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4차 산업혁명] 일본 스가 신정권과 NTT그룹의 재편

입력 2020-10-0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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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교수, 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일본 최대 통신그룹인 NTT가 9월 29일 독립 자회사 NTT도코모를 100% 완전자회사로 통합한다고 발표하자 국내외 언론과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엔 7년 8개월에 걸친 아베 정권의 뒤를 이어 9월 16일 공식 출범한 스가 요시히데 정권과 연계시키려는 시각이 많다. 스가 총리는 가장 중요한 핵심 정책으로 ‘디지털 청(廳)’ 신설을 들고 나온 데다 오랫동안 견지해 온 통신요금 인하를 신속히 실행에 옮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NTT의 NTT도코모 완전자회사 발표는 정경합작에서 나왔다는 게 중론이다. NTT는 한국의 KT와 같이 그 뿌리가 공사(公社)이기 때문에 아직도 정부 계열의 관습이 남아 있다. 여하튼 NTT도코모는 1992년 NTT로부터 분리 독립한 이래 28년 만에 다시 NTT로 흡수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인 자민당은 NTT가 NTT도코모를 완전자회사를 결정한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전략이 신속하게 추진될 것이며 휴대전화 요금 인하도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명했다. 특히 정치 쪽에서는 일본에도 진작에 (미국 IT 대기업) GAFA 같은 기업이 있어야 했고 나라도 연구개발 투자에 힘을 쏟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반성도 나왔다. 이에 대해 NTT도코모 직원들은 ‘NTT도코모가 홍콩이 됐다’는 말로 충격을 털어놨다. 홍콩은 ‘일국이제도(一國二制度)’ 아래 고도의 자치를 인정받아 왔는데 최근 중국 정부가 급격히 중국 체제로 흡수하고 있다. 도코모 직원들은 NTT에 의한 완전자회사화를 ‘홍콩국가안전유지법’ 시행에 비유했다. 마치 홍콩처럼 ‘금달걀을 낳는 닭’이었던 도코모를 중국 같은 거대 조직인 NTT가 잡아먹는 꼴이 됐다는 얘기다.

어떻든 합병의 빌미를 준 것은 도코모 측이다. 본체로부터의 독립경영을 발판 삼아 그룹의 최대 캐시카우로 성장한 도코모는 근년 들어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도코모와 KDDI, 소프트뱅크 등 3개사가 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도코모는 시장 셰어는 가장 크지만 영업이익이 3위로 떨어진 채 고전하고 있다. 이러한 상장 자회사를 지켜봐 온 친회사 NTT가 경영 관여를 강화하려고 나선 것은 정치와 정권의 의사를 차치하더라도 당연한 이치일 듯싶다. 이제부터 세인의 관심은 지금까지 갈라파고스화로 지적돼 온 일본의 통신산업이 과연 세계로 활짝 날개를 펴는 계기가 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우선 NTT의 변화 경영이 몰고 올 임팩트다. NTT는 4조2000억 엔(약 44조 원)의 거액을 투자하여 상장 자회사 NTT도코모를 완전자회사로 하면서 세계 수준의 다이내믹한 환경변화에 대응하려는 속뜻을 갖고 있다. 글로벌 전개를 시야에 넣고 그룹 재편을 하는 것이다. 그 첫 행동이 친회사 NTT와 자회사 도코모가 동시에 주식을 상장한 ‘친자(親子)상장’ 의 해소다. 일본에서는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사례가 많은데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예컨대 친자 간에 이익이 상반될 때 친화사 쪽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여 자회사 쪽의 일반주주들에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이 늘 지적되어 왔다. 일본 주식시장에는 NTT와 같은 민영화 종목의 친자 상장이 200건에 달해 NTT의 이번 결단은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NTT가 매수자금 전액을 부채로 조달하여 부채비율이 통신업계 평균을 훨씬 웃돌게 된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그래도 NTT는 그룹 재편으로 경영의 자유도가 어느 정도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스가 정권이 추진하는 통신요금 인하에 NTT가 기동적이고 전략적으로 요금 변경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정비된 셈이다.

다음은 그룹 재편이 NTT의 경쟁력 강화로 직결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일본 정부와 산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대목이다. 지금은 NTT가 동력을 많이 잃었지만 일본 정보통신 연구개발의 총본산이었기 때문이다. 신정권 출범과 함께 탈(脫)갈라파고스, 통신복권(復權)에 대한 기대가 한껏 모아지고 있다. 사실 NTT의 역사는 기술개발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 오사카 세계 박람회에서 무선전화기를 공개한 이래 73년 NEC(일본전기) 등과 대형 범용 컴퓨터를 개발해 컴퓨터 산업의 기초를 놨다. 77년에는 64k 반도체 메모리를 시작했고 광파이버(광섬유) 양산기술을 개발했다. 이어 85년 디지털 교환기 실용화, 91년 대용량 영상데이터 고속전송실험, 99년 휴대 네트워크 ‘i모드’를 개시했다. 2015년 4K, 8K영상전송용 LSI(대규모 집적회로)를 개발했고, 2019년에는 초저소비 에너지 광트랜지스터를 실현했다. 이제 거대 그룹의 개발력을 재결집하여 세계로 나선다고 한다. NTT가 차세대 통신규격 ‘5G’를 넘어 재빨리 ‘6G’로 불리는 차차세대 통신규격의 기술개발에 힘을 쏟으며 세계 전개의 기회를 탐색하고 있는 것은 그 상징적 사례 중의 하나다. NTT 그룹재편은 디지털 정부를 기치로 내건 스가 정권의 첫 번째 승부처인 동시에 세계 통신시장에서 뒤처졌던 NTT의 최후의 도박이 되는 셈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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