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엘리엇 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입력 2015-06-2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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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호 산업국 산업2팀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건 헤지펀드 엘리엇 사태로 재계와 증시가 시끌시끌하다. 재계·증시를 넘어 국민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엘리엇의 주장에 반재벌 정서가 더해져 이번 기회에 재벌의 전횡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쪽과, 투기자본의 놀음에 휘둘리다 결국 국부 유출로 끝맺음하리란 시각이다.

엘리엇은 표면적으로 합병비율의 불합리함과 주주 권익 옹호를 이유로 들면서 합병 반대를 선언했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을 공격했던 여타 헤지펀드가 내세웠던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끝은 어떠했던가. 2003년 모나코 국적의 뉴질랜드계 자산운용사 소버린은 SK㈜ 지분을 확보하면서 경영권을 위협했고, 2년 4개월 만에 주식을 처분하면서 8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 이뿐인가. 2006년 칼 아이칸은 KT&G를 겨냥해 지분을 사들였고 자회사 매각 등 경영권을 압박하다 150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갔다. 먹튀였다.

엘리엇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소버린, 칼 아이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엘리엇의 화려한 전력 탓이다.

엘리엇은 기업사냥에 그치지 않고 기아 문제를 해결할 원조금 지급까지 중단하며 이익을 내세우는 무자비함을 보였다. 엘리엇은 주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를 노리며, 국제기구 등에서 보내는 원조마저 채무를 갚는 데 먼저 사용하라고 할 정도로 뻔뻔했다. 또 채무 위기를 겪었던 남미의 아르헨티나, 페루 국채를 사들여 해당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거액을 챙기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 엘리엇 사태가 삼성에 국한되지 않으리란 우려다. 과거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을 받은 전례가 있는 만큼 앞으로 추가 공습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우리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도 한몫을 한다. 전경련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가운데 경영진의 우호지분이 15% 이하인 기업은 100여 곳에 달한다. 30대그룹에 속한 상장 계열사 25곳의 지배구조가 취약해 제2의 삼성물산이 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재계와 학계 등에서 외국 투기자본의 무차별 공세를 막기 위한 체제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자사주 매각 외에는 기업이 대응할 만한 조치가 거의 없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 자본시장은 이미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 황금주와 같은 경영권 보호 장치를 도입했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매수자를 제외한 모든 주주가 할인된 가격으로 신주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010년 도입이 검토됐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무산됐다. 차등의결권은 주식마다 의결권을 달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며, 황금주는 보유 주식의 수량·비율에 관계없이 기업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제도 개선 이외에도 재벌 총수의 전횡 등 한국적 경영의 폐해나, 위에서 언급한 취약한 지배구조의 개선 등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 투기자본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까닭이다. 과거의 관행을 뜯어고치고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기업이 먼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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