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3]‘좋은회사’ 만들겠다는 꿈, 여전히 가슴이 뛴다

입력 2015-05-2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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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크루셜텍은 모바일 입력 솔루션 전문업체로 스마트폰 시장의 개화와 함께 모바일용 광마우스인 OTP(Optical Track Pad)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처음 그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핀테크 및 IoT 시대 보안 인증 기술이 중요해진 현재 시점에는 지문인식 솔루션인 BTP(Biometric Track Pad)를 통해 또 한 번 세계 시장 제패를 노리고 있다.

2001년 창업 당시만 해도 직원 수 30여명에 불과한 작은 벤처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코스닥을 대표하는 IT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주이자 CEO로서 정말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가끔은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의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늘 돌파구가 있기 마련이고 최선을 다해 극복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배우는 것이 있다. 지난 14년간 크루셜텍을 이끌어 오면서 일관되게 유지해온 나름의 원칙과 노하우들을 IT기업 경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술, 영업 그리고 경영일반의 세 분야로 나눠 이야기해 보려 한다.

IT 기업의 경쟁력이라 하면 역시 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우수한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크루셜텍의 전략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특허경영이다. 쉽게 말하면 세계 최초의 기술을 개발하고 높은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크루셜텍의 제품들 중엔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들이 많다. 물론, 세상에 없는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 최초의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의외로 쉽게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OTP도 PC의 광마우스를 뒤집은 형태로 휴대기기에 집어넣어 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법한 아이디어의 방법적인 측면을 우리가 맨 처음 해결했을 뿐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렇게 개발한 OTP를 가지고 수년간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수천억 매출을 견인하였다. 그만큼 ‘세계 최초’란 타이틀의 파워가 막강하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으로 성공한 회사도 많지만 이는 대기업에 더 적합한 전략이다. 창업을 하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겠다고 하면 역시 시장을 창조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

세계 최초의 기술을 개발해도 지키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특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허가 사업에 활용되는 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리고, 평소에 그 가치가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특허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사 제품을 특허로 충분히 무장하지 못한 채 해외로 나가면 경쟁사의 집중포화에 노출되기 쉽고, 낯선 법률과 엄청난 소송비용 탓에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자원과 자본이 부족한 중소·중견 기업도 핵심 특허가 있으면 강력한 무기를 보유한 것과 같다. 또 경쟁 회사 특허출원 동향을 분석해 기술 트렌드와 전략까지 파악할 수도 있다. 그래서 크루셜텍은 특허팀이 R&D가 아닌 전략기획실 소속이다. 단순한 리스크 대비 차원을 넘어 경영 전반에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허 경영에 반드시 많은 재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재원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경영자의 의지와 관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업이 우수한 제품으로 돈을 많이 벌려면 훌륭한 영업 전략도 꼭 필요하다. 크루셜텍은 글로벌 타깃팅(Global Targeting)과 UX 마케팅(Marketing) 전략을 유지해 왔다. 크루셜텍은 시작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IT의 중심인 미국, 소리 없이 강한 유럽, 소비시장이 큰 중국 등 너무나 넓은 목표를 눈앞에 두고 국내에만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OTP의 최대 고객사는 블랙베리 폰의 RIM이었지만 모토로라(Motorola), 소니(Sony), 샤프(Sharp), HTC, 삼성, LG 등 전 세계 유수의 제조사들도 비즈니스 파트너였고 현재 주력제품인 BTP도 화웨이(Huawei), HTC, 후지쓰(Fujitsu), OPPO, 지오니(Gionee), 팬택(Pantech) 등 세계를 상대로 공급하고 있다.

연구원 출신의 경영자들이 이런 부분을 놓치기 쉽다. 마케팅 역량 없이 우수한 기술만 갖고 있다면 아무래도 눈앞에 이익에 급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도 국내 1~2개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머무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역량 낭비인지 생각해 보라. 그러기 위해서는 시야를 좀 넓힐 필요가 있다. 엔지니어는 자기도 모르게 시야가 좁아져 기술적인 부분만 바라보지만, 사업은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엔지니어의 능력 외에 자금 조달, 회계,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능력까지 고루 갖춰야 한다.

크루셜텍의 또 다른 영업전략인 UX 마케팅(Marketing)은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을 말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고 판매자가 생각하는 제품의 장점만 입이 닳도록 얘기해봤자 설득력이 없다. 특히 크루셜텍과 같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들기 때문에 더 팔기 어렵다는 전제를 가지고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 이전에 없었던 물건이라 굳이 그것을 쓰지 않더라도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OTP를 처음 만들고 자신감에 넘쳤지만 생각만큼 잘 팔리지 않아서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왜 이렇게 잘 만든 제품을 사지 않을까 밤새 생각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잘 사용할까를 고민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사용자 경험 기반의 사고를 해야 했고, 사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마우스가 더 부드럽게 잘 돌아가고 더 쉽게 웹서핑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결과 고객사도 만족시킬 수 있었고 OTP는 당시 북미 최고 인기 휴대폰이었던 블랙베리의 심벌이 됐다.

크루셜텍에도 최근 경영위기가 있었다. 최대 고객사였던 RIM의 급격한 경영악화로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기업 자체의 역량과 상관없이 시장의 흐름으로 인한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끊임 없는 기술개발, 첨단시설투자, 인재확보를 통해 올해부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기업 경영에서 한발 앞선 준비와 잘 갖춰진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꼈다.

다행스럽게도 OTP로 승승장구하던 시절부터 이미 BTP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했다. OTP 다음에는 분명히 BTP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위기가 빨리 찾아오는 바람에 어느 정도의 타격은 있었지만 시장을 미리 예측하고 BTP라는 차기 주력제품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크루셜텍은 위기를 쉽게 극복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회사는 항상 성장과 침체를 반복하므로 성장기에도 항상 침체기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기술 트렌드, 마켓 트렌드를 철저히 분석하고 한발 앞서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한다.

또한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는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이 구축돼 있어서 리스크에 강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회사의 핵심이다. 개발과 영업, 제조가 유기적으로 작용해 굴곡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위기관리 능력 향상뿐 아니라 부서간 공동 목표를 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외적 성장은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돼 있다.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은 채 규모만 크고 돈만 많이 벌어들이는 회사는 단순히 빅 컴퍼니(Big company)일 뿐이다.

지금까지 나름의 경영 철학을 얘기했지만 그것만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닐 뿐더러 크루셜텍과 똑같이 경영해서는 크루셜텍을 넘어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없다. 기업을 경영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기만의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끊임 없이 노력하는 과정에서 철학도 생기고 노하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고민 끝에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을 세웠으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고수해 나가면 된다. 항상 목표 의식을 마음에 품고 고민과 도전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목표에 가까이 가 있을 것이다.

창업을 앞두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서 1차 목표를 창업 10년 안에 상장, 2차 목표를 20년 안에 세계에서 인정받는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으로 세웠다. 1차 목표는 지난 2010년에 이루었고 2차 목표를 향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좋은 회사’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더 이루기 어려운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회사와 연결된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바라보고 인정하는 곳, 사장·임직원·바이어·주주 모두가 보더라도 ‘좋은 회사’라고 인정하는 회사를 만들 수 있다면 꿈을 이룬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계를 상대로 정신 없이 뛰느라 바쁘고 힘든 순간에도 나는 그 꿈만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뛴다. 아마도 그것이 나로 하여금 기업을 하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안건준(1965년생·51세)

소속 : 크루셜텍 미래전략 대표이사

학력 : 경북대학교(원) 정밀기계공학전공 석사,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 학사

경력 : 현 크루셜텍&삼우엠스대표이사, 현 호서대학교 조교수, 전 럭스텍 CTO & 기술이사, 전 삼성전자 연구소 선임연구원

◆연혁

2001년 - 4월 크루셜텍(주) 설립

2007년 - 9월 휴대기기용 광 입력장치(옵티컬트랙패드) 장영실상 수상(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2009년 - 9월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 대통령상(행정안전부장관)

- 12월 2009년 일자리창출 중소기업유공자 대통령상 수상(중소기업중앙회)통령상 수상

2010년 - 11월 2010 대한민국 IT Innovation 대상 국무총리표창 수상(지식경제부)

2011년 - 5월 중소기업유공자 대통령상 수상(중소기업중앙회)

- 11월 제48회 무역의 날 2억달러 수출의 탑 수상

2014년 - 11월 제14회 모바일 기술대상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 수상(BTP)

2015년 - 5월 안건준 대표 발명의 날 은탑산업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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