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90. 천관(天官)

입력 2017-09-0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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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이 젊은 시절 사랑했던 신라 사제

천관(天官)은 신라 제26대 진평왕(재위 579~632) 대의 인물로, 김유신이 어렸을 적에 사랑했던 여인이다. 그에 관한 일화는 ‘동경잡기(東京雜記)’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상세하게 실려 있다. 그의 집터였던 천관사지와, 그가 지어 불렀다는 원사(怨詞)라는 향가의 곡명만 남아 있다.

7세기에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 그리고 당과 큰 전쟁을 치렀다. 이 전쟁에서 신라는 당과 연합하여 백제와 고구려를 차례로 멸망시켰고, 당과의 전쟁에서도 승리하여 신라를 지켜내었다. 이들 전쟁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장군이 김유신이었다. 천관은 김유신이 장군이 되어 큰 활약을 하기 이전에 만난 여인이었다. 김유신이 우연히 천관의 집에 유숙하였다. 그러나 우연한 한 번이 거듭되고 인연이 되었던 모양이다.

이를 알게 된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부인이 크게 훈계하기를 “나는 이미 늙어서 낮이나 밤이나 네가 성장하여 공명(功名)을 세워 임금과 어버이를 영화롭게 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지금 네가 천한 아이들과 함께 음란한 술집에서 놀아난단 말이냐?”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김유신은 어머니에게 다시는 그 집에 가지 않겠노라고 맹세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흠뻑 취하여 집으로 돌아가는데, 말이 전날 다니던 습관대로 천관의 집으로 찾아갔다. 천관은 한편으로는 반기고, 한편으로는 원망하며 유신을 울면서 맞이하였다. 그러나 유신은 이내 깨어서 타고 온 말을 베고, 안장을 버린 채 돌아갔다. 이에 천관은 원망하는 노래를 지었고, 이것이 ‘원가’이다.

김유신은 삼국을 통일한 후 사랑하였던 옛 여인을 위하여 그녀의 집에 절을 세우고 그녀의 이름을 따 천관사라 하였다. 천관사지에서는 신라시대 금동불상과 ‘천(天)’자가 새겨진 명문기와가 출토되었다. 또한 팔각연화문옥개석이 발견되어 팔각삼층석탑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천관사는 후대에 원성왕의 즉위와 관련한 일화에 등장한다. 원성왕이 꿈에 천관사의 우물로 들어갔던 것을 대궐에 들어가는 것으로 풀이했던 것이다. 천관사의 위치와 유적, 그에 관한 일화로 천관사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천관도 기록에서처럼 단순히 유곽의 창기였던 것은 아닐 것이다.

천관의 집터인 도당산은 신성지역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또한 천관의 이름은 ‘하늘의 관리’라는 이름이다. 신라에서는 시조묘 제의를 지내던 아로(阿老)부터 비롯되는 여성 사제의 전통이 있다. 천관 역시 여성 사제였을 것이다. 여성 사제와 화랑의 만남은 일시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나 지속되기는 어려웠다. 김유신이 신라 사회의 주류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명을 세우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했다. 천관은 알고 있었으나 원망하는 마음까지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신라 사람들은 천관의 마음에 공명하였고, 천관의 노래는 널리 불리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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