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적당히 해선 세계 최고 못 된다

입력 2015-06-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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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회장

‘181, 31, 2931, 12203, 81’.

1에서 시작해서 지난주까지 한 달여 사이에 불어난 가슴 아프고도 안타까운 숫자들이다. 앞에서부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사망자·격리자·해제자·퇴원자 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앞의 두 숫자가 불어나는 속도가 많이 줄어든 반면, 뒤의 두 숫자가 현저하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어서 이 사태가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메르스같이 바깥에서 들어오는 또 다른 국제적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점은 적당히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무장해 제대로 극복하는 데에 있다. 언제 들이닥칠지도 모르는데 미리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해두기란 쉽지 않다. 그건 경제적 측면과도 떼어 놓을 수 없는 문제이기에 우리나라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그런 시설들이 방역망의 구멍이 돼 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실험동물 자원이라는 것이 한 국가의 바이오의약산업에 매우 중요한 기반임을 잘 알고 있기에, 기왕에 하는 것이면 똑바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늘 생각한다. 그 결과가 바로 가평센터다. 이곳에서는 실험동물 다국적 기업인 찰스리버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실험동물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가평센터는 세계에서도 가장 깐깐하게 운영되는 곳이다. 유전적·미생물적 그리고 환경적 오염이 지난 16년간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가평센터 직원들은 평소 자기가 근무하는 구역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경우 중립지역에서 3일을 보내야 한다. 외부 연구시설을 방문해 감염 등이 우려될 경우엔 최소 보름에서 두 달간 격리된다. 그렇게 실험동물들은 철저히 보호된다.

특히 요즘처럼 무더운 계절이면 집단 식중독 등으로 관리나 운영의 공백이 생길 수 있는데, 센터 직원들은 집에서 도시락을 싸 온다. 자기 집 밥을 먹고 탈이 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혹 음식에 이상이 있어 탈이 생기더라도 한 사람에 국한된다. 이렇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이라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최상이다. 물론 식대는 지급된다.

또 실험동물들은 차단된 배리어 시설 내에서 키우는데, 심지어 센터 내로 들어올 때 걸러진 공기가 내부에서 정체되거나 와류가 생기지 않도록 내부구조가 설계돼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까지 애초에 철저히 계산돼 설계된 것이다. 분진이나 바이러스 같은 오염원이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올 수 없고, 혹시 내부 동물에서 발생한 문제도 밖으로 절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우리에게 ‘비용도 많이 드는데 너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세계 최고의 실험동물생산센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시설만 최첨단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생물보안을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운영 노하우를 지니고 있어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너무도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전 국민의 보건과 건강 문제 그리고 실험동물센터 운영 같은 데에는 ‘적당히’가 있어서는 안 된다. 영화 ‘위플래쉬’의 대머리 폭군 선생 플레처가 한 말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를 기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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