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투자 세미나]이채원 한투밸류 부사장 “시황 상관없는 가치투자, ‘잃지 않는 투자’ 비결”

입력 2015-04-1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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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가치ㆍ가격 벌어질수록 유리… 주가 하락은 오히려 기회

“나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사람입니다.”

무려 2조원이 넘는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펀드매니저의 고백이다. 소중한 고객의 돈을 잃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싫다는 이채원 한국밸류투자 부사장. 그래서 그는 오늘도 고객들의 자산을 잃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책상 한가득 쌓인 투자 보고서들을 살피고 있다. 그래서 그가 이끄는 한투밸류 펀드매니저들은 연간 1600개가 넘는 기업을 탐방하고 있다.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해 ‘가치 투자’를 선택했다는 이 부사장은 국내 최초의 가치투자 펀드를 운용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며 때로는 좌절도 했다. 하지만 가치투자의 개척자로서 그가 걸어온 길은 곧 ‘전설’이 됐다.

국내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딴 가치투자펀드인 ‘밸류 이채원 펀드’를 선보였으며, 10년 투자 약속을 내세운 ‘한국밸류 10년투자 증권투자신탁1호(주식)’를 운용하며 국내 가치투자의 기틀을 세운 것.

이제 딱 1년 후면 투자자들과 약속한 10년을 맞게 되는 ‘한국밸류 10년투자 증권투자신탁1호(주식)’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고객들과의 10년 약속을 넘어 아시아 시장을 향해 출사표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투자자들에게 가치 투자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도 여전히 노력 중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 8일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주식투자에 눈을 뜨다…증권맨으로 사회에 첫발=어렸을 적 막연히 회사원을 꿈꿨던 이 부사장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금융회사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한다. 우연치 않게 선택한 증권회사이지만 증권회사는 그에게 천직이었다.

이 부사장은 “처음 동원증권 서초지점에서 출납업무 등 일반 지점 영업을 했는데 주식 관련 업무를 하는 것이 얼마나 좋았는지 700개가량 되는 종목 코드 번호를 다 외울 정도였다”며 “때로 새벽 1시까지 업무가 이어졌지만 힘들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지금도 그는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산다고 해도 또다시 이 직업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주식 투자에 대한 재미를 알아갈 무렵 이 부사장은 갑작스럽게 국제부로 발령이 났다. 고등학교를 일본에서 나왔던 덕분이었다.

이 부사장은 “지점 영업을 하며 관리 중이던 고객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처음에는 회사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하지만 결국 1990년 국제부로 발령이 났고 2년 뒤 도쿄사무소까지 가게 됐다”고 밝혔다.

도쿄사무소에서 근무하며 이 부사장은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워런 버핏, 벤자민 그레이엄의 저서들을 접하며 자신의 투자철학을 구축하게 되는 밑거름을 마련했다.

또한 국제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펀드매니저로도 뽑히게 된다. 이 부사장은 “당시 회사에서는 지점은 물론이고 국제부, 기획부 등에서 주식에 좀 두각을 나타낸 직원 10명을 뽑아 펀드매니저로 발령을 냈다”며 “그때의 경력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펀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돈을 잃지 않는 투자가 최고의 투자”…‘가치투자자’로 거듭나다=동원투자신탁으로 자리를 옮긴 이 부사장은 본격적으로 고객들의 돈을 운용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투자법에 대해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내 성격이 투자스타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말한다. 돈을 잃는 것이 싫어 항상 조심스럽고 보수적으로 투자를 해 왔다는 것.

이는 그의 겸손한 말일 뿐이다. 신중한 종목 선정과 남들이 뭐라고 하건 포기하지 않는 뚝심 있는 투자습관을 통해 그는 펀드매니저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나 1997년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펀드 수익률이 -40%까지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코스피 하락률이 -60%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부사장은 그나마 선방한 편이었다. 실제로 수익률로는 전체 펀드매니저 가운데 2등이었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고객의 소중한 돈을 40%나 잃었다는 사실 자체가 견디기 힘들었다고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이 부사장은 “이때 한국어 판으로 나오게 된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를 접하게 됐고, 책을 읽고 난 후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찾던 투자방법, ‘가치투자’에 대한 가르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영감을 받은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를 위한 상품을 만들 것을 회사에 건의했고 ‘동원밸류이채원펀드’가 만들어지게 됐다. 1998년 12월의 일이다. 처음 9개월간 이 상품의 수익률은 무려 127%를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이 부사장은 “당시 거의 매일 신문에 내 이름이 오르내렸고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닷컴버블이 일어나면서 기술주들이 폭등했고 동원밸류1호가 담았던 아모레퍼시픽, 롯데칠성 등 가치주들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수익률은 ‘뚝뚝’ 떨어졌고 고객들의 압박은 거세졌다. 이 부사장은 “동료들까지 나의 투자법에 대해 의심을 보냈다. 당시 너무 외로웠다”고 말한다.

그의 애타는 마음과 달리 수익률은 점점 떨어져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사상 최악의 펀드가 됐다. 고객들로부터 수백 통의 항의전화가 오기 시작했고 ‘설상가상’ 건강도 나빠졌다. 결국 그 다음해 2월 휴가를 낼 수밖에 없었다.

퇴사까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장고’에 들어간 그에게 회사는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회사로부터 400억원의 자금을 받아 6년 동안 운용하게 된 것. 결국 그의 ‘가치투자’는 수익률을 통해 증명됐다. 6년간 43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회사에 2100억원을 벌어다 준 것이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이 부사장은 2006년 4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최소 3년간 환매에 제약을 두고 10년의 투자 기간을 보장하는 ‘한국밸류 10년투자 증권투자신탁1호(주식)’을 선보였다.

내년 4월이면 10년의 약속을 지키는 이 부사장은 또 다른 시작도 준비하고 있다. 해외투자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

이 부사장은 “아시아밸류 펀드를 고민하고 있다. 5년간 준비할 계획이었으며 현재 2년간의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철저한 그의 성격답게 현재 300개의 현지 기업들에 대한 조사도 마친 상황이며 2~3년간의 추가적 사전 준비를 마친 뒤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비싼 주식을 싸게 사는 것이 가치투자”=그렇다면 이 부사장에게 ‘가치투자’란 무엇일까. 이 부사장의 방에는 일본 사와카미 주식 펀드의 운용자인 사와카미 아스토가 쓴 책에서 발췌한 글을 적어놓은 액자가 놓여 있다.

이 부사장과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사와카미는 가치투자자는 아니지만 “원래 가치가 있는 것을 싸게 사두는 것이 주식투자”라는 투자철학을 갖고 있다. 이 부사장은 사와카미의 투자철학이 가치투자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최근 많은 사람들이 가치투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당주ㆍ중소형주ㆍ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치투자가 아니라는 것.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는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면 투자하고, 시장이 아무리 활성화돼 있어도 평가가 적정 수준이라면 절대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이어 “모멘텀 투자와 달리 가치투자는 내재가치와 주가의 괴리가 더 크게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좋은 것이므로 주가 하락은 오히려 기회가 된다”며 “기업의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이 일시적인 실적 악화 혹은 시장의 무관심과 오해, 편견 때문에 2만원의 가치를 가진 기업의 주가가 1만원에 거래되면 반드시 매수해서 가격의 괴리를 취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치를 형성하는 데 있어 성장성ㆍ수익성ㆍ안정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물론 이때 우선순위는 있지만 성장성과 수익성은 상충되는 요소가 아니다. 다만 성장성에 지나친 프리미엄을 주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부사장의 주장이다.

안전성을 성장성보다 중시한다고 해서 이 부사장이 새로운 투자처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부사장은 “새로운 기회 발굴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만 새로운 사업이 주목받아도 그 사업에 대해 제대로 알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 갈수록 어렵다…“가장 잘 아는 곳에 투자하라”=향후 국내 증시 상황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자인 나에게 시황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현재 시장이 가치투자가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년째 이어진 저성장으로 인해 현재 시장은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강한 상황”이라며 “때문에 실적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종목들, 성장주들이 증시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성장주들의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고여 있는 물이라도 다시 한번 정화해서 먹겠다’는 식의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과거 성장의 결실을 일시에 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들의 프리미엄이 확대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인수ㆍ합병 시도, 배당압력 상승, 자산주 선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이 부사장은 개인이 이러한 주식시장에서 이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부사장은 “우리 회사의 펀드매니저들이 연간 탐방에 나서는 기업 수가 1600개에 달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누가에게나 딱 맞는 주식이나 펀드는 없지만 나에게 꼭 맞는 투자법은 있다”며 “그 방법을 찾은 다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하루에 2~3시간은 투자에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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