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루머의 진앙지 정치권

입력 2015-01-28 10:45 수정 2015-01-2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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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자본시장부 차장

인간사와 루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루머가 없던 적은 없었으며 모든 인간사는 어쩌면 사실에서 파생되는 소문과 추측에서 시작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고, 더욱이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전달매체를 타고 소문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 때문에 유명인이 죽음에 이를 만큼 루머가 판을 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다는 통계가 무색할 정도다.

특히 실시간으로 돈이 오가는 주식시장에서 루머의 위력은 대단하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또한 개별적으로 일정부분 제로섬 게임 성격이 강한 탓에 루머는 비정상적일 만큼 강력한 투자의 동기가 된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테마주다. 물론 정치테마주라고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일정부분 근거를 갖는 정책테마는 그 진위 여부에 따라 투자의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정치테마와 정책테마가 구별되지 않고 테마주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 주가가 요동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이런 정치테마가 자칫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초반에 매수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에 ‘폭탄 돌리기’ 게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스스로 단 한 번도 대통령 출마를 거론한 적 없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론조사에서 인기가 높게 나오자 이에 편승한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반기문’을 외쳤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구체적인 출처를 밝히지 않고 반기문 측근과 깊은 이야기가 오고갔다는 등 정치권이 루머에 불을 붙이니 반기문 테마주라 불리는 종목의 주가가 급등했다.

정책테마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사물인터넷(IoT)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50여개 국내외 기업이 참가하는 오픈소스 연합체(OCEAN; Open allianCE for iot stANdard)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이에 주식시장에서는 사물인터넷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연출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어디에서도 해당 종목이 급등할 근거는 찾지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참여 업체 수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참여기업이 어디인지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 당초 50여개 기업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60여개 기업이며 또한 해당 연합체 참여 기업으로 분류된 기업 중 상당수는 이런 것이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정부는 향후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결국 ‘이제 해보겠다’는 수준의 발표로 주가는 고공행진한 것이다.

최근 금융과 IT업계의 핫이슈인 핀테크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먼저 나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핀테크와 인터넷은행은 연초 코스닥지수를 590선까지 끌어올린 중요한 모멘텀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권의 방향 설정이 한몫했다.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치권 이곳저곳에서는 핀테크와 인터넷은행도 구분하지 않고 ‘핀테크’를 외쳤으며 우후죽순으로 핀테크 관련주들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핀테크를 말하면서 인터넷은행과 구분 못하고 금산분리를 이야기하면서 너나 없이 핀테크를 외친 결과다.

이는 ‘증세 없는 복지’ ‘연말정산’ 사태 등 사회적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와 궤를 같이한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들에게 정책 방향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알려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무책임하고 무지한 정부와 정치권의 말 한 마디가 가져오는 결과는 혼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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