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칼럼] 우리 경제에 낙수효과는 나타나고 있는가?

입력 2015-03-26 10:50 수정 2015-03-2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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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동산 3법이 늑장 처리돼 퉁퉁 불어터진 국수가 됐는데 우리 경제가 그것을 먹고 힘을 내 꿈틀거리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국정 운영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와 핵심 개혁과제 추진에 힘을 모아 달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경제통인 이혜훈 전 의원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3법은 건설경기가 전체를 끌고 가는 시대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는 법이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부동산 경기가 내수를 살리기는 어렵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수출 대기업이 돈을 벌면 중소기업이나 근로자에게 흘러들어가도록 뚫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현 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은 아직도 건설경기나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하면 그 온기가 중소기업으로, 가계로 이전되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각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주로 대기업을 동원하여 추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기업이 창조경제를 이끌면 중소기업이나 벤처 생태계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우리 경제에 낙수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자료를 통해 보여지고 있다. 고려대 장하성 교수는 지난해 발간한 ‘한국의 자본주의’란 책에서 우리나라에서 낙수효과가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대체적으로 낙수효과가 나타났다. 1990년에서 1999년까지 국민총소득이 5.9% 증가하고 가계소득도 5.7%, 기업소득은 6.0% 증가하여 국민총소득 증가가 가계부문과 기업 부문에 균등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 현상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2000년에서 2009년 사이 국민소득이 3.5% 증가하나 가계소득은 2.4% 증가에 그치고 기업소득은 7.5% 증가한다. 2008년에서 2012년 사이 국민총소득은 2.1% 증가하고 기업소득은 5.1% 증가하나 가계소득은 1.4% 증가에 그쳐 국민소득 증가분이 대부분 기업소득 증가로 이어지고 가계부문으로의 소득 배분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총소득 중에서 가계소득 비중이 기업소득이나 정부소득에 비하여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990년대에는 가계소득 비중이 71.5%, 기업소득 비중이 16.1%, 정부소득 비중이 12.4%로 나타난다. 2000년에는 이 비율이 가계 68.7%, 기업 16.5%, 정부 14.8%로 나타난다. 그러나 2012년에는 가계 비중이 더 크게 낮아진다. 가계소득 비중 62.3%, 기업소득 비중 23.3%, 정부소득 비중 14.4%이다.

시대 상황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정부 정책은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부동산 경기를 살려 경기를 회복해보겠다거나 대기업 위주 성장 정책의 20, 30년 전 방식을 취하고 있으니 효과가 나타날 리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나타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정책도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아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비용만 지불하고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지 모른다.

지금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나빠진 대외 여건뿐 아니라 내수 침체에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대외 여건은 우리의 노력으로 치유하는 데 한계가 있는 외생 변수이다. 그러나 내수 활성화는 우리가 하기에 따라 극복 가능한 내생 변수라 할 수 있다.

MB정부는 낙수효과에 너무 의존하여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가계 부문의 소득으로 이어져 소비가 진작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투자는 늘어나지 않고 5년 동안 기업의 사내유보만 크게 늘었다는 통계가 보여주듯 가계소득은 줄고 기업소득만 늘어나 이것이 소비 침체의 한 원인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소득 양극화를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실제 MB정부 때 법인세를 인하하여 2008년 전체 법인세 실효세율이 20.5%에서 2013년 16.0%로 낮아졌고, 상위 10대 대기업 실효세율은 2008년 18.7%에서 2013년 12.3%로 더 낮아졌으며, 오히려 개인소득세 실효세율은 2008년 4.0%에서 2013년 4.5%로 높아졌다.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인 추세라지만 다른 나라들은 명목세율은 내리면서 조세감면을 동시에 줄여 실효세율은 그다지 낮아지지 않았다. 주요국 중 우리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는 독일, 홍콩, 싱가포르 정도이다. 임금, 배당, 투자로 사용하지 않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대신 법인세를 인하 이전으로 환원하는 것이 어떨까.

소비가 늘어나려면 질 좋은 일자리가 많아져야 하고 비정규직들의 임금이 적정선 이상으로 올라 그들의 소비여력이 높아지는 수밖에 없다. 650만명 이상의 비정규직들의 임금 수준이 대기업 정규직 임금수준의 40%선에 머무는 현 상황 하에서 민간 소비의 획기적 진작을 기대할 수는 없다.

대기업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소하면 일시적인 인건비 부담으로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소비가 진작되어 기업의 이익이 올라갈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조세정책을 통해서든, 기업의 임금 정책을 통해서든 가계소득 증가가 결국 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킨다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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