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현대모비스 전 대표의 고군분투 일생

입력 2015-02-0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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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진 ‘궁즉통’

정말 열심히 살아왔고, 살아가고 계신 분이다. 1968년 현대건설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군사화력발전소, 조선호텔, 현대양행 안양공장, 군포공장, 창원공장의 태동에 불철주야로 뛰었던 이야기들이 잘 정리돼 있다.

유철진 전 현대모비스 사장의 ‘궁즉통’(이서원)은 우리나라의 중공업이 어떻게 자리 잡는가를 잘 정리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더군다나 이 책은 회고록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책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특별한 면이 있다. 저자의 도전은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1942년생으로 72세이지만 58세에 벤처기업 티아이에스 정보통신 및 유진 메트로를 창업했다. 한마디로 잘나가던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다가 그룹과 전혀 거래관계가 없는 사업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한 특별한 인물이다.

2009년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가 개점했을 때 모두 세계 최대 백화점이 가져올 주차대란을 걱정했다. 이 문제를 말끔하게 잠재운 게 ‘티아이에스 정보통신’의 주차 유도 관리시스템이었다. 운전자가 주차장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절약하도록 유도하는 이 시스템은 저자가 1998년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의 주차장을 헤매다가 잡은 사업 아이디어였다. “도대체 2만7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장기 주차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비효율적 시스템으로밖에 운영될 수 없는 것일까”라는 건설적 분노에서 나온 사업 아이디어였다.

저자의 아이디어는 우리가 매일 만나고 있는 또 다른 상품으로 구체화됐다. 지하철의 스크린 도어도 저자가 출근길에 잡은 사업 아이디어였다. 그는 서울에서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뉴욕 맨해튼 지하철을 비롯한 미국 유스의 지하철 노선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있다.

오늘날 취업난 때문에 낙담하는 젊은이들에게 저자의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중공업을 정착시킨 그의 회고록 성격의 이 기록에는 맨 땅에 헤딩을 하듯 시장을 개척하고 기술을 만들었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어렵다, 어렵다고들 하지만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도 할 만하구나”라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인생에서 극적 반전은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1983년 가족을 이끌고 젊은 날의 못다한 꿈인 유학 길에 오른 것이다. 얼마나 회사가 아끼던 인재였던지 유학 중 그는 회사의 부름을 세 번이나 받는다. 그가 마지막으로 받은 요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현대정공의 미주본부를 정상화시키는 과업이었다. 그는 회사가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이 업무를 수행하는 와중에 창업 아이디어를 잡기도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가혹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지인의 부탁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뛰어든 한 병원의 전산시스템 개발이 지연됨으로써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 이야기다. 80억원을 투입하고 경비로 12억원을 받게 되었으니 저자는 완전히 거리로 쫓겨날 형편에 놓이게 된다. 집도 팔고, 선산도 팔고 쪽방 원룸으로 옮겨서 월세조차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남겨진 비장의 무기는 새벽기도였다. 스크린도어 사업으로 위기를 넘기고 지금도 자신이 세운 기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편안함을 높이 치는 시대에 저자는 “풍요와 안주에 빠져 앞을 내다보지 못하게 하는 현실에 반기를 들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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