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불똥 유통가 ‘수 십억 손실’… “울고 싶어라”

입력 2015-04-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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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ㆍ백화점ㆍ마트 ‘긴장’ , 고객불신ㆍ환불요구 우려

▲최근 시중에 유통되는 백수오 제품 대부분이 '가짜 백수오' 이엽우피소를 사용한다는 한국소비자원 발표로 논란이 이는 가운데 제주도 농업기술원이 제주산 백수오는 진짜라며 백수오와 이엽우피소 구별 방법을 안내했다. 왼쪽은 백수오 잎으로 단면이 매끄러우며, 오른쪽은 이엽우피소 잎으로 단면이 거칠다.(사진=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30일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제품을 재조사한 결과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힌 가운데 불똥이 유통업계로 튀었다. 내츄럴엔도텍의 주가 급락으로 손실을 떠안은 개인투자자(개미)들과 그동안 가짜 백수오 제품을 구매해 섭취한 소비자들보다 분위기는 더 침울하다.

백수오 제품을 팔아온 마트와 백화점업계보다 백수오를 '히트상품'으로 선전하며 많게는 연간 수 백억원 규모를 취급했던 일부 홈쇼핑 업체들의 경우 소비자 신뢰도 추락과 환불 요구라는 두 가지 큰 장애물에 직면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마트와 백화점들은 백수오가 건강식품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매출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건강식품 자체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홈쇼핑 업체들은 이날 식약처의 백수오 제품 재검사 결과 발표 직후 일제히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앞으로 빗발칠 환불 요구다. 백수오가 시중에 유통됐다는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탓에 제품 수거 등의 행정조치가 내려지지 않아 당장의 환불대란만 피했을 뿐이다.

최근 백수오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일제히 환불 요구를 할 경우 업체별로 수 억원에서 수 십억원 규모의 환불 요구에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내츄럴엔도택의 지난해 백수오 매출은 1240억원이다. 이 가운데 75%가 넘는 940억원이 홈쇼핑을 통해 판매됐고 일부 업체의 경우 한 해 매출액이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달 논란이 되기 직전까지 홈쇼핑 업체들은 백수오를 활발하게 판매했고, 백수오 부문에서 후발주자로 알려졌던 일부 홈쇼핑의 경우 이달에만 10회 이상 방송을 하는 등 올 들어 월 10억원 안팎의 월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가짜 논란에 타격을 입은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영상태가 나빠지거나, 시가총액이 반토막난 내츄럴엔도텍의 재무 사정이 급속 악화될 경우 환불 부담을 홈쇼핑이 져야 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홈쇼핑 가운데 백수오 판매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홈앤쇼핑의 경우 이번 사태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향후 대책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2013년 기준으로 300억 정도 판매됐지만 협력사 사정 등을 고려해 지난해 매출은 공개할 수 없다"며 "앞으로의 조치도 검토 중이라 당장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홈쇼핑 업체들 역시 식약처의 결과에 따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업계는 건강식품 자체에 대한 소비자 불신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여성 갱년기 기능성 시장 자체가 무너졌다고 본다"며 "건강식품 자체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에 백수오뿐 아니라 석류·회화나무까지도 영향을 받아서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백수오는 종합편성채널은 물론 지상파 채널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서도 다룰만큼 대표적인 건강식품"이라며 "이엽우피소가 미량만 섞였더라도 '가짜'라는 이미지가 생기기 때문에 건강식품 자체에 대해 불신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왼쪽은 27일 종합 일간지에 실린 내츄럴엔도텍의 전면광고, 오른쪽은 한국소비자원에서 배포한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비교한 자료. (사진=연합뉴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건강식품 부문에서 백수오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워낙 미미한데다 대표적인 건강식품인 홍삼과 비타민의 경우 가짜 논란에서 한 발짝 벗어난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백수오 매출이 건강식품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정도"라며 "현재는 판매를 중단했는데 중장기적으로 다시 수요가 생긴다고 하면 문제가 없는 상품을 골라 판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도 홈쇼핑처럼 건강식품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생길까 우려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다.

실제로 이마트의 경우 논란이 터진 22일부터 이달 25일까지 건강식품 매출은 전주 대비 8%가량 줄었다. 전 품목 매출 신장률(-2%)과 비교하면 역신장폭이 더 크다.

롯데마트의 경우 22∼25일의 건강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 줄었다. 전 품목 매출 신장률은 0.7%였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반값 비타민·반값 홍삼 등의 이슈로 건강식품 매출이 자체가 높았던데다 백수오 논란이 겹치면서 건강식품 매출이 줄었다"며 "고객 불안감 때문에 앞으로도 백수오 제품은 취급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내츄럴엔도텍은 자사 원료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재조사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내부적으로 점검하고 충분히 숙고해 당사 입장을 명확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내츄럴엔도텍은 애초 식약처 발표가 있은 직후 회사의 입장을 정리한 보도자료를 배포할 계획이었지만 법무법인의 검토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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