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리더십, 유행을 좇지 마라

입력 2018-03-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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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어떤 리더십이 유행인가요?” 사람들이 묻곤 한다. 예전에 서번트(servant) 리더십이 유행일 땐 조직마다 리더가 구성원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洗足式)으로 법석이었다. 펀(fun) 리더십이 성황일 땐 리더마다 유머 한마디 배우느라 야단이었다. 요즘은 스마트 경영으로 위계질서 허물기의 수평적 리더십이 대세다.

이처럼 시대마다 힘을 받는 리더십 트렌드는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조 사회든, 4차 산업혁명 사회를 앞둔 오늘날이든 리더의 필수불가결한 역할, 리더십의 요체는 바뀌지 않는다. 군(君)엔 리더의 불변 역할이 담겨 있다. 군은 다스릴 윤(尹)과 입 구(口)로 이뤄졌다. 윤(尹)은 오른손을 뜻하는 우(又)에 막대기()를 잡은 모습이다. 다스림은 손에 막대기를 잡는 것이다. 즉 분명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여기에 입 구가 더해져 비로소 임금, 즉 리더란 글자가 완성된다. 다스림이 리드(lead)라면 리더(leader)는 거기에 소통을 더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방향을 분명히 보여주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은 시대 불변 리더의 역할이다.

‘한비자’에는 군사를 움직인 군주에 관한 두 가지 대조적 사례가 소개된다. 먼저 조간자라는 군주다. 위나라와 전쟁을 할 때 견고한 방패를 세우고, 병사들을 독려하는 북을 치는데도 병사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를 본 조간자는 ‘아, 병사들이 지쳤구나’ 하며 좌절한다. 그때 촉과라는 사람이 “군주인 당신이 지친 것이지, 병사가 지친 것은 아닙니다. 선대에는 같은 백성으로도 연전연승을 했습니다”라고 일침을 놓는다. 조간자는 이 말을 듣고선 후방에서 전방으로 나가 진두지휘를 한다. 그러자 병사의 기세가 올라 대승을 거둔다.

다음은 월나라 왕 구천이다. 그가 오나라를 정벌하려고 계획할 때의 일이다. 대부 문종에게 결전태세가 갖추어졌는지 여부를 자문했다. 문종은 시험 삼아 궁실에 불을 질러 보라고 말한다. 그렇게 했더니 불을 끄려고 나서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문종은 “결전 의지를 북돋우려면 상을 두텁게 확실히 내리고 벌을 엄하게 내리면 된다”라고 조언한다. 이에 구천은 “불을 끄다가 죽은 사람은 적과 싸우다 죽은 자와 비슷하게 상을 줄 것이고, 불을 끄고도 죽지 않은 자에게는 적을 무찌른 자와 비슷하게 상을 줄 것이며, 불을 끄지 않은 사람은 적에게 항복한 자와 비슷하게 벌을 내릴 것이다”라고 명을 내린다. 그러자 (똑같은 백성인데도) 몸에 진흙을 바른 채 젖은 옷을 입고 불을 끄는 자가 오른쪽, 왼쪽에 3000명이나 됐다.

당신은 위의 두 사람 중 누구를 더 높이 평가하는가. 둘 다 군사를 독려, 승리한 것은 같다. 한비자는 월나라 왕을 더 현명한 리더라고 평가한다. 왜일까. 제시와 지시의 리더십을 갖췄기 때문이다. 조간자가 리더 개인기에 의지했다면, 월왕은 상벌의 성과기준에 의거해서다. 조간자의 전방 리더십은 일회성과 요행의 한계가 있다. “효자로서 어버이를 사랑하는 경우는 백 명 중 한 명이다. 모든 사람이 효자가 돼 어버이를 위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오판이다. 그러나 이익을 좋아하고, 죄를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 모두에 적용된다. 리더로서 무리를 통솔하면서 백 명 중에 한 명도 할까 말까 하는 행동을 따르라고 하는 것은 무리를 이끄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매번 리더십의 유행을 읽고 그것을 따라가느라 헉헉대지 말라. 수평적 리더십이든, 스트롱맨 리더십이든 리더가 매번 성찰해야 할 질문은 같다. 임금 군(君)을 상기해 보라. 방향과 소통이다. 지금 우리 조직에선 무엇을 하면 상을 받고, 무엇을 하면 벌을 받는지 그 기준이 분명한가. 그리고 구성원들이 구체적 행위를 잘 알고 있는가. 이것에 대한 투명한 실행 사례가 축적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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