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아이에서 한 사람의 여자로…부끄러운 게 아니야"

입력 2012-07-0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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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에 대한 5가지 이야기

▲일러스트=사유진 기자
# 넓적다리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밀물에서 발견되는 것이 바로 그 본질이다. 이미 자기 조건을 받아들였다면 소녀는 그 사건을 즐겁게 맞이한다. ‘이제, 너는 한 사람의 여자이다’ - ‘제 2의 성’, 시몬느 드 보봐르

‘생리’. 가장 여성다운, 인류의 절반이 평생 경험하는 현상이지만 생리에 대한 담론은 지극히 폐쇄적이다. 여성 스스로 ‘생리’라는 단어를 부끄러워 하고 자신의 생리 주기를 정확히 아는 사람도 드물다. 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생리에 대한 소소한 5가지 이야기를 풀었다.

◇638만4000원. 여자가 절대 아낄 수 없는 돈 = 여성은 한 달에 4~7일, 일생에서 약 8분의 1을 생리 중인 상태로 보낸다. 생리기간 7일 하루 3~4시간마다 생리대를 교체한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사용하는 생리대는 평균적으로 35개다. 여성의 월경기간은 대략 38년이므로 일생 350~400번의 생리를 경험한다.

모 브랜드의 생리대 중형(18개입) 가격을 약 7000원으로 잡고 계산하면 한 달에 평균 1만4000원이 든다. 1년이면 16만8000원. 여자는 일생 생리대를 사려고 638만4000원이 지출한다. 여기에 팬티라이너, 물티슈 등 위생용품까지 구입하면 비용은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낳은 일회용 생리대 =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모든 물자가 부족했고 병원도 다름없었다. 면 솜이 부족해지자 킴벌리 클락(Kimberly Clark)은 나무펄프로 만든 면제품인 셀루코튼(Cellucotton)을 개발했다. 셀루코튼은 천연 코튼 대비 5배 넘는 흡수력과 싼 가격으로 군납을 시작했다.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간호사들은 늘어나는 환자와 부족한 일손으로 재래식 천 생리대를 세탁할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남자군인들 사이에서 피묻은 천 생리대를 처리하기도 쉽지 않았다.

간호사들은 부드럽고 흡수력 좋은 셀루코튼 조각을 거즈로 여러 겹 싸서 임시 생리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일회용 생리대의 시초다. 1929년 킴벌리 클락은 이를 일회용 생리대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서양보다 50년 늦게 도입 = 생리대가 최초로 만들어진 것은 1920년대지만 한국은 50년이 지나서야 처음 등장했다. 그전까지는 광목 등으로 기저귀를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근대까지 생리는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져 생리를 시작하면 어머니가 딸에게 몰래 하얀 광목 천을 주었다.

한 번 받은 광목천은 사용 후 계속해서 몰래 빨아 썼다고 한다. 이 천 기저귀를 ‘개짐’이라 불렀다. 개짐을 오래 사용할수록 가뭄이나 전염병이 도는 위급한 상황에서 부적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1년 유한킴벌리가 국내 최초로 여성 생리대 ‘코텍스’를 생산하면서 여성들이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 생리대 광고를 금지한 방통위 = 믿기 힘들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생리대 광고가 허용된 것은 지난 1995년부터다. 한국에 일회용 생리대가 처음 등장한 것이 1971년이니 20년이 넘도록 생리대 광고는 볼 수 없었던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1995년 방송광고 심의규정이 개정되기 전까지 생리대는 혐오감을 줄 수 있는 품목으로 분류해 방송 광고를 금지했다.

◇ 생리는 불경스러운 것? = 생리에 대한 관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우 부정적이었다. 동양에서는 천제(天祭)는 물론 집안 제사조차 월경 중인 여성을 배제했다. 중세 서양에서 월경 중인 여성은 종교적인 정화절차를 거쳐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됐다.

여성의 월경은 불결하므로 신성한 영역이나 물건에는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프리카 대다수 부족도 여자가 생리를 하면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집으로 보낸다. 생리 중인 여자는 생리가 끝날 때까지 나올 수 없다.

모든 인류가 생리를 불경하게만 보는 것은 아니다. 호주의 무탄트족은 생리혈을 약재로 사용한다. 부족의 샤먼은 생리혈을 지니고 있다가 다리가 부러지거나 부상으로 상처가 난 곳에 생리혈로 치료한다.

여성학자들은 생리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관념을 남성위주의 역사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여성학자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그녀의 저서 ‘여성망명정부에 대한 공상’에서 ‘어느 날 갑자기 남자가 월경을 하고 여자는 하지 않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고 묻는다.

그녀는 “그렇게 되면 분명 생리란 부럽고도 자랑할 만한 남성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그리고 많이 하는지 자랑삼아 떠들어댈 것이다”고 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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