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유재수 ‘다모스클레스의 칼’

입력 2015-05-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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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역사로부터의 교훈은

“금융위기는 반복된다.”

유재수의 ‘다모클레스의 칼’(삼성경제연구소)은 금융과 금융위기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책으로, 저자의 문장력이 돋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금융을 왕좌 위에 걸린 다모클레스의 칼에 비유한다. 금융은 화려한 권력을 가진 왕좌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언제 떨어져 목을 날려 버릴지 모르는 칼날과 같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금융은 경제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수많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이 책은 1634년 네덜란드 튤립 버블부터 1930년대 대공황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주요 금융위기의 발생 원인과 대응 과정을 꼼꼼하게 파헤치고 있다. 버블의 역사에 대해 저자가 치밀하게 정리한 내용도 좋지만 정작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결론 부분이다. 에필로그는 이런 금융위기들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이다.

저자는 미국의 재무장관을 지낸 티모시 가이트너가 펴낸 저서에 동감하면서 금융의 미래를 이렇게 전망한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언젠가 또다시 초대형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이미 수차례 대형 위기를 겪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며 지난 위기가 마지막이 아님을 반복된 금융위기의 역사가 잘 증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금융위기의 상흔은 처음에는 또렷하게 기억하지만 망각 앞에 장사가 없다. 조금 지나면 조금 잊어버리고 제법 시간이 흐르면 아주 잊어버리게 된다. 요즘 틈만 나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짜리 지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출과 관련된 기존의 지출 프로그램에 대한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함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읽어 볼 만한 책이다.

금융위기는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면에는 다양한 정책들이 날줄과 씨줄처럼 연결돼 있다. 이 책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금융위기를 단순히 취약한 금융 시스템의 문제로 보지 말고 경상수지 적자 및 재정 적자, 그리고 소득 불평등 악화 문제까지 확대해서 봐야 한다.” 성장률이 둔화되는 데도 씀씀이를 줄여 나가기는커녕 계속해서 지출을 늘려 가겠다고 우기면 언젠가 큰 위기를 경험할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경고의 목소리를 행간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백미(白眉)는 에필로그에 담긴 ‘역사로부터의 교훈: 금융위기 대응 전략’이다. 교훈은 위기에 강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글로벌 파급효과를 차단하는 일, 거시 건전성 감독 수단을 강화하는 일, 선제적인 금융감독을 구축하는 일, 신중한 규제완화를 선택하는 일, 근거 없는 자만과 낙관을 경계하는 일, 위기 대응 시 신속하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일 등으로 구성된다.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의 자리를 차지한 이후 금융위기의 상당 부분은 미국 연준의 지극히 자국 중심적 정책으로 말미암은 점이 크다. 오늘날처럼 금융의 세계화와 금융 시장 개방으로 국가 간 경제금융의 연관성이 높아지면서 미국 연준의 자국 중심적 정책이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는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국 통화가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원죄를 가진 대다수 비기축통화국들은 더욱 건전하고 투명한 거시정책으로 적극적으로 위험관리를 해야 그나마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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