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거목들⑭] 백경복 전 증권업협회장

입력 2016-05-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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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건설주 파동’ 수습…증시 재도약의 기회로

1970년대와 1980년대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도약을 거듭한 시기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 시기에 자본시장이 직진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급격한 성장에 따른 역효과로 가장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고(故) 백경복 전 증권업협회장(제32대, 제33대)은 이른바 ‘건설주파동’ 등으로 시장이 송두리째 흔들렸던 1977년~1983년 증권업계를 이끈 인물이었다. 증시의 원로들 가운데는 당시 자본시장이 다시 성장궤도를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백 전 회장의 공헌을 꼽는 이가 많다.

백 전 회장은 6년 동안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회원사 간 연락소 수준이었던 협회의 역할이 대폭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협회가 정부에 대한 정책제안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증권업계 사람이라면 백경복 회장을 업고 다녀야 한다”는 평도 있었다고 한다.

◇ 1970년대 후반 건설주파동 극복에 공헌 =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백 전 회장은 육군 중령으로 전역한 뒤 재무부에 들어가 재정차관보까지 지낸 인물이다. 김원기 전 경제부총리의 권유로 1972년부터 협회 상근 부회장을 맡았다가 1977년 증권업협회 첫 상근회장으로 선임됐다.

그가 취임할 때만 해도 한국경제 곳곳에서 즐거운 비명이 나오던 때였다. 1차 오일쇼크(1973년)에서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인 중동국가들이 진행한 대규모 건설공사로 국내 건설업체들의 ‘중동러시’가 이어졌다. 연간 경제성장률은 사상 최고치인 10%를 웃돌았다.

하지만 급격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한국 경제는 과잉유동성에 직면했다. 1977년 통화량은 2조1726억원이었는데 이는 정부가 계획한 1조93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투기 억제책이 겹치면서 시중자금이 증시로 급격히 쏠렸다. 특히 건설주는 연간 135%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급과열 양상을 보였다.

정부가 안정책을 꺼내 들 무렵 건설사들의 ‘중동특수’도 끝이 났다. 1978년 말 건설회사들이 부도로 매매거래가 정지됐고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건설주가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던 이 시기를 일컬어 ‘건설주파동’이라 부른다. 동시에 무분별한 기업공개 정책과 기업공시제도의 문제점, 증시관리 기법의 문제점 등이 동시에 터져 나왔고 시장의 공신력이 크게 훼손됐다.

백 전 회장은 어느 때보다 협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그는 증권업계와 함께 다각적인 증시안정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정부에 건의했다. 증권관계 금리 인하, 금융지원 확대, 보유채권을 발행금리로 은행에서 매입해 달라는 내용 등이었다. 1979년에는 증권협회장, 증권관리위원장, 증권거래소 이사장 등 5인으로 구성된 증권시장안정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협회의 건의는 실제 정부의 증권관련 제도보완에 반영됐다”면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1978년 8월 이후 정부는 신용거래허용, 증권거래세율 인하 등 주가부양대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이듬해인 1979년 1월부터는 증권거래세 기본세율을 0.5%에서 0.2%로 더 낮추기도 했다.

◇ 공정규칙개정, 해외홍보 등 도약의 토양 마련 = 또한 백 전 회장은 국내 자본시장의 국제화를 가장 일찍부터 준비한 인물이기도 하다. 협회는 배 전 회장이 취임한 1977년부터 최초의 영문 홍보책자인 ‘SMK’를 발간해 해외투자자 등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는 정부의 자본시장 국제화 장기계획이 발표보다 4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이후 백 전 회장은 책자의 내용을 대폭 보완해 외국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백 전 회장은 시장의 기본적인 질서를 수립하는 데에도 백 전 회장의 임기 첫해 제정된 ‘공정관습규칙’이 한 예다. 공정관습규칙은 한국보다 앞서 있던 미국과 일본의 공정관습규칙을 본떠 만든 것으로 고객조사, 거래게시기준, 과당권유방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규칙은 시장이 여러 위기 속에서도 다시 궤도를 회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아울러 백 전 회장은 재임기간 증권시장의 여의도 이전을 앞두고 증권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활동에도 힘을 기울였다. 증권업협회가 운영하던 증권연수원은 정·관계 전반에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던 그가 회장에 취임한 1977년부터 법정 연수기관으로 인가를 받고 남산 인근의 연수원 시설을 크게 확충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백 전 회장은 협회 첫 상근회장이라는 직함에 맞게 장기적인 안목을 갖추고 협회 운영을 하셨던 분”이라며 “오늘날 금융투자협회의 역할과 조직에 대한 골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1983년까지 증권업협회 상근회장을 지낸 백 전 회장은 동서증권 고문으로 재임한 뒤 1995년 7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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