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주진형] “문제 많은 금융실명제” 당국·업계에 거침없는 발언

입력 2015-05-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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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확인’ 위법이라고 해1년간 업무 멈춰… 기초적 문제 해결 안되는데 핀테크 얘기만

파격적인 경영실험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주진형 한화증권 대표는 금융당국을 향해서도 본인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자산운용사에 대해 자본금 규제를 두고 ‘코미디’라고 지적하는가 하면 “금융실명제 제도 하에서 기초적인 문제도 해결이 안됐는데 핀테크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핀테크 육성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당국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핀테크? 금융실명제 문제 해결이 먼저” = 지난 2월 금융당국과 금융협회, 금융회사의 수장 108인이 모인 금융권 대토론회에서 주 대표는 금융당국의 감독관행과 핀테크 육성에 대한 날선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한국은 금융실명제와 차명금지제가 있는 독특한 나라”라며 “금융 시너지를 내는데 가장 큰 난관이 금융실명제로 실명을 확인하는 과정이 위법이라고 해서 모든 업무가 1년 동안 멈췄던 적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금융실명제 하에서 기초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핀테크 얘기를 하고 있다”며 “기초가 안 되는 상태에서 핀테크 하자고 해봤자 어디선가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에 대해서도 주 대표는 “기초자산에는 양도소득세를 매기지 않으면서 이를 조합한 파생상품에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자는 것은 파생상품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경쟁력 회복 및 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 방향’ 토론회에 참석해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는 거래량의 문제가 아닌 자본시장에 관한 전체적인 세금 제도 틀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며 “유가증권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없는데 파생상품에만 양도소득세를 매기자고 하는 정책적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SNS 통해 의견 가감 없이 드러내 = 주 대표는 평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자산운용사 최소자본금 규제와 자본시장법 등 자본시장 전반을 규정하는 법체계를 지적해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부터 확정기여형(DC)이나 개인형퇴직연금계좌(IRP)에서 원금이 보장되지 않은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현행 40%에서 70%까지 늘리기로 하는 등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100조원이 넘지만 원리금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운용하는 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92%에 달할 정도로 보수적인 운용으로 ‘노후대비’라는 자산관리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주 대표는 국내 자산운용업 규모가 커지지 못하는 이유로 확정기여형(DC) 연금이 초기단계인 것 이외에 자산운용사에 대한 최소자본금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산운용사에 대해 자본금 규제가 있는 것은 거의 코미디”라며 “운용산업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최저자본금 규제가 아예 없다”고 비판했다. 자산운용업이란 것이 일정 규모의 자본금이 필요한 산업이 아닌 ‘좋은 펀드매니저’만 있으면 되는 산업인데, 정부가 최저자본금 규제를 하다 보니 국내에는 대기업, 대형금융사 소속인 자산운용 업체가 대다수가 됐다는 것이다.

주 대표가 업계 최초로 시도한 ‘열린 주주총회’가 업계 내외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주주와 격의 없이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가운데 그는 SNS에 ‘형식적인 주총과 게으른 언론의 공생관계’라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상법상 규정 자체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참여할 유인이 없도록 짜여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도 매 주총마다 천편일률적으로 주총을 비판하지만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유의미한 비판은 없다고 지적했다. 주 대표는 “지배주주만으로 주총의 성립요건과 의결 요건을 맞추기 쉬운 한 다른 주주들이 주총에 참여할 유인이 없다”며 “한국의 상법은 형식적으로 주총이 진행되도록 조장하기 위해서 설계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라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기술금융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했다. 기술금융이란 기술을 담보로 해서 금융거래가 가능하게끔 해서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 금융거래가 필요한데 담보가 마땅치 않은 약소기업을 대상으로 해서 기술력을 담보로 지원하는 금융프로그램이다. 지난달 은행들의 기술금융 대출잔액은 25조원, 4만건을 넘어섰다. 주 대표는 “기술력을 갖췄는데 자금이 부족한 기업은 대출이 아니라 주식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맞다”며 “이는 (기술금융을 강조하는 것) 경기조절을 통화, 재정정책으로 하지 않고 신용정책으로 하던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불합리한 관행이 지속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언론도 은행의 기술력을 보고 대출하지 않는다고 생각 없이 비판에 동참한다”고 비판했다.

◇증권업계 ‘아픈 점’도 꼬집어 = 주 대표는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증권업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가감 없는 비판을 지속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일반 금융소비자가 파생상품에 투자하지 않아서 한국 금융이 발전하지 못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국내 증권업계가 내놓은 파생연계 상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가 예시로 든 것은 스텝다운형 ELS(주식연계증권)이다. 스텝다운형 ELS는, 예를 들어 3년 동안 주가가 기준주가의 50% 이상 내려가지 않으면 정기예금보다 3~4%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고 50% 이하로 내려가면 원금의 70~80% 가량을 손해 보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그는 이런 파생연계 상품을 “투자전문가가 투자 초보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주식 가격이 50% 이상 오르면 약정한 수익률을 제외하고 남은 수익을 모두 증권사가 얻고 주식이 큰 폭으로 하락해 50% 이하로 내려가면 손실은 ELS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넘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위험등급을 매기고 두꺼운 투자설명서에 여러번 서명하도록 하기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며 “이것은 마치 위험한 화학공장을 주택지역 안에 들어오도록 허용하고 나서 안전 점검 일지만 철저히 검수하면 된다는 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증권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해서도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증권거래세를 낮춰 주식거래가 많아지면 증권사는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국가적으로 어떻게 좋은 것인지 불확실하다면 굳이 자본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논의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현재 증권거래세 체제 하에서도 국내 주식시장의 거래 회전율은 결코 낮지 않으며 자본시장 활성화가 거래량 증가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주 대표는 주식에 대한 거래세는 이를 기반으로 하는 파생상품의 적절한 가격 산출을 어렵게 해 파생시장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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