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산분할 포기하겠다는 혼전계약은 무효"

입력 2015-01-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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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더라도 재산분할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혼전계약'은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재판장 이수영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남편 A씨가 부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각자의 배우자와 사별하고 외롭게 지내던 A씨와 B씨는 2003년 지인의 소개로 교제를 시작해 2004년 혼인신고 후 동거를 시작했다. A씨에게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 C군이 있었는데, C군은 뇌병변으로 장애등급 4급을 받아 지능이 초등학교 4학년 수준에 불과했다.

C군은 새어머니인 B씨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C군은 종종 'B씨가 자신을 험담한다', '돈을 가져간 것으로 의심해 경찰서에 데려가겠다고 겁을 줬다'는 등의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전하기도 했다. 2004년 C군은 손목을 칼로 그어 자살을 시도했고, 2년 뒤에는 가출해 노숙자 생활을 했다. 2011년에는 뇌경색이 악화돼 입원치료를 받는 상태가 됐다.

A씨는 C군의 상태가 나빠진 게 B씨의 학대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갈등이 깊어지자 결국 A씨부부는 서로를 상대로 이혼청구소송을 냈다. A씨는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서로 각자의 재산에 대해서는 향후 간섭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했다"며 재산분할을 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설령 A씨 부부가 재산분할청구권을 미리 포기한다는 약정을 했더라도,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이러한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 부부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판단해 이혼을 인정하고, A씨는 B씨에게 8600만원의 재산분할을 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가정법원 김성우 공보담당 판사는 "이혼에 대비하는 혼전계약이 무조건 금지되는 게 아니라, 재산분할을 아예 못하게 하는 계약이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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