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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틀 벗어던지고 신차 발표회 ‘진짜 주인공’ 된 자동차

크리스 뱅글 4세대 BMW 7 ‘히트’…현대차 코나 기점으로 분위기 전환

▲자동차 메이커의 신차 발표회가 화끈하게 바뀌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미덕으로 여겼던 과거와 달리 자동차를 진짜 주인공으로 앞세웠다. 사진은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이 8세대 쏘나타 신차 발표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자동차 메이커의 신차 발표회가 화끈하게 바뀌고 있다. 역사와 전통을 미덕으로 여겼던 과거와 달리 자동차를 진짜 주인공으로 앞세웠다. 사진은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이 8세대 쏘나타 신차 발표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여러분, 아…저기, 저희가 오늘 굉장한 걸 하나 준비했는데요.”

2007년 1월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거행된 ‘맥월드 엑스포’에서 무심한 듯 프레젠테이션(PT)을 이어갔다.

청바지와 터틀넥 셔츠로 심플한 이미지를 강조한 그는 애플이 나아갈 방향성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이 세상 모든 컴퓨터가 지닌 다양한 기능을 한 손에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부추겼다.

마침내 잡스가 손가락 2개로 조심스럽게 ‘아이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들었다. 행사장은 떠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성으로 흔들렸다. 스마트폰의 서막이었다.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늘 화제였다. 쉽고 간결하면서 감동적인 말들이 가득했다.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청중을 끌었다. 단어 하나, 표정과 말투에도 세심한 준비를 아끼지 않았다.

전자업계는 물론 자동차 업계 역시 애플의 이런 파격적인 신제품 발표회를 부러워했다.

◇프로모터가 필요했던 완성차 업계 = IT와 전자업계는 일찌감치 오래된 관행을 무너뜨렸다.

자동차 업계도 가뭄에 콩 나듯, 파격적인 신차 출시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늘 실패했다. “어디 경박스럽게”라는 폄훼가 이어지기도 했다.

파격적인 신차 발표는 2000년대 시작했다. 2001년 BMW 고급차 4세대 7시리즈가 등장하면서 이 차를 디자인했던 ‘크리스 뱅글(Chris bangle)’은 이전의 관행을 보기 좋게 허물었다.

신차 발표회 때 PT도 겸했다. 일반인이 쉽게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용어를 골라 썼다.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7시리즈를 각인한 기회였다.

크리스 뱅글이 BMW를 떠난 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그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접촉에 나섰다.

현대차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뱅글은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기는 파격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2015년 12월 ‘제네시스 EQ900 신차발표회’에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신차와 함께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2015년 12월 ‘제네시스 EQ900 신차발표회’에서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신차와 함께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국무총리와 장관보다 자동차를 주인공으로 = 요즘 국내 신차 발표회는 언론사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같은 발표회를 연다.

오전에 기자단을 상대로 한 ‘보도발표회’를 진행한 뒤 오후에 같은 장소에서 일반 고객을 상대로 다시 한번 행사를 치른다.

한때 국산차 신차 발표회의 단골손님은 국무총리와 주무부처 장관이었다. 국무총리의 축사, 주무부처 장관의 격려사는 국민의례처럼 여겨졌다.

누가 주인공이고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신차가 공개되면 정장 차림의 관료들과 회사 경영진이 나란히 차 옆에 섰다. 그 끝에는 어울리지 않는 패션 모델들이 억지웃음을 보탰다.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고작 4년여 전인 2015년 말,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제네시스 EQ900 신차 발표회에 나섰을 때 이야기다.

한국 자동차 산업계에는 이런 관료주의적 사고가 가득했다.

◇넥타이 풀어낸 경영진 전면에 나서 = 본격적인 분위기 전환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달라졌다.

2017년 소형 SUV 코나 등장 때 정의선 당시 부회장은 청바지에 티셔츠 한 장을 걸치고 행사장에 나섰다.

젊은 층을 겨냥한 엔트리급(당시 기준) SUV인 만큼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대기업 총수라는 무거운 선입견을 밀어내고 관객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이후 현대차의 신차 발표회 분위기는 화끈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관료나 정치인 초청은 사라졌고 경영진의 영혼 없는 신차 소개도 사라졌다.

실제 밤잠을 줄여가며 신차 개발을 주도한 젊은 연구원들이 전면에 나서기도 한다. 신차를 디자인한 스타일링 담당자가 직접 무대에 올라 구석구석 디자인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기도 한다.

작은 변화였지만 결과는 꽤 크게 다가왔다. 이후 국내 완성차 메이커들은 속속 신차 발표회 행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스포츠 모델을 선보일 때에는 직접 레이싱 슈트를 입고 무대에 오르는 연구원도 등장했다.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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