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플랜B 대 플랜B 대 플랜B

입력 2019-1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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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믿고 나대는 똘마니들은 어느 사회에나 있다. 국제사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1:1로 붙었다 깨져도 일진에게 일러바치고 뒤로 숨으면 큰형님께서 해결해 주시니 입만 털면 된다. “형님, 쟤 믿으면 안 되는 놈이에요”라고 떠벌린 뒤 트럼프 뒤로 몸을 감춘 아베의 잔머리는 유치찬란하지만 효과적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를 상대해야하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났을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큰 형님까지 나섰으니 난감해졌을테다.

이번 사달의 시작점부터 복기를 해봐도 문 대통령이나 우리나라의 잘못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사는 오롯이 일본의 과오며, 대법원 판결은 한국 법원의 고유권한이다. 반면 역사와 법적 판단에 관한 문제를 엉뚱하게도 경제와 결부해 시비를 건 쪽은 아베다. 경제로 공격해오니 우리는 불매운동과 일본의존도 낮추기 같은 경제로 대응했다. 자기소개인 “믿을 수 없는 나라”라며 갑자기 안보로 엮으니 우리도 군사정보공유 중단이라는 안보로 맞섰다.

어느 대목에서도 문 대통령이나 우리 정부의 그릇됨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일은 꼬여만 간다. 뭐가 문제였을까. 잘못은 없어도 실수가 있었을지 모른다. 이번 일을 큰 형님 시각에서 한 번 재구성해보자. 큰 형님은 왕서방과 맞짱을 준비 중이다. ‘일대일로’를 그냥 놔두면 태평양구역을 접수하고 결국은 일진자리 내놓으라 할 테니 더 크기 전에 눌러둬야 한다. 그래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세워 인근 똘마니들이 포위토록 했다. 일본과 인도, 호주 등을 왼팔과 오른팔쯤으로 삼고 한국과 싱가포르, 대만 등이 왼 다리와 오른 다리가 되어 돕는 전략이다. 컨트롤타워는 큰 형님이고, 극동구역 행동대장은 아베, 총알받이는 이니가 제격이다. 그런데 행동대장과 총알받이가 투닥댄다. 둘을 불러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부터 쌓인 감정이다. 그리고 푼돈 문제다. '겨우 그런 일'로 글로벌 군사정보 네트워크에 구멍이 났다. 큰 형님 눈에는 누가 문제아일까.

총알받이는 고지식하다. 옳으니까 직진이다. 행동대장은 뻔뻔하다. 쟤가 저질렀고 난 형님편이다. 그런데 둘 다 물러서기엔 너무 멀리 왔다. 모욕감은 이제와서 굽히는 쪽 몫이다. 그러니 지소미아는 강을 건넌다고 봐야할 것 같다.

이제 관건은 세 나라가 지소미아가 종료에 대비해 어떤 카드를 준비했느냐다. 큰 형님은 플랜B에 일가견이 있다. 플랜C나 D도 있을지 모른다. 우리와 일본도 플랜B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큰 형님의 체면도 생각해야 한다. 왕서방도 플랜B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 것이다. 결국 최종 목표물은 으니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왕서방은 한미일이 새로 합의한 플랜B가 마음에 안 들면 어깃장을 놓을게 뻔하다. 만만한 상대를 골라 괴롭힐텐데, 그게 누구일까.

박근혜 정부 시절 어설픈 친중 노선에 큰 형님이 불편해하자 사드가 들어왔다. 사드는 왕서방의 진노를 불렀고 경제보복으로 이어졌다. 왕서방에게 우리 입장도 생각해주는 강호의 의리 따위를 기대한게 실수다.

문재인 정부 들어 큰 형님은 지소미아 종료가 친중노선의 결과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큰 형님은 이미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이득을 보는 쪽은 왕서방"이라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한 바 있다. 한국은 플랜B를 통해 식어가는 큰 형님의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 그런데 왕서방이 지켜보고 있다. 세상의 중심인 줄 아는 왕서방이 이번이라고 변방의 입장 따위 봐줄리 없다. 눈을 왜 그렇게 뜨는지 언니 마음에 안 들면 때려서 길들여온 자들이다.

큰 형님은 불쾌하고 행동대장은 약삭빠르다. 왕서방은 잔뜩 벼르는 중이고 은이는 철없는 불장난에 신이 났다.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한반도 주변이 온통 화가 나있다. 그들은 평등한지 공정한지 정의로운지 별 관심 없어 보인다. 계산기 들고 기다리는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 결국 플랜B에는 선택이 담길 수 밖에 없다. 이번 선택으로 고립무원에 빠진 한반도에 한 가닥 길이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또 실수하면 성질만 더러운 글로벌 호갱님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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