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채권단의 그리스 개혁안 놓고 실현 가능성 논란...크루그먼 “미쳤다는 생각 밖에 안들어”

입력 2015-07-13 15:17 수정 2015-07-1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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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을 둘러싼 국제 채권단과 그리스 간 협상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이 그리스에 주문한 강도높은 경제 개혁안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예고도 없이 채권단의 긴축안 수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등 돌발 행동으로 국제 사회를 당황시켰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태도를 180도 바꿔 국제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일 뜻을 적극 밝히는 한편 주요 채권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가 지난 9일 제출한 새 경제개혁안을 놓고 이견차는 있지만 결론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평가다.

유로존 19개국 정상들은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을 협의했다. 앞서 11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으나 9시간의 마라톤 회의에도 불구하고 결론이 나지 않아 최종 결정은 12일 오후 4시부터 열리는 유로존 정상회의로 넘겼다.

회의는 시작 후 14시간이 지난 13일 새벽까지도 진행됐다. 회의에서 정상들은 그리스 정부에 반긴축 주장을 굽히거나 아니면 유로존을 이탈하거나 양자택일 결단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로존 정상들은 3년간 최대 820억 유로 이상을 지원하는 대가로 그리스 측에 재정 개혁을 15일까지 입법화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는 치프라스 정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엄격한 조건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각국 유로존 정상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긴축을 강하게 거부해온 그리스가 재정 파탄을 피하기 위해 이를 받아들일 지 여부가 관건이다. 그리스는 현재 자금이 바닥나고, 은행 영업중단은 2주간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한이었던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채무는 불이행했고, 2차 구제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기한도 같은날 만료됐다. 현재 치프라스 총리는 그야말로 막다른 골목 신세다.

치프라스 총리는 울며겨자먹기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만 국민들은 사정이 다르다. 2010년 재정위기 이후부터 줄곧 허리띠를 졸라메왔는데 그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긴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는 치프라스 총리의 정치 기반도 흔들 수 있다. 그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의원 149명 중 17명 만이 개혁안에 찬성했다.

유로존 정상들의 요구대로라면 그리스는 부가가치세율 인상과 연금 지출 삭감 등 주요 재정 개혁 관련 법안을 15일까지 그리스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독일 등은 공기업의 민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의 실질적 관리 하에 있는 펀드에 그리스의 국유자산을 이관하도록 주장하고 있다.

치프라스 정권에 불신감이 큰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EU 측이 요구하는 조건에 그리스가 응하지 않을 경우 5년간 그리스를 이탈해야 한다고 적은 문서를 배부해 그리스를 견제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처럼 독일 핀란드 등이 그리스 지원에 강경한 조건을 내거는 것은 그리스 지원을 위해선 자국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국의 혈세에서 지원금을 분담해야 하는 만큼 유권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유로존이 제시한 구제금융 지원 조건에 대해 실현 가능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리스 국내에서는 물론 전문가들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협상안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리스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이라 할지라도 채권단 측 담당자가 그리스를 다시 방문할 때 관련 법안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한 점이다.

이에 대해 파모스 카메노스 그리스 국방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그들이 우리를 파멸시키려 하고 있다. 이제 그만좀 해라”는 트윗을 남겼다. 한 그리스 당국자 1명은 블룸버그에 “치프라스 정권과 국민에게 이 협상안은 매우 불리한 것”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자신의 블로그에 “유로그룹의 요구 목록은 미쳤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며 “이 유럽 프로젝트가 본래 목표로 하고 있었던 것에 대한 무서운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은 그리스가 최대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자산 매각을 위해 룩셈부르크에 설립된 독립적인 기관에 이들 자산을 이관하는 것 등도 요구하고 있다.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그리스 의회가 내일 이후 법 개정과 구조 개혁 실행에 진지한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며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최종적인 해결 비용은 증가할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리스가 이같은 유로존의 요구를 충족할 경우 유로존 재정 위기국을 지원하는 기금인 ‘유럽안정화기구(ESM)’ 등을 활용해 820억 유로 이상을 지원한다. 다만 각국의 의회 절차가 필요한 만큼 ESM의 발동은 일러도 7월말이 된다. 이 때문에 20일에 기한을 맞는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자금 상환을 위해 소액의 브릿지론을 하는 것도 정상회의에서 논의됐다. 그리스가 요구한 채무탕감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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