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거래금지법 본격 시행]“예금보다 골드바ㆍ비과세 보험”…올 초부터 이미 자산분산

입력 2014-12-0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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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월 개인예금 484조 인출…작년보다 89조나 더 빠져

자산시장에 큰 혼란을 줄 것으로 예상했던 차명거래금지법이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는 예상과 달리 차분한 모습이다.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이미 고액자산가들은 골드·실버바 구매, 비과세 상품 가입 등 강화된 기준에 맞춰 대비책을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법 시행 전후로 냉온탕을 오가는 돈의 흐름을 보면서 업계 PB들은 이같은 분위기가 고객들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앞으로 불법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세금을 피하기 위해 차명거래를 하면 최고 징역 5년형에 처해진다.

이를 알선한 금융사 직원도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 밖에 △채무자가 채권자의 돈을 갚지 않으려고 본인 돈을 타인 계좌에 예금하는 경우 △비자금 세탁 용도로 타인 계좌를 사용하는 경우 △불법 도박 등 불법으로 얻은 자금을 숨기기 위해 타인 계좌를 이용하는 경우 등도 모두 불법 차명거래에 해당된다.

개정안이 시행되고 첫 영업일을 맞이한 전일, 서울 중구 지역의 한 시중은행 PB센터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PB는 “차명계좌로 자산을 관리하던 고객들이 금융실명법 시행 예고일부터 꾸준히 정리를 해 시행일 전까지 자산 분배를 마친 것 같다”며 “우려했던 것과 달리 큰 혼란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들은 강화된 법망을 피해 올 초부터 자산을 분산시켜놨기 때문이다. 실제 하나은행에 10억원 이상 돈을 맡긴 고액 예금자 예금 총액은 지난 4월 말 7조6000억원에서 10월 말 7조원으로 6000억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 역시 4조7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5000억원 줄었고 신한은행도 1000억원 넘게 줄어 5조2000여억원으로 감소했다.

돈의 단위를 좀 더 쪼개 1억원으로 들여다보면 자금 유출을 더 확실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국민, 하나, 신한, 우리, 외환, 씨티, SC, 농협, 산업, 기업은행 등 10개 은행의 잔액 1억원 이상 개인 계좌에서 인출된 돈은 484조5000여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9조원이 더 빠져나갔다.

민 의원은 “5월까지는 고액 예금의 인출액이 지난해보다 줄었다가 차명거래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5월 이후 고액 예금의 인출액이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예금에서 빠져나온 돈들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은으로 대거 몰렸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1㎏당 5000만원 가량인 골드바의 판매는 지난 1월 68㎏에서 지난달 132㎏까지 급증했다. 특히 4월 59㎏였던 판매량이 5월 94㎏으로 늘어났다. 실버바 역시 지난 4월 470㎏이었던 판매량이 5월 740㎏으로 늘더니 10월에는 1000㎏까지 육박했다.

대표적 ‘세테크’ 상품인 비과세 보험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삼성, 한화, 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의 비과세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와 일시납 연금은 8월 2651억원, 9월 2823억원, 10월 3526억원 등 가파른 증가 추이를 보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법적 해석이 다양하게 생길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허용 범위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당분간 고액자산가들은 투자보다 금이나 은, 비과세 보험 상품에만 돈을 뭍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품을 추천하는 금융사 직원도 함께 처벌을 받기 때문에 투자 분위기 침체는 쉽게 전환되기 어려울 것”라며 “이같은 분위기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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