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시대에 베스트바이의 생존 비법은

입력 2017-09-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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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베스트바이 매장 전경. 사진=블룸버그
▲미국 일리노이주에 있는 베스트바이 매장 전경. 사진=블룸버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그 영향권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이에 생존을 위협받는 분야와 기업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전통 유통업체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실적 부진을 겪거나 파산에 이를 정도다. 그러나 전자제품 유통체인인 베스트바이(BestBuy)는 체질 개선을 통해 다른 업체들과 달리 아마존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 7개 분기 중 6개 분기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 1년간 주가는 50% 넘게 뛰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허버트 졸리 베스트바이 최고경영자(CEO) 인터뷰를 통해 이 회사만의 생존비법을 정리해 소개했다.

◇“아마존 가격이 우리 가격”= 컨설팅 업체 맥킨지&컴퍼니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던 졸리 CEO는 베스트바이가 성장세를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렸으며 사업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그는 턴어라운드 전략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으로 ‘가격정책’을 손꼽았다. 2012년 졸리가 CEO에 부임했을 때 베스트바이는 자금출혈이 심각한 상태였다. 회사 경영시스템은 시대에 뒤처져 있었고 상당수 점포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당시 회사 매출 효자 상품이었던 CD와 DVD 제품들도 기술변화에 점점 쓸모없는 상품이 되면서 찾는 이들도 줄어들고 있었다. 이 무렵 아마존의 성장세가 베스트바이에 직격탄이었다. 베스트바이 매장을 찾는 사람들 상당수가 매장에서 제품을 테스트해보고 최종 구매는 가격이 더 저렴한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했다. 졸리는 고객들이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테스트는 물론 최종 구매까지 하려면 아마존의 가격과 일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마존 가격과 일치시키는 것은 베스트바이로서는 그야말로 ‘생돈’이 나가는 일이었지만 졸리 CEO는 일단 경쟁업체에 사업을 넘기는 일은 피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뒀다.

◇로봇이 아닌 사람에 투자= 아마존은 유통을 넘어 최근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자체 인공지능(AI)과 드론(무인기) 등 첨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유통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생각이다. 졸리 CEO는 아마존의 행보를 좇아서는 아마존과 경쟁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즉 AI 대신 직원들에 투자키로 한 것이다. 졸리는 CEO로 부임한 첫 달 미네소타 베스트바이 본사 인근 점포들을 방문해 평사원들에게 애로사항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들 상당 부분은 재고를 파악하는 내부 검색엔진을 문제점으로 지적했고, 이에 회사는 전사적으로 검색엔진 개선에 나섰다. 한동안 중단됐던 직원 할인 제도도 사기 진작 차원에서 부활시켰다. 또한, 스마트홈 가전제품과 가상현실(VR) 헤드셋 등 첨단기술이 탑재된 제품에 대한 직원들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재교육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직원들이 첨단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고객에게 제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구매를 도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고객들의 가전제품 구매를 돕는 무료 자택 컨설팅 제도도 지난해 처음 도입해 현재 미국 전역에서 시행 중이다. 어떤 제품이 고객에게 더 알맞은지, 어떻게 제품을 설치해야 하는 지 전자제품 전반에 대한 고객의 고민을 해결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오프라인 점포를 쇼케이스 장으로 변신=온라인 쇼핑 부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한 오프라인을 방치하기보다는 아예 쇼케이스 장처럼 꾸미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졸리는 백화점에 입점한 개별 브랜드가 각자 개성을 살려 매장을 꾸미는 데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에 베스트바이는 삼성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대형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해 매장 내에서 자체 브랜드존에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매장을 재배치했다. 이들 제품이 선반 하나 사이로 나란히 배치하는 대신 각 업체만의 키오스크를 설치하도록 해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깔끔한 자체 브랜드 쇼케이스 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했다. 예를 들어 베스트바이 매장에 입점한 애플 존에는 애플스토어에 있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원목테이블이 놓여 있어 베스트바이 안에서 애플스토어를 방문한 느낌이 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베스트바이가 서킷시티(Circuit City), 라디오쉑, HH그레그 등이 다른 다른 전자제품 유통업체 파산하거나 영업을 중단해 사실상 업계에 마지막으로 남게 돼 시도할 수 있었던 전략이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비용절감은 조용히”= 실적 부진에 빠진 모든 기업이 그러하듯 베스트바이도 비용절감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비용절감의 계획에는 대규모 인력 감축은 없었다. 대형 인력 감축이 남아있는 직원들의 사기마저 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졸리 CEO는 “가능한 한 조용히 칼을 휘두른다”는 원칙을 갖고 수익성이 낮은 점포와 임대 만료된 사업을 접는 등 최대한 자연스럽게 환부를 도려내는 데 집중했다. 2014년에는 중간 매니저급 인사를 정리하고 컴퓨터 수리와 가전제품 설치 서비스 ‘긱 스쿼드’의 400명 직원을 다른 부서로 재배치했다. 졸리는 “인력 감축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졸리는 최근 개선에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비용 절감과 아마존과의 가격 경쟁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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