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기업을 하는가 2]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일단 도전하라

입력 2015-05-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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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슈프리마 대표이사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이사

사회생활 초반 안정적인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회사의 사정에 따라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잘 하는 일의 삼박자가 엇갈리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창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제로, 근무했던 기업에서 나는 당시 지능형 차량시스템 연구를 맡았다. 성공적인 연구 성과를 거두고 보람과 기여라는 만족감을 느끼며 스스로의 동기 부여로 가득하던 때였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IMF가 터지고 회사가 자동차 사업을 접으면서 나는 한순간에 하던 일을 멈춰야만 했다. 공허했다. 열정적으로 진행했던 연구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는 모습. 다른 분야로 배치가 됐던 나는 실망감과 함께 많은 고민에 빠졌다.

내가 잘 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결론은 하나였다. 창업. 내가 원하는 기업이 없다면 직접 만들면 된다.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만든 것이 지금의 슈프리마다. 당시 대학원 그리고 직장동료들과 이 회사를 차렸다. 물론 사업이란 것이 쉽지는 않았다. 연구만 해왔던 우리들에게 영업과 마케팅을 포함하는 다양한 영역에 걸친 사업 활동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처음 도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디가 길인지도 모르는 상태였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슈프리마의 정체성을 조금씩 찾게 해준 것은 어느 날 의뢰가 들어온 지문인식 관련 연구 용역이었다. 이전 회사에서 지능형 차량 시스템 연구를 해왔던 나는 공통점이 많은 지문인식 연구에 점차 흥미를 느꼈다. 과거 내가 해왔던 연구와 기술적인 유사성이 커 사업 잠재성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거다’하고 뭔지 모를 자신감과 함께 확신이 섰다. 이 분야를 파고들어가면 살 길이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정리되자 나는 지문인식 분야를 갖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01년 슈프리마가 지문인식시스템 개발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자신감은 넘쳤지만 역시 사업의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창업 당시인 2000년대 초반 지문인식을 포함한 국내 바이오 인식 시장은 200여개 이상의 많은 업체들로 포화상태였다. 시장 진입장벽은 물론 투자 유치의 문턱도 높았던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로 처음 6개월간 영업 성과가 없어 한동안은 사업에 대한 후회감도 밀려왔다. 엔지니어 출신인 내가 사업에 뛰어든 게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나라는 좌절감에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가 창업 초기인 2002년 수출시장 탐색을 위해 미국의 한 박람회장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지만 공학도로서 가졌던 이 사업에 대한 확신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지문인식·바이오인식’이란 칼을 뽑아든 만큼, 무엇이든 베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뻔한 아이템과 뻔한 전략으로는 힘들 수밖에 없다. 무언가 생각의 전환을 이뤄내야 했다. 아직 젊은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해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생각의 전환은 간단한 곳에 있었다. 국내에서 영업이 안 된다면 해외에서 팔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무리수라고 얘기할 수 있었겠지만 당시의 나로선 도전해 볼 만한 전략이었다. 기술력에 자신이 있던 만큼, 해외에서 계급장을 떼고 경쟁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국내에서처럼 접대 비즈니스에 신경쓸 필요도 없었다. 해외 바이어들은 내 생각처럼 슈프리마의 기술력에만 초점을 맞췄고, 결국 이를 인정받았다. 현재 슈프리마는 전 세계 130여개국, 1000여개의 고객 파트너와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회사가 미주·유럽지역을 필두로 사업을 키워나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자, 역으로 국내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도 높아졌다. 아이러니하게 과거에 높은 장벽을 실감했던 국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1위 업체의 명성을 안게 된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겪다 보니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후배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일단 도전하라’는 얘기다.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열정적으로 하게 되면 길이 보이게 된다. 슈프리마의 창업도 그렇게 이뤄진 것이고, 선(先) 해외 진출도 그러한 공격적이고 자신감을 놓지 않은 자세가 이끌어낸 쾌거 아닌가.

영어라는 언어의 장벽도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청년 벤처인들에게 두려움 중 하나인데, 사실 크게 우려할 것이 없다. 나도 과거에 영어를 잘 하지 못했음에도 직접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며 계약을 이끌어냈다. 현장에서 만나는 해외 바이어들도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실 언어에 대한 장벽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또한, 대기업처럼 대규모 판매 계약이 아닌 만큼, 언어는 차후의 문제다. 나가서 부딪치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

한편, 창업 이후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진입하면서 슈프리마의 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생각하게 됐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하며, 이는 단순히 보여지는 기부와 봉사와 같은 대외활동에 앞서 회사의 임직원들이 사회인으로서 안정적으로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내부적인 노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나는 슈프리마를 사람 중심의 회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기업철학으로 사내 5대 행사를 기획해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재원 대표(왼쪽 첫 번째)가 산행 춘계워크숍에서 직원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하자 해서 시작했는데 돌아보니 이것이 당시의 기업가정신이 아니었나 싶다. 내 경영철학의 핵심은 ‘후대에 남는 자랑스러운 기업’이다. 지속가능 경영의 의미뿐만 아니라,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세계로 진출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길을 개척해 주는 선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슈프리마가 한국의 대표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청사진이다. 슈프리마인베스트먼트라는 벤처캐피털(VC)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슈프리마와 같은 기업들이 육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려하기 위한 목적이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창업에 도전했다. 초기엔 배우고 성장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돈에 대한 열망도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는 나는 기업의 성장에 더욱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 그런데 기업가정신도 내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진화한 것 같다. 그때 보지 못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먼저 바라보게 되고, 기업을 운영하면서 국가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에 대한 책임감도 생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하겠다는 자세, 그것이 나와 회사를 발전시켰던 하나의 요인으로 생각된다. 단기간의 성과만을 좇아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분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것이 창업의 성공 방정식이다. 회사는 앞으로도 성장과 혁신을 위한 열정과 과감한 투자를 승부수로 던지면서 바이오 인식 분야의 대명사격 기업으로 끊임없이 도약해 나아갈 것이다.

<슈프리마 이재원 대표 약력>

1968년 9월 서울 출생

1991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제어계측공학과 졸업

1993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제어계측공학과 석사 졸업

1997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부 박사 졸업

1997.08~10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방문연구원

1997~2001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모바일시스템 책임연구원

2000~ 현재 (주)슈프리마 대표이사

2009~ 현재 KITA(한국무역협회) 이사상사

2014~ 현재 KOVA(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수상경력]

2013.12 2013 정부포상훈장 ‘은탑산업훈장’ 수상

2013.11 Ernst & Young 최우수 기업가상 ‘Rising Star’ 부문 수상

2007.11 무역의 날 개발 유공자 부문 산업자원부 표창

2007.10 벤처기업대상 국무총리 표창

2007.07 중소기업인상 수출상 수상

2007.07 제2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 수상

2007.02 우수 수출중소기업인상 해외시장개척 부문 수상

2006.11 신기술 실용화 유공기업 표창

2005.12 정보보호산업육성 정보통신부 표창

2005.11 무역의 날 산업자원부 표창

1997.05 Asian Control Conference ‘Young Author Prize’ 수상

1997.03 한국학술진흥재단 지정 신진연구인력 선정

1996.03 삼성전자 주체 ‘휴먼테크 논문대상’ 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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