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권리’ 알려드립니다”...몸 낮추는 ‘갑’

입력 2017-11-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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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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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서울 역삼동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네이버 주최로 협력업체 직원들 100여 명이 모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관련 교육을 받은 것이다. 강연자로 온 대형 로펌 변호사가 하도급 거래 개념부터 거래 계약 체결과 이행, 종료 시 지켜야 할 사항 등 '을'의 입장에서 알아야 할 사항을 교육했다. 강의를 들은 협력업체 직원들은 질문을 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네이버 측은 "협력사들이 관련 법률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공정한 거래 조성을 위해서 강연을 열었다"고 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네이버 등 대기업이 로펌에 협력업체를 상대로 공정거래 관련 강연을 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갑'인 대기업 주최로 '을'인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법률 지식을 알려주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이의동에 있는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협력업체를 상대로 하도급법 관련 교육을 연다. 역시 '을'의 입장에서 알아두면 좋을 법적 쟁점을 다룬다. 강연을 맡은 법무법인 바른 백광현(41·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는 "대기업 주최로 자사 직원이 아닌 하도급 거래 시 수급사업자, '을'이 알아야 할 것들을 교육하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다"라고 했다.

이러한 기업 행보는 최근 부당한 '갑을 관계'를 고치겠다고 나선 공정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 대기업들은 공정위 눈치를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미 하도급, 가맹거래, 유통업, 대리점 등 4가지 분야에서 불공정 관행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같은 공정위에 협력업체와 '상생'을 추구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특히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 페이'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를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네이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남용해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는 이유로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네이버나 삼성 등 대기업이 공정위에 (상생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라며 "강연 등은 공정위에 대한 일종의 방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자문위원인 이동우 변호사는 "하도급법 관련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으로 강연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하도급 계약 과정에서 생길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측면도 있다. 법 위반 여부와 법적 쟁점 등을 알려줘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서로 주의하고, 향후 발생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변호사는 "하도급법은 법 특성 상 발주자나 원사업자인 대기업 의무와 금지사항을 많이 규율한 법"이라며 "대기업이 혼자 잘 하면 되는 건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협력업체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게 이례적이긴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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