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날 샜다’와 ‘김샜다’

입력 2019-03-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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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때가 지나 버려 기회를 놓친 상태를 말할 때 흔히 ‘날 샜다’는 표현을 한다. 영화촬영 현장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영화를 촬영하자면 당연히 낮에 찍어야 할 장면도 있고 밤에 찍어야 할 장면도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낮에 이루어지는 일이 밤에 이루어지는 일보다 많을 뿐더러, 설령 밤에 이루어지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조명을 밝히면 언제라도 촬영할 수 있지만 밤에 야외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반드시 밤에만 촬영해야 한다. 이처럼 밤 시간을 이용하여 촬영해야 하는 장면을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데 어느새 날이 밝아 버리면 아무리 연기와 촬영에 몰입해 있었다고 하더라고 촬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이때 하는 말이 “날 샜다”였다고 한다. 이것이 나중에는 영화뿐 아니라 다른 상황에도 적용되어 “때가 지나 버려 기회를 놓친 상태”를 이르는 말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흥이 깨지거나 맥이 빠져 싱거워지거나 실망하여 의욕이 없어지는 경우를 흔히 ‘김샜다’는 말로 표현한다. 언제부터인가 몇 사람이 사용하던 말이 사회에 퍼짐으로써 정착한 하나의 속어이다. 압력밥솥이나 전기밥솥은 물론 옛날에 장작불로 짓던 가마솥 밥도 채 뜸이 들기 전에 솥뚜껑을 열어서 김이 다 새어 버리면 밥이 설익어서 먹을 수 없게 되거나 먹더라도 먹기가 매우 거북한 상태가 된다. 이로부터 상황이 매우 나빠지거나 아주 못쓰게 된 경우를 일러 ‘김샜다’고 하게 되었다.

양력에 이어 음력으로 맞은 또 한 번의 새해도 이제 그 첫 달이 다 지나가고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도 모르게 방심하여 새해를 맞으며 했던 새로운 각오를 잠시 망각했다면 음력 정월이 가기 전에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을 필요가 있다. 게으르고 무절제한 생활로 본래 계획했던 일들이 김새거나 날 새는 일이 없어야 한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으로 인하여 이루어진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잘 챙겨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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