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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표절, 현주소와 문제는 [배국남의 대중문화 읽기]

입력 2015-08-03 13:53

▲표절판정을 받아 방송이 중단된 드라마 '청춘'(사진+MBC)

최근 KBS의 ‘어스타일포유’, ‘레이디 액션’부터 ‘마마도’, ‘슈퍼맨이 돌아왔다’, ‘불후의 명곡’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프로그램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 베끼기 논란에 휩싸였다. ‘레이디액션’은 MBC의 ‘진짜 사나이-여군편’, ‘마마도’는 tvN의 ‘꽃보다 할배’ 그리고 ‘불후의 명곡’은 MBC ‘나는 가수다’의 포맷과 구성 방식이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았다.이처럼 방송을 비롯한 대중문화 분야에서 표절 논란과 의혹제기는 끊임없다. 신경숙 소설 표절 소동이 일어나기전 대중문화는 수없는 표절 논란이 일었다.

“난 일본 드라마 ‘러브 제너레이션’을 본적이 없어요. 당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요!”1999년 3월 MBC 드라마 ‘청춘’에 대한 표절 제기 글을 쓰고 난 뒤 드라마 PD가 보인 첫 반응이었다. 방송위원회 조사로‘청춘’은 표절 판정이 나 드라마는 중단됐고 연출자는 징계를 받았으며 작가는 방송작가협회에서 영구 퇴출당했다.

스타 작가 신경숙의 소설 ‘전설’(1996년)이 일본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우국’(1983년)을 표절했다는 소설가 이응준의 주장이 담긴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 6월 16일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에 실렸다. 대형출판사, 스타작가, 평론가로 견고하게 구축된 문학권력의 카르텔로 감춰졌던 문학계의 추악한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표절 주장의 파장이 커지자 신경숙 작가는 6월 17일 “해당 작품(‘우국’)을 알지 못 한다”며 표절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신경숙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에 대한 의식적이고 명백한 표절”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이어지고 언론까지 가세해 비판을 고조시키자 6월 23일 신경숙 작가는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 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말장난 해명을 이어갔다.

신경숙 반응과 해명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필자의 1999년 드라마 ‘청춘’표절제기에 대한 담당 PD의 반응이었다. 너무나 유사했기 때문이다. ‘청춘’PD는 표절 원작 드라마를 알지도 못하고 그래서 본적이 없다며 법적 소송 운운했다.

▲인기가 높고 음원 상위순위를 독식하는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표절논란이 증폭된 프라이머리.(사진=MBC)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사태는 다시 한번 문학을 넘어 대중에게 보다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대중문화의 표절 상황을 목도하게 만든다. 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산업적 가치가 문화적 가치를 압도하고 있는 음악, 방송, 영화 등 대중문화 분야의 표절 문제는 문학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2007년부터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MBC‘무한도전 가요제’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산업 종사자들도 초긴장한다.‘무도 가요제’에 소개되는 음악은 곧 바로 음원시장을 석권하는 파괴력이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방송된 MBC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가 끝나자마자 한 곡에 대해 표절 제기가 봇물을 이뤘다. 박명수가 부른 ‘아이갓씨(I Got C)’가 카로 에메랄드의 ‘리퀴드 런치’를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곡을 만든 스타 작곡자 프라이머리측은 “장르적 유사성”이라며 말도 되지 않은 해명을 하며 표절을 부인했지만 원작자의 비판과 함께 표절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면서 원저작자와 합의를 했다. 작곡가 김신일은 지난 2011년 7월 박진영이 작곡한 KBS2 TV 드라마 ‘드림하이’ OST‘썸데이’가 자신이 2005년 작곡한 ‘내 남자에게’를 표절했다며 법정소송을 진행했다. 2013년 표절 혐의를 인정해 피고 박진영에게 5,693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0년 4월에는 해방이후 최대 음악표절 사건이 터졌다. 이효리 4집 앨범 수록곡의 대형 표절사건이다. 이효리 4집 앨범 ‘H-LOGIC’수록곡 14개 중 ‘하우 디드 위 겟(How Did We Get)’, ‘브링 잇 백(Bring It Back)’등 무려 6곡이 거의 번안곡 수준의 표절로 판정났다. 이 사건으로 작곡가 이재영(예명 바누스 바큠)은 구속되기까지 했다.

대중음악분야에서 표절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대중음악 표절의 역사는 오래됐다. 대중음악의 태동기인 일제강점기부터 최근까지 표절의혹이 제기된 음악은 수도 없이 많고 표절로 판정 난 노래도 적지 않다. 지난 1995년 발표한 그룹 룰라 3집 ‘천상유애’와 김민종의 ‘귀천도애’가 각각 일본 노래를 표절한 것이 들통 나 사회적 파장이 크게 일었다. 이 사건으로 룰라는 해체의 수순을 밟았다. 2000년대 들어서도 가수 MC몽과 린이 함께 부른 노래 ‘너에게 쓰는 편지’는 법원에서 표절 판정이 났고 이승철의 ‘소리쳐’ 등도 표절로 드러나 원저작자의 저작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표절 문제를 봉합했다.

영화 분야 역시 표절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 1964년 신성일 주연의 흥행작‘맨발의 청춘’이 일본 영화 ‘흙탕속의 순정’을 표절했다는 주장부터 1990년대 히트영화 영화 ‘접속’이 일본 영화‘하루’의 주요한 모티브와 장면을 베꼈다는 주장까지 한국영화 표절 문제는 끊임없이 불거졌다.

근래 들어서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헐리우드 영화 ‘데이브’를, ‘베를린’은 소설 ‘차일드44’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중문화 분야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방송 분야는 어떨까. “1970~80년대만 해도 프로그램 개편 철이면 일본 방송을 볼 수 있는 부산이나 일본 출장을 많이 갔지요. 일본 프로그램을 참조하기위해서지요”라는 한 원로PD의 말은 한국 방송 표절의 어두운 얼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언이다.

일본 시사주간지 AERA는 지난 1999년 12월 8일자에서‘한국TV 들치기(베끼기) 유행’이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한국 방송이 표절을 일삼고 있다며 30여개가 넘는 프로그램에 대한 일본 프로그램의 표절과 모방 정도를 상세히 보도한 적이 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은 2000년 발표한‘외국 프로그램 표절 및 모방 현황과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KBS, MBC, SBS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 일본 TV프로그램의 모방과 표절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만연된 우리 방송의 외국 프로그램 표절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SBS ‘게임쇼 하이파이브’ 는 일본 TBS방송의 ‘세키구치히로시의 도쿄 프렌드 파크’와 진행자 구성, 출연자의 등장방법, 게임내용, 세트 등이 거의 동일할 정도였고 KBS ‘남희석 이휘재의 한국이 보인다’는 TBS‘여기가 이상해요 일본인’과 매우 유사한 진행방식이나 제작 기법을 보였다. 이 보고서는 우리의 수많은 방송 오락 프로그램이 모방의 단계를 넘어 표절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한국 방송의 역사와 함께 프로그램의 표절 역사도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30여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KBS ‘전국노래자랑’은 시작때부터 일본 NHK ‘젠코쿠 노도지만’과 포맷이 유사해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MBC 드라마 ‘청춘’(1999년)은 표절이 드러나 방송이 중단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고, ‘여우와 솜사탕’(2002년)은 김수현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를 표절해 작가 퇴출 등 제작진 징계와 함께 3억 원의 손해배상을 해주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심지어 지난 2009년 SBS ‘스타킹’제작진이 출연자에게 일본 TBS방송 프로그램을 표절하라고 지시한 뒤 이를 방송에 내보내는 후안무치의 표절 사건도 있었다.

대중문화의 표절은 국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대중문화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대중문화의 표절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1976년 비틀스 출신의 조지 해리슨의 ‘마이 스위트 로드’가 그룹 시폰즈의 ‘히스 소 파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원작자의 제소로 표절 판정이 나는 것을 비롯해 유명 가수의 음악이나 할리우드 영화 등도 지속적으로 표절 시비에 휘말린다.

한류가 거세지고 있는 최근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 포맷을 무단으로 표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 아이돌 음악부터 퍼포먼스까지 표절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표절은 중대범죄다.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것은 마치 강도질 같다 해서 剽竊(표절)이다. 표절은 오랜 시간과 엄청난 노력, 그리고 막대한 자본을 들여 만든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무단으로 강탈하는 불법행위다. 타인의 아이디어, 창작 권리의 명백한 도둑질인 것이다. “표절은 창작에 대한 가장 큰 모독이자 권리에 대한 명백한 도둑질입니다. 음악이든 문학이든 간에 표절은 창작자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입니다. 숱한 고통과 시간을 들여 창작자가 만든 작품을 베끼는 행위(표절)는 음악계 전체에 큰 해악입니다. 영혼의 절도짓이 표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긋는 음악들을 많이 작곡한 김창완의 말이다. 김창완은 “표절은 자신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대중의 감동을 빼앗는 파렴치한 행태다”고 비판했다.

표절은 대중문화의 독창성을 상실하게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작품의 설자리를 잃게 해 결국 대중문화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가장 큰 병폐 중 하나다. 그리고 표절은 한나라의 문화 생산 역량을 떨어뜨리고 문화산업의 인프라마저 황폐화시키는 역기능을 한다.

그렇다면 대중문화 표절의 문제가 많고 지속해서 일어나는데 왜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당나라 시인 유희이(劉希夷)는 ‘해마다 피는 꽃은 비슷하건만 사람은 매년 달라져가는구나’(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라는 유명 시를 지은 사람이다. ‘대비백두옹(代悲白頭翁)’라는 제목의 시인데 장인 송지문(宋之問)이 사위의 이 시에 감탄한 나머지 자기에게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하인을 시켜 사위를 죽여 버리고 자기가 쓴 시라고 알렸다. 목숨까지 빼앗을 만큼 좋은 글을 탐하는 것은 작가의 본능인 것처럼 대중문화 창작자들도 좋은 작품에 대한 욕망은 대단하다. 이 욕망이 잘못 분출되면 표절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표절은 친고죄로 소송제기에서부터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배상액도 터무니없이 적은데다 소송 절차도 매우 복잡한 현재의 법적, 제도적 문제도 대중문화 분야에서 표절사건이 계속 방생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MC몽과 린이 함께 부른 노래 ‘너에게 쓰는 편지’의 표절 판결을 이끌어낸 작곡가 강현민씨는 “표절을 판정받는데 너무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 표절 판정이 나도 원저작자에 대한 배상액도 터무니없이 적고, 표절을 한 사람에 대한 징벌도 너무 가볍다. 이런 것들이 대중음악계의 표절을 빈번하게 하는 원인이다”고 강조했다.

▲이효리 4집 앨범 ‘H-LOGIC’수록곡 14개 중 ‘하우 디드 위 겟(How Did We Get)’, ‘브링 잇 백(Bring It Back)’등 무려 6곡이 거의 번안곡 수준의 표절로 판정.

여기에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대중문화의 표절을 규정하는 표절기준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애매모호한 점도 표절은 근절하지 못하게 하는 하나의 이유다.

대중문화의 만연된 표절은 무엇보다 제작자와 작곡가 및 작가 등 창작자들의 표절에 대한 윤리적 불감증과 함께 창작의 노력과 시간, 고통을 감수하지 않고 국내외 유명 대중문화 작품을 표절 해 쉽게 눈길을 끌어 돈을 벌려는 관계자들의 잘못된 인식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표절 판정이 나더라도 저작권자의 배상 외에 추가적 처벌을 받지 않는 등 징벌이 미약한 점도 대중문화계의 표절을 뿌리 채 뽑지 못하게 한다. ‘재수 없이 걸리면 돈으로 막으면 되고 안 걸리면 좋고’라는 대중문화 종사자들의 문제 있는 인식이 대중문화 분야에서의 표절 근절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자들 역시 표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표절 작품이라도 내가 좋으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인식 역시 대중문화 표절을 부추긴다.

1990년대 후반 일본 음악을 표절한 한국 음악의 리스트를 발표해 표절의 심각성을 일깨웠던 신용현 SBS 전PD는 “표절을 대중문화 제작자, 창작자 그리고 소비자의 3각 구도가 빚어낸 일종의 사회적 범죄다. 제작자와 창작자, 소비자가 표절이 얼마나 중대범죄인지 깨닫지 못하면 표절은 근절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30여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KBS ‘전국노래자랑’은 시작때부터 일본 NHK ‘젠코쿠 노도지만’과 포맷이 유사해 표절 논란.(사진=KBS)

그렇다면 점차 많아지고 있는 대중문화의 표절에 대한 근절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우선적으로 법적, 제도적 개선이 뒤 따라야한다.

제도적, 법적 보완과 함께 대중예술 평론가 이영미씨는 대중문화 수용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시민단체를 구성해, 시민들로부터 제보 받은 표절 혐의가 있는 작품에 대해, 국내외의 원저작자에게 표절 사실을 알려주는 일부터 시작해 표절자체가 설자리를 잃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시민단체를 통해 표절의 사실과 도덕성, 그리고 불법성을 알리고 이 과정을 통해 표절의 경각성을 일깨운다면 표절 근절에 효과가 클 것이다. 표절 등의 부도덕성에 대한 우리의 도덕성 회복은 시민운동으로만 가능하다.”

여기에 표절 판정이 나면 표절 당사자에 대해 대중문화계 활동을 일정기간 제한하거나 배상액을 크게 올리는 등 표절 징벌을 강화하는 것도 표절 감소에 일조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표절로 판정 나면 표절한 사람이 경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재기 불능의 상태로 빠질 정도로 표절의 징벌은 가혹하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는 한 칼럼에서 “1998년 영국 밴드 더 버브는 ‘비터스위트 심포니’라는 곡으로 영미 인기차트 상위를 차지했는데 곡을 쓴 리더 리처드 애시크로프트가 네 마디를 롤링스톤스의 ‘라스트 타임’에서 빌려다 쓰면서 사용 허락을 받지 않아 표절 판정이 난 뒤 곡 수익전부를 롤링스톤스에 넘기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외국의 경우, 표절에 대한 징벌은 매우 엄격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작가, PD, 감독, 작곡가, 작사가 등 대중문화 창작자들이 표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창작에 임해야하는 것이 표절을 막을 수 있는 첩경이다. ‘희야’‘비와 당신의 이야기’‘사랑할수록’‘네버 엔딩 스토리’ 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부활 밴드의 리더 김태원이 “무심코 다른 음악을 듣고 표절할까 하는 걱정 때문에 지난 20여 년 동안 다른 음악을 듣지 않았다”라고 말한 것처럼 창작자들이 표절에 대한 엄격한 자기 검열이 있어야 만이 대중문화에 있어서 표절이 근절될 수 있는 것이다.('예향'8월호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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