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부담 안고 담배소송 예정대로 진행

입력 2014-04-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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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흡연자 패소 판결…KT&G 면죄부 받아

대법원이 흡연 사망자 유가족이 담배회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2건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10일 확정한 가운데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KT&G와 한국담배협회는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판결에 굴하지 않고 KT&G에 계속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담배소송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이날 김모씨 등 30명이 KT&G(담배인삼공사)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 2건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제조사인 KT&G와 국가가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또 담배에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제조·설계·표시상의 결함이 없다는 점도 인정됐다.

지난 1999년 소송이 제기된 지 15년 만의 확정 판결로, 담배소송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흡연과 원고들에게 발병한 비소세포암, 세기관지 폐포세포암(모두 폐암)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특정 흡연자가 흡연을 했다는 사실과 위와 같은 비특이성 질환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양자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흡연과 특정 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지만, 적어도 이번 상고심까지 올라온 원고들의 사례에선 흡연과 암 발병 사이에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상고심의 경우 항소심에서 흡연과 암 발병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법리 판단을 하지 않았다.

항소심은 흡연자 6명 중 특히 흡연과 역학적 인과관계가 높다고 알려진 소세포암과 편평세포암에 걸린 4명에 대해서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비소세포암, 세기관지 폐포세포암에 걸린 나머지 2명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들의 상고 이유에 대해서만 판단했다.

이는 대법원이 '흡연과 특정 암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획일적·전면적으로 선언한 게 아니라, 상고심까지 온 원고들의 경우에는 개별적 특성을 감안해도 흡연에 따른 발병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폐암은 흡연과 관련성이 높은 것부터 관련성에 대한 근거가 없는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전제, “흡연이 아닌 환경오염물질과 같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 직후 KT&G는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T&G는 “이번 판결은 KT&G가 담배를 제조·판매하면서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번 소송으로 인해 마치 문제 있는 제품의 제조자인 양 비쳐지는 피해를 봤는데, 판결을 계기로 그러한 오해가 불식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담배피해 공익소송에서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과 보건권을 무시하고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주는 시대역행적이고 부당한 판결”이라며 “사법부가 정의로운 판결로 담배회사의 책임을 물을 때 까지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담배소송을 준비중인 건보공단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보공단은 일단 예정대로 소송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11일 소송 대리인 모집이 마감되면 곧바로 평가를 거쳐 법무법인 한 곳을 선임한 후 최종 검토를 거쳐 이르면 14일에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송 규모와 대상은 대리인 선임 이후 확정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는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검토했던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수준인 537억원으로 잠정 결정한 상태다.

그러나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와 담배회사의 위법성, 제조상의 결함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은 이번 대법원 확정 판결이 건보공단의 향후 소송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측은 “개인이 제기한 소송은 담배사의 책임을 입증하기에 한계가 있지만 공공기관인 공단은 공단의 검진자료를 비롯한 대규모 자료를 바탕으로 한 만큼 상대적으로 입증이 쉽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과는 양상이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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