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엘니뇨에 식량 가격 급등 조짐…개도국 식량난 위험 고조

입력 2023-07-17 15:1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태국산 쌀 수출 가격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
밀 생산량, 전년 대비 30% 줄어들 전망
설탕·초콜릿 원료 가격 이미 고공행진
1997~1998년 엘니뇨 인한 세계 경제 손실액 5.7조 달해

‘엘니뇨’ 현상 발생으로 전 세계 식량 가격이 급등할 조짐이다. 이미 일부 품목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주식인 쌀이나 밀의 가격 상승도 우려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6일 보도했다.

엘니뇨는 적도 인근 동태평양 수온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 가뭄과 폭우 등의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농작물 흉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엘니뇨가 지구를 덮친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엘니뇨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호주, 서아프리카 등지의 가뭄을 초래한다. 가뭄의 영향으로 작황이 나빠져 수출량이 줄면 전 세계 식량 가격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식량 인플레이션 장기화는 곧 개발도상국이 식량난에 빠질 가능성이 커짐을 의미한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태국은 엘니뇨로 쌀 생산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6월 태국의 2023~2024년 쌀 생산량을 1970만 톤(t)으로 전월 전망치보다 80만 톤(3.9%) 하향 조정했다.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예측에 쌀 시세는 상승했다. 국제 지표인 태국산 쌀의 방콕 수출 가격은 현재 1톤당 535달러(약 67만7200원)로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쌀과 함께 주식인 밀도 생산량 감소가 우려된다.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 밀 수출국인 호주는 강우량 감소로 향후 밀 수확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호주농업자원경제과학국(ABARES)은 2023년~2024년 밀 수출량이 전년 대비 29% 감소한 210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보리와 유채 수출도 전년 대비 30~40% 감소할 전망이다.

▲2019년 3월 13일 필리핀 마닐라 만달루용 거리에 엘니뇨 현상으로 물 부족 사태를 겪는 주민들이 물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마닐라/AP뉴시스
▲2019년 3월 13일 필리핀 마닐라 만달루용 거리에 엘니뇨 현상으로 물 부족 사태를 겪는 주민들이 물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마닐라/AP뉴시스
설탕 원료인 조당(사탕수수당)의 국제 시세는 4월 말 약 1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가격이 8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엘니뇨 영향으로 강우량이 줄면서 주요 생산국인 인도의 수탕수수 흉작 우려가 커진 게 원인이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콩도 주산지 코트디부아르의 흉작으로 6월 말 46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인스턴트 커피용 로부스타 원두는 6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식품이나 화장품, 세제 등에 널리 쓰이는 팜유 가격 상승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팜유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앞서 2002년과 2009년 엘니뇨가 발생했을 당시 팜유 가격은 전년 대비 30~70% 상승했다.

엘니뇨에 따른 이상기후는 세계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5월 미국 연구진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과거 엘니뇨가 세계 경제에 끼친 손실은 1982~1983년 당시 4조1000억 달러였다. 1997~1998년에는 손실액이 5조7000억 달러에 달했다.

식량 가격 상승이 저소득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외화 부족으로 충분한 식량을 수입하기 어려워지면 식량난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12일 발표한 ‘2023 식량 안보·영양 현황(SOF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식량 위기에 직면한 24억 명 중 절반이 아시아, 40%가 아프리카 지역에 있었다. 닛케이는 엘니뇨로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지역과 식량 위기 지역이 겹치므로 장기적인 기후변화 억제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지난해 가장 잘 팔린 아이스크림은?…매출액 1위 공개 [그래픽 스토리]
  • 개인정보위, 개인정보 유출 카카오에 과징금 151억 부과
  • 강형욱, 입장 발표 없었다…PC 다 뺀 보듬컴퍼니, 폐업 수순?
  • 큰 손 美 투자 엿보니, "국민연금 엔비디아 사고 vs KIC 팔았다”[韓美 큰손 보고서]②
  • 항암제·치매약도 아닌데 시총 600兆…‘GLP-1’ 뭐길래
  • 금사과도, 무더위도, 항공기 비상착륙도…모두 '이상기후' 영향이라고? [이슈크래커]
  • "딱 기다려" 블리자드, 연내 '디아4·WoW 확장팩' 출시 앞두고 폭풍 업데이트 행보 [게임톡톡]
  • '음주 뺑소니' 김호중, 24일 영장심사…'강행' 외친 공연 계획 무너지나
  • 오늘의 상승종목

  • 05.2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217,000
    • -2.4%
    • 이더리움
    • 5,279,000
    • +1.99%
    • 비트코인 캐시
    • 680,000
    • -2.58%
    • 리플
    • 732
    • -0.54%
    • 솔라나
    • 242,300
    • -2.69%
    • 에이다
    • 645
    • -3.3%
    • 이오스
    • 1,142
    • -2.81%
    • 트론
    • 160
    • -4.19%
    • 스텔라루멘
    • 150
    • -2.6%
    • 비트코인에스브이
    • 89,000
    • -3%
    • 체인링크
    • 22,570
    • -1.48%
    • 샌드박스
    • 611
    • -4.0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