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자 변경’ 도시바 막판 변심 배경에 ‘삼성’ 있었다

입력 2017-08-25 08:49 수정 2017-08-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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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매각 둘러싸고 대립하던 WD와 재결합 추진…플래시메모리 세계 1위 삼성 독주 견제하지 못할 것 불안감

반도체 메모리 사업 매각을 둘러싸고 대립하던 일본 도시바와 파트너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재결합하게 된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 매각과 관련해 24일(현지시간) 경영회의를 열어 우선협상대상자를 기존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서 WD 진영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양측은 이달 말까지 최종 합의를 목표로 인수 금액과 WD의 출자 형태 등 세부사항을 논의할 방침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가 이처럼 돌연 ‘변심’을 한 배경에는 플래시메모리 분야 세계 1위인 한국 삼성전자가 독주하면서 양사 모두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당초 도시바는 지난 6월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등 한미일 연합에 우선협상권을 줬다. 그러나 WD가 자사 이외 다른 진영에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할 수 없다며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매각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WD는 국제중재법원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원 등에 도시바메모리 매각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걸기도 했다.

사실 도시바와 WD는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관계다. 도시바의 욧카이치 메모리 공장은 양사가 각각 절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진이 정보를 공유해 제품을 개발해왔으며 특허 교환도 이뤄졌다. WD는 하드디스크(HDD) 부문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해왔지만 데이터 저장매체가 플래시메모리로 대체되는 추세 속에서 돌파구로 지난해 5월 샌디스크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샌디스크와 도시바가 맺고 있던 파트너십을 그대로 승계받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르키트에 따르면 낸드플래시메모리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의 367억 달러(약 41조3976억 원)에서 오는 2021년에는 40%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놓고 대립이 첨예했던 이달 초, 도시바가 욧카이치 공장의 새 생산설비를 단독으로 투자하겠다고 선언하자 WD에 위기감이 고조됐다. WD는 메모리 생산을 욧카이치 공장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에 참여하지 못하면 최신형 메모리를 조달하는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도시바 역시 WD와 대립이 계속되면 메모리 사업 경쟁력이 저하될 위험을 안고 있다. WD로부터 기술 정보를 받지 못하면 그만큼 새 메모리 개발이 지체되기 때문. WD가 인수한 샌디스크와 과거 손을 잡았던 것도 삼성에 대항하기 위함이었다.

욧카이치 공장 생산설비를 도시바와 WD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던 것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WD 이외 제3자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면 권리 관계가 복잡해지고 공장 운영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삼성은 세계 1위 자리를 더욱 굳혔다. 올해 1분기 글로벌 플래시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9%포인트 높아진 36.7%를 기록했다. 2위 도시바는 4.5%포인트 낮아진 17.2%, 3위 WD는 0.5%포인트 떨어진 15.5%였다.

결국 삼성이 독주 체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양사 모두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둘러싼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제품 개발과 투자 계획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결국 도시바와 WD는 원점으로 되돌아와 관계 복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WD가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면 점유율이 단숨에 30%를 넘어 삼성을 견제할 수 있다.

WD 진영은 미국 사모펀드인 KKR와 INCJ, 일본정책투자은행 등과 연계해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2조 엔(약 21조 원) 정도의 금액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각국의 반독점 심사 통과를 위해 WD는 의결권 없는 사채 등의 형태로 자금을 투입할 전망이다.

한편 한미일 연합을 지지했던 일본 경제산업성이 태도를 바꾼 것도 도시바와 WD의 재결합을 밀어줬다. 경제산업성의 한 고위관리는 “욧카이치 공장에 대한 투자 지속과 고용 보장, 안보 우려 불식 등의 조건만 충족되면 도시바의 어떤 선택도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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