인 기업 측은 개인 차원에서 구입한 땅이라 자세한 배경은 알지 못한다며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하거나 땅 투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토지를 구매한 것이어서 그룹에서는 그 배경을 잘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GS칼텍스 관계자 역시 "허세홍 부사장이 보유한 평창 땅은 향후 수목원이나 화훼농장을 조성할 목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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