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이상화 ‘꿀벅지’에 새긴 11년 역사 [기업과 스타]

입력 2014-12-29 06:49 수정 2014-12-3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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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다년간 후원을 이어가고 있는 기아자동차다. (AP뉴시스)

“탕!” 출발 총성이 정막을 깨웠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세계기록 보유자 예니 볼프(독일)의 역주에 시선이 집중됐다. 세계신기록과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두 토끼를 노리던 예니 볼프는 1차 레이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사활을 건 질주를 시작했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비록 세계신기록은 아니지만 상대 선수보다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듯했다. 그러나 1·2차 레이스 합산 결과 금메달 주인은 예니 볼프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 스물한 살의 한국인 스프린터 이상화(25)였다. 2010 밴쿠버올림픽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의 잊지 못할 풍경이다. 이상화는 2차 레이스에서 예니 볼프에 0.01초 뒤진 37초88로 경기를 마쳤지만 1차 레이스 기록(38초27)과 합산한 결과 금메달이 확실했다. 믿기 힘든 이 장면은 ‘빙속 여제’ 이상화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던 평범한 소녀가 ‘빙속 여제’가 되기까지 과정은 참으로 고단한 행보였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이상화 곁을 지켜온 기아자동차의 진득한 후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기아차의 이상화에 대한 투자는 2005년부터 시작됐다. 세계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 여자 500m 동메달과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여자 500m 우승이 계기가 됐다. 물론 이상화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서울 은석초등학교 시절부터 줄곧 1인자를 지키며 2004년 겨울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한국 빙속 70년사에서 올림픽 금메달은 먼 나라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동계올림픽에서 김정연이 남자 1만m 12위를 올랐지만 광복 후 수십 년간 암흑터널을 걸어야 했다. 암흑터널을 뚫고 세계무대를 호령하던 배기태도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서 남자 500m 5위에 그쳤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는 김윤만이 남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기아차는 현재 국내 선수들을 포함해 전 세계 20여 개국 300여 명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그 중 이상화는 11년째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특정 스타만이 아닌 다수(20여 개국 300여명)를,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11년 이상),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어린 유망주(중학생 시절 이상화)까지도 스피드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따뜻하게 포용했다.

기아차에게 이상화는 그리도 매력적인 존재였을까. 그렇지만도 않다. 대부분의 기업은 동계종목 후원을 꺼려한다. 대중으로부터 주목받을 기회가 4년에 한 번 동계올림픽뿐이다. 게다가 기아차는 동계올림픽 공식후원사도 아니다. 선수 후원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상화는 오직 성적으로 보답했다. 단 한 번의 퇴보도 슬럼프도 없었다. 훈련을 게을리 하거나 방황하는 일도 없었다. 2013년 한해에만 4차례나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고, 올해는 동계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에 이어 월드컵 4회 연속 금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누가 뭐래도 최고의 선수였다.

스피드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사회공헌을 실천한 기아차와 성실함과 인내력으로 한계를 극복한 이상화가 만들어낸 모범적인 사례다. 세상에 이보다 따뜻한 기업과 스타가 또 있을까. 사회공헌과 실적 쌓기 사이에서 고민하는 세상의 모든 기업과 스타를 향한 소리 없는 외침이다. 한겨울 시린 가슴도 따뜻하게 녹일 아름다운 동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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