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리키 파울러와 꼬마팬의 잔잔한 감동 드라마

입력 2018-02-05 07:37 수정 2018-02-0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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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키 파울러와 1호팬 그리핀 코넬(사진=리키 파울러 인스타그램)
▲리키 파울러와 1호팬 그리핀 코넬(사진=리키 파울러 인스타그램)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리키 파울러(30ㆍ미국)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무대는 음주가무와 고성방가가 허용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파71)에서 열린 미국 프로 골프(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690만 달러).

파울러는 첫날부터 그의 ‘1호 팬’ 그리핀 코넬의 사진을 모자에 부착하고 그린에 나섰다. 팬들은 무척 궁금했다. 이유가 뭘까. 대회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23일 코넬이 ‘하늘나라’로 갔기 때문이다. 코넬은 선천성 호흡기 질환으로 7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스코츠데일 인근에 살았던 코넬은 5년 전 이 대회에서 처음 파울러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마음이 따뜻한 파울러는 이 꼬마팬과 친구가 됐다. 코넬은 이후 열성팬이 됐다. 이 대회는 몸이 좋지 않아 멀리가지 못하는 코넬은 파울러의 경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파울러는 이번 대회에 앞서 코넬의 아버지를 만났다. 그는 코넬의 아버지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파울러는 받은 사진을 모자정면 메인 스폰서 로고 바로 왼쪽에 달고 경기를 시작한 것이다.

파울러는 “그동안 코넬은 특별한 존재였다. 미스샷을 날린 뒤에도 코넬의 얼굴을 보면 위안을 받았다. 정말 큰 힘이 됐다. 잘 치든 못 치든 코넬은 항상 나를 응원했다. 이는 내게 특별한 생각을 갖게 했다”고 밝혔다.

파울러는 “그리핀, 너는 내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어! 넌 언제나 우리 팀이야!”라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파울러는 “이제는 우리가 코넬과 가족을 위해 기도와 응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넬과 가족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덧붙였다.

파울러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컵을 코넬에게 선사하지는 못했다. 꼬마팬의 보이지 않는 응원 덕분에 3라운드까지 2위와 1타차 단독선두에 나섰지만 최종일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다. 최종일 2타를 잃어 합계 11언더파 272타로 공동 11위에 머물렀다.

그가 이번에 보여준 행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아닌가 싶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명예만큼 의무를 다한다는 얘기. 노블리스는 원래 '닭의 벼슬'을 의미하고, 오블리주는 '달걀의 노른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닭의 사명이 자기의 벼슬을 자랑하는데 있지 않고, 알을 낳는데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고전적 의미다.

물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프랑스어로 '고귀한 신분(귀족)'이라는 노블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주의 합성어. 1808년 프랑스 정치가 가스통 피에르 마르크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출신의 그는 우리에게 사실 잘 알려진 선수다.

재미난 사실은 첫 우승을 한국에서 했다. 2011년 충남 우정힐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내셔널 타이틀인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우승컵을 안았다.

이후 2012년 PGA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도이치뱅크 챔피언십, 그리고 지난해 혼다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라 PGA투어 통산 4승을 올렸다. 지난해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한 이밴트 대회 히어로 월드 챌린지 우승했다.

인감미 넘치는 파울러의 우승을 빨리 보고 싶은 것이 팬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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