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234. 계국대장공주(薊國大長公主)

입력 2017-11-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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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선왕의 사랑을 받지 못한 元의 공주

계국대장공주(薊國大長公主·?~1315)는 충선왕의 왕비이다. 이름은 보탑실련(寶塔實憐)이며, 원나라 진왕(晉王)의 딸이다. 1296년(충렬왕 22) 충선왕이 세자 시절 혼인하여 1298년 고려에 왔다. 그 해에 충선왕이 충렬왕의 선위(禪位)로 즉위하였다. 공주의 궁을 중화궁(中和宮), 부(府)를 숭경부(崇敬府)라 하였다.

충선왕에게는 계국공주와 혼인하기 전에 맞아들인 4명의 왕비가 이미 있었다. 계국공주는 그중에서도 특히 조인규(趙仁規)의 딸이 왕의 총애를 받는 것을 질투하여 황태후에게 조비(趙妃)를 무고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에 원에서 사신이 파견되어 조비 일가를 국문하고 원으로 잡아갔다. 이 사건으로 충선왕은 즉위한 지 7개월 만에 폐위 당했으며, 다시 충렬왕이 즉위하였다.

이후 공주는 충선왕과 함께 원에 들어갔다. 그러나 왕과 공주의 사이는 이미 회복 불능이었다. 충선왕은 충렬왕에 대한 반격을 생각했고, 충렬왕은 공주를 미남인 서흥후(瑞興侯) 왕전(王琠)에게 개가(改嫁)시켜 충선왕의 부마로서의 지위를 박탈해 버리고자 하였다.

1301년(충렬왕 27) 충렬왕은 도첨의사사 민훤(閔萱)을 원에 보내 글을 올려 공주의 재혼을 청하려 했으나 민훤이 감히 제출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1305년 충렬왕은 직접 원에 들어가 공주의 개가운동을 시작하였다. 계국공주 역시 자신의 개가운동에 개입하였다. 어차피 남편과 다시 잘 되기를 기대할 수 없었고, 자식도 없었으니 차라리 다른 남자와 재혼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남편이 누가 되었건 고려의 왕위는 자신의 아들로 계승될 터이니 그녀의 지위가 흔들릴 일도 없었다.

그러나 원에서 성종이 죽고 무종이 즉위하면서 무종 즉위에 공을 세운 충선왕의 세력이 강화되었다. 서흥후는 물론 개가운동을 주도했던 신하들이 처형되고, 공주의 개가 움직임은 끝이 났다.

1308년(충렬왕 34) 충렬왕이 죽자 충선왕이 복위하였다. 1310년(충선왕 2) 원나라는 공주를 한국장공주(韓國長公主)로 봉하였으며, 1313년 공주는 충선왕과 함께 고려로 들어왔다. 그러나 충선왕은 바로 왕위를 아들 충숙왕에게 넘기고 원으로 들어가 만권당(萬卷堂)을 짓고는 머물렀다. 혼자 남겨진 공주는 사찰에 행차하거나 충숙왕이 베푸는 연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소일하였다. 1315년(충숙왕 2) 공주는 원나라로 갔는데, 얼마 되지 않아 병들어 죽었다. 1343년(충혜왕 4) 원나라에서 계국대장공주로 추봉하였다.

다처제(多妻制) 하에서 처첩 간의 질투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이겠으나 계국공주는 고려의 왕위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원나라 공주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컸다. 그녀는 ‘왕이 공주와 결혼한 뒤 부부관계를 꺼렸다’고 사료에 언급될 정도로 왕의 사랑을 받지 못하였다. 고귀한 신분이었으나 여성으로서는 매우 불행한 삶을 살았다 하겠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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