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 이런다고 아이를 낳을까?

입력 2018-07-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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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명예교수, 전 청와대 정책실장

참여정부 시절 합계출산율이 1.2를 오르내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없어질 판, 정부의 고민이 깊었다. 저출산 관련 대통령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그 틀 아래에서 여러 관련 부처가 보육 관련 서비스 확대와 다자녀 가구의 주택문제 완화 등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그런 와중에 의문이 하나 생겼다. 이 정책들은 정말 저출산 대책일까? 보육 관련 지원을 늘리는 것만 해도 그랬다.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또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출산율을 높이게 될까,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책 담당자들에게 수차례 물었다. 보육 지원을 강화하면 출산율이 올라가느냐고. 누구도 시원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는 효과가 있었다는 이야기에다, 더 내려가는 것을 막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 등이 있었다. 하지만 출산율이 올라갈 것이라 확언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들에게 말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일자리와 집값, 그리고 교육비 문제 등 미래에 대한 불안 아니겠느냐. 또 자식에 대한 생각을 포함해 가족관념 자체가 변하고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 그런데 보육 관련 지원의 강화가 이러한 불안이나 가족 관념의 변화를 막을 수 있겠나.

또 말했다.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을 말하지만, 이들의 경우 혼외 출산율이 50~60%에 이른다. 보육에 대한 지원 등이 혼외 출산 문화를 강화시켰고, 이것이 다시 출산율 제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혼외 출산에 관한 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으냐. 게다가 집값이나 교육비 등 미래 불안요인도 훨씬 더 강하고.

아니나 다를까. 지난 10여 년간 보육에 대한 지원이 끊임없이 늘어났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1.05까지 떨어졌다. 그마저 없었으면 더 내려갔을 것이라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어쨌든 출산율은 오르지 않았다. 애초부터 출산율 제고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뜻이다.

이번의 대책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한다. 이를테면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지원만 해도 그렇다. ‘신혼희망타운’을 건설하고 그 입주자에게 큰 혜택을 주는 것 등으로 되어 있는데, 자칫하면 운 좋은 신혼부부에게 ‘로또’의 행운을 주는 데 그칠 수 있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의미 없다는 이야기도, 효과가 없을 것이란 이야기도 아니다. 보육 관련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과 마찬가지로,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지원 또한 그 자체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것이 출산율을 높일까, 이 부분에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관념의 변화이다. 당연히 무엇이 이러한 불안을 만들고, 또 무엇이 가족 관념을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과 처방이 필요하다.

불안만 해도 그렇다. 향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 미래를 위한 산업정책은 보이지 않고, 이쪽 돈 가져다 저쪽에 주는 정도의 사회정책만 난무하고 있다. 근본적 고민을 해 주어야 할 정치판이라도 제대로 돌아가면 다행이련만, 여야 할 것 없이 정책역량은 바닥 수준, 희망을 품을 구석이 없다.

그래서 모두 다 안다. 보육비 지원을 받건 안 받건, 신혼부부를 위한 ‘로또’ 아파트에 당첨이 되건 안 되건, 앞으로 더 잘살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은 가시지 않고, 그 불안 속에 출산의 의지는 내려앉는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결여된 상태에서, 또 이를 챙길 주체가 시원찮은 상태에서 정부 각 부처는 자기 몫을 챙긴다. 저출산의 이름으로 보육예산을 늘리고, 저출산의 이름으로 주택건설 사업을 벌이고, 저출산의 이름으로 자리를 늘린다. 저출산 문제가 숨겨 두었던 욕심을 채우는 도깨비방망이가 되는 것이다.

훗날 꼭 살펴보자. 지금의 대책들이 정말 저출산 대책이었는지, 아니면 정부 각 부처가 저출산이란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러 얻은 전리품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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