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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강국 코리아] ‘경제영토’ 확장으로 보호무역 벽 넘어 시장 다변화한다

입력 2019-10-03 15:20

57개 국가와 16개 FTA 체결… 美·中 무역분쟁 속 안전판 역할… ‘日 텃밭’ 신남방 국가와 새 협정 공들여

반도체 업황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우리 수출이 고전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엔 수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해법은 세계경제영토 확대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미국에 편중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진행 중인 FTA 협상을 신속하게 체결해 현재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7%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FTA 네트워크를 90%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04년 칠레 시작으로 52개국과 15개 FTA 체결=한국의 FTA 역사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시장개방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의 대립으로 2003년 결렬되자 지역 간 무역자유화(FTA)가 급부상했다. 자유무역을 원하는 몇몇 국가가 FTA 체결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도 WTO 전 회원국 간의 자유무역 효과를 위해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이 불가피했다.

특히 무역 규모가 GDP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한국 제품의 가격쟁쟁력을 유지하고, 안정적인 해외 수출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FTA가 절실했다.

정부는 FTA 추진 전략으로 상품 분야에서의 관세 철폐뿐 아니라 서비스, 투자,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기술표준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FTA 추진에 나섰다.

결국 2004년 최초로 칠레와 FTA를 체결했다. 첫 체결국으로 칠레를 선택한 이유는 우리의 민감 분야인 농산물이 상호 보완관계에 있고, 한국의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전략광물자원을 다량 보유하고 있어서였다.

칠레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싱가포르(2006년)와 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EFTA·2006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2009년), 인도(2010년), 유럽연합(EU·2011년), 페루(2011년), 미국(2012년), 호주(2014년), 캐나다(2015년), 중국(2015년), 뉴질랜드(2015년), 베트남(2015년), 콜롬비아(2016년), 터키(2018년), 코스타리카·엘살바도르·온두라스·니카라과·파나마(중미 5개국·2019년) 등 57개국과 16개 FTA를 체결했다.

최근에는 한·영 FTA, 한·이스라엘 FTA가 타결됐다. 우리나라의 FTA 네트워크는 전 세계 GDP의 77%에 이른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수의 FTA들을 순차적으로 체결해 우리나라의 세계경제영토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FTA 네트워크, 미·중 무역분쟁 속 안전판 역할 톡톡=우리나라의 광범위한 FTA 네트워크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세계 경제의 교역 위축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의 전체 교역액은 5623억 달러로 전년보다 6.9% 감소했다. 다만 FTA를 맺은 52개 국가와의 교역액(3605억 달러) 감소율은 5.3%였다.

이 중 FTA 발효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액(1981억 원)은 전년보다 7.6% 줄긴 했지만 전체 수출 감소율인 8.7%와 비교하면 선방한 것이다. 무역수지의 경우 전세계 대상으로는 192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FTA발효국으로 한정할 경우 두 배에 가까운 357억 달러 흑자를 냈다.

관세청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 속에도 FTA 교역이 무역수지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FTA가 글로벌 교역 위축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시아 국가 최초로 이스라엘과 FTA를 맺은 것도 큰 성과다. 하이테크 원천기술 다량 보유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국가로 꼽히는 이스라엘과 FTA를 맺음으로써 일본 수출규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소재·부품 수입 다변화의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신남방 지역 핵심경제영토로 편입 박차=정부는 올해 하반기에도 FTA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은 신남방 지역이다.

정부는 2017년 11월 중국, 미국, EU, 일본 중심의 교역에서 벗어나 아세안, 인도로의 시장을 다변화해 한국의 핵심 경제영역을 확장하는 신남방 정책을 수립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RCEP의 연내 타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 및 한·중·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아·태지역 메가 FTA(세계GDP 32%·세계교역 29% 차지)다.

우리나라는 참여국 15개국 중 일본을 제외한 14개국과 FTA를 체결하긴 했지만 RCEP는 기존 FTA들보다 높은 수준의 시장자유화를 지향하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주의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자유무역주의의 우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는 연내 RCEP 타결이 불발될 것에 대비해 올해 11월 타결을 목표로 신남방 주요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과 양자 FTA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는 베트남, 싱가포르를 포함해 아세안 5대 교역국과 양자 FTA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여기에 상품양허 개선, 원산지 기준 완화 등을 목표로 하는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협상과 한·아세안 FTA 추가자유화 협상까지 완료되면 신남방 정책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남방 지역을 한국의 핵심 경제영토로 편입시키기 위해선 FTA 추진과 함께 공적개발원조(ODA)에도 힘써야 한다고 주문한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선임연구원은 “신남방 지역은 일본의 텃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이 일찍부터 ODA를 통해 공장을 지어주는 등 신남방 국가들과 철저한 동반자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물류, 에너지 등 경제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ODA 사업을 확대해 경제파트너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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