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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주택시장

입력 2019-10-21 06:30

“의심하지 마라.” “아직 배가 고프다.” 확신에 찬 목소리들만 가득하다. 최고가 경신이라는 단어는 이제 식상하다. 서울 집값 얘기다.

진앙지는 새 아파트다. 요즘 신축 아파트 몸값은 하늘을 찌른다. 수요는 넘치는데 매물은 씨가 마른 탓이다. 전고점을 훌쩍 넘어선 곳도 수두룩하다.

집값 상승은 신축을 넘어 구축 단지, 심지어 나홀로 아파트까지 옮겨붙었다. 강남북을 가리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값은 18주 연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에는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서둘러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려든 결과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불안감이 추격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서울 청약시장은 그야말로 ‘박이 터질’ 지경이다. 청약경쟁률은 수백 대 일을 기록하기 일쑤고, 청약 당첨 가점은 날로 치솟고 있다.

인기 분양 단지는 당첨자 최고 가점이 70점대 후반~80점대 초반으로 만점(84점)에 가까울 정도다. 웬만한 단지도 당첨 ‘커트라인’이 60점대로 올라섰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지기 전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가점 부자’들이 대거 청약통장을 꺼내든 것이다. 지금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로또 ’가 된 분양 물건을 잡으면 대박을 치는데 팔짱 끼고 구경만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렇다 보니 연초만 하더라도 당첨권에 들었던 40~50점대는 이제 명함도 내밀기 어렵다. 가히 ‘청약가점 대란(大亂)’이라 부를 만하다.

청약 가점 60점대는 무주택 기간 15년(30점), 청약통장 기간 15년 이상(17점), 부양가족 2인(15점) 등의 조건을 갖춰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30대와 40대 초반으로선 자녀 수를 2~3명 늘리지 않는 한 도저히 청약 당첨권에 들 수가 없다. 3040세대가 서울 주택 매매시장에서 최대 구매층으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서울에서 매매 거래된 아파트 3만1292채 가운데 절반이 넘는 1만7322채를 3040세대가 사들였다. 집값은 계속 오를 것 같은데 청약 가점이 낮다보니 부랴부래 기존 주택 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방 ‘큰 손’들의 서울 아파트 매입도 늘고 있다. 지난달 거래된 서울 아파트 5채 중 1채는 외지인이 샀다고 한다.

부동자금이 1000조 원에 이르는 가운데 수십조 원의 3기 신도시 토지 보상금까지 풀리면 부동산 쏠림현상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쯤 되면 ‘서울 불패론’이 힘을 받을 만하다.

요즘 같은 때는 남들 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 같고 나만 뒤처지는 듯싶어 불안하다. 지금이라도 빨리 서울에다 집 한 채 마련해야 하는 건 아닌지 초조하기만 하다.

이미 ‘묻지마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너도나도 아파트 매입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이상 열기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나름 합리적 선택을 한다고 자부하던 사람들도 ‘상황의 힘’에 무너지기 십상이다. 집값이 계속 더 오를 것으로 확신하면서 낙관적 전망 외에는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럴 땐 집값 거품 우려 같은 불편한 지적은 설 자리가 없다.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편향의 굴레에 빠져 덥석 덤볐다가는 정말 땅을 칠지도 모른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이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끝없는 상승도, 바닥 없는 하락도 없다.

시장의 유혹은 잠시 달콤하나 그 끝은 꽤 쓰다. 한 차례 거품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끔찍한 후유증이 뒤따른다. 서울 불패 신화도 영원할 수 없다. 거품이 꺼지면 모래성처럼 속절없이 무너지는 게 부동산 불패 신화다.

아직 강세장이 무르익지도 않았는데 거품을 이야기할 때냐고 핀잔을 들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예방접종 주사는 미리 맞는 게 좋다.

서울 집값이 당장 앞으로 빠지란 법은 없다. 물론 더 오르란 법도 없지만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세계에서 유일하게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눈 앞의 숫자(집값 변동률)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이 어떤지 파악하는 안목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 시장을 멀리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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