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미국’도 주총 시즌] 주주 말 한마디에… 경영권 교체·임금 삭감

입력 2015-03-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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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우호’ 관계서 ‘압박’ 무대로… 주가 급락 책임 추궁·경영상태 개선 앞장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가 칼 아이칸.
주주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주주총회는 말 그대로 주주들의 입김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된다. 특히 기업의 의사결정에 밀접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행동주의가 두드러질수록 그 경향은 짙어진다. 기업의 경영 방향이 순탄치 않을 경우 주주들의 발언권은 경영진을 교체하거나 임금을 감봉할 정도로 세다.

과거 ‘호시절’에는 기업과 주주 간 관계는 우호적이었고, 주총 현장은 화기애애했다. 기업 측은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을 위해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가 하면, 라이브 음악 공연을 준비하기도 했다. 당시 일부 주주들은 주총보다 별도 이벤트인 잿밥에만 관심을 갖는 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후 미국의 주총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단적인 예로 씨티그룹은 2009년부터 연례 주총에서 매년 제공하던 커피와 빵조차도 제공하지 않았다. 미국 기업의 기존 주주총회는 연 1회 정도 주주를 위해 기업설명회(IR)를 겸한 축제 형식이 많았지만, 기업의 반성을 요구하는 ‘압력의 장’으로 바뀐 것이다. 금융위기가 발발한 바로 다음 해인 2009년도 주총에서는 사외이사의 경영감시 능력, 주가 급락에 대한 책임 추궁 등 냉기류가 곳곳에서 흘렀다.

7년이 흐른 현재, 주주 자본주의는 주주의 이익만 극대화할 뿐 근로자와 그 외 이해관계자들은 외면한다는 한계점을 지적받으면서, 동시에 불건전한 기업의 경영 상태를 개선토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순기능을 하는 등 명(明)과 암(暗) 양면을 동시에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주주 행동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투자가로는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꼽힌다. 아이칸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비전을 결정할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온라인 상거래업체 이베이가 자회사 페이팔을 분리하기로 결정한 것도 아이칸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었다. 앞서 아이칸은 이베이의 기업 지배구조를 지적하면서 경영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칸은 글로벌 전자업체 애플에게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아이칸 발언 이후 이달 10일 열린 주총에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이익의 주주환원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근 ‘짝퉁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세계 최대 유통업체 알리바바도 주주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모조품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들이 연일 계속되자 주주들은 알리바바가 기업공개 때 정보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고 집단소송에 나섰다. 알리바바가 중국 공상행정관리총국과 모조품 문제로 갈등을 겪고 시가총액이 하룻새 110억 달러나 사라진 것을 접한 후 대책을 모색하라는 의미가 강했다.

아이칸은 “기업의 CEO나 이사진들이 주주들에게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나아가 미국 경제가 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주주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가 휘청이고 있는 요즘, 기업-주주 간의 ‘케미스트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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