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사채왕'과 내연관계에 있던 여성이 최민호 전 판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 전 판사가 받은 돈이 사건 무마 대가였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현용선) 는 6일 '특정 범죄 가중 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최민호 전 판사에 대해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명동 사채왕' 최진호(61·수감 중) 씨의 내연녀였던 한모 씨를 증인으로 불러 심문했다. 한씨는 1999년 사기도박장에서 전문 노름꾼인 '타짜'일을 하면서 최씨를 알게 된 이후 10년 이상을 최씨의 금고지기 노릇을 해온 인물이다.
한씨는 "최진호 씨가 최 전 판사를 신줏단지 모시듯 했다"고 증언했다. 한씨 증언에 따르면 최씨는 평소 인맥을 동원해 사건을 해결해주는 '어른'을 찾아가곤 했다. 최씨는 여기서 '검사 조카를 데리고 있는' A씨를 소개받았고, 재판을 받던 최씨는 A씨에게 '조카에게 부탁해서 잘 좀 처리해달라'며 꾸준히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한씨 증언에 따르면 최민호 판사는 A씨의 부탁을 듣고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최씨가 꾸준히 A씨와 최 전 판사를 만나면서 '관리'를 하자 나중에는 A씨 없이 둘만 만나는 사이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최 전 판사를 부르는 호칭은 '최 검사님'에서 '민호야'로 바뀌었고, 최 전 판사는 최씨를 '형님'으로 깍듯하게 모셨다. 최씨는 최 전 판사가 서울로 발령을 받게 되면 거주할 용도로 잠실에 위치한 아파트를 얻어주기도 했다.
한씨는 이날 4차례에 걸쳐 최 전 판사에게 3억3000여만원을 건넸고, 이 돈이 사건 무마 대가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최씨는 사기도박 피해자 중 한 명을 마약사범으로 무고했다가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당시 최씨는 "이 사건은 변호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민호밖에 해결 못한다"고 하며 최 전 판사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씨는 최 전 판사를 믿은 최씨가 변호사에게 착수금 2억5000만원을 줬다가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돈을 다시 회수한 사실도 증언했다. 한씨는 "사건 기록을 복사해 최 전 판사에게 전달해주기도 했다"며 "최진호가 '민호가 힘쓰고 있으니 걱정안해도 된다'며 안심했다"고 말했다.
한시간 여에 걸쳐 최 전 판사에게 불리한 증언이 쏟아지자, 최 전 판사의 변호인은 "최진호 씨와 증인이 사이가 좋았다가 틀어지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며 한씨의 증언의 신빙성을 깨트리는 데 주력했다.
한편 이날 한씨는 최진호 씨에 대해 명동에서 사채업을 하고, 수시로 사기도박장을 열면서 하루에 많게는 600~700억, 적게는 200~300억 원까지 돈을 융통했다고 증언해 방청객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최 전 판사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이른바 최진호 씨로부터 자신이 고소한 형사사건을 잘 처리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 6864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최 전 판사에 대해 정직 1년의 최고수위 징계를 내렸던 대법원은 2월 25일 최 전 판사에 대한 사직서를 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