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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면 민간 빚까지 탕감..포퓰리즘 비판

[이투데이 박규준 기자]

현 정부의 장기연체 채권 탕감이 이례적인 것은 기존 정부와는 달리 민간 금융기관에 진 빚까지 탕감해준다는 점이다. 민간 금융사에서도 대부업체를 포함시킨 것은 파격적이다. 서민들이 가장 고통받는 악성 빚이 대부업체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대부업 채무자들의 장기연체 채권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채무 관계를 파악도 못하면서 빚탕감부터 해주겠다고 선심성 정책부터 내놓은 셈이다.

◇소멸시효 지난 빚 탕감은 공공만…살아있는 빚은 어떻게

금융위원회의 장기연체자 채무 탕감은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선 소멸시효가 완성된 공공부문 채권을 소각하는 것이 첫째다. 국민행복기금과 신보·기보 등 금융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부실 채권 중 소멸시효가 5년(금융기간이 시효 연장시 최대 25년)이 지난 채권을 소각해주겠다는 것이다.

채무자의 돈 갚을 의무는 상법상 연체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5년까지만 발생한다. 하지만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 등을 통해 시효를 최대 25년까지 연장해왔다. 이 경우 채무자는 25년이 지나야만 돈 갚을 의무에서 해방된다.

이런 시효가 지난 빚들은 돈 갚을 의무는 없지만 금융기관에 연체기록이 남아있어 정상적인 금융생활을 제약 받았다. 또한 시효가 완성된 것을 본인이 모르고 있는 경우 채권추심업자들이 일부 상환을 유도해 시효가 부활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지난달 31일 금융위는 소멸시효가 지난 ‘죽은 빚’을 소각하는 대책을 내놨다. 소각은 빚이 기록된 전상상, 서류상의 모든 기록을 삭제하는 것이다. 추심 가능성을 원천배제하고 금융생활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다.

금융위는 죽은 빚 소각 대상에는 공공기관만 포함시켰다. 국민행복기금과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시효완성 채권만 소각 대상이다. 소각 규모는 국민행복기금은 5조6000억 원(73만1000명), 금융공공기관 16조1000억 원(50만 명)이다.

민간쪽은 자율적으로 소각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유독 대부업권만 ‘죽은 빚’의 규모가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이에 지난달 31일 금융위는 대부업체를 제외한 민간 금융권의 죽은 채권 규모(지난해 말 기준, 약 4조 원)만 밝혔다.

◇채권 채무 파악 못하는 대부업까지 탕감… 포퓰리즘 지적

금융위는 시효가 살아있는 소액장기연체자에 대한 채무탕감은 이번달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살아있는 빚’을 탕감해주는 만큼 채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이 정책이다. 금융위가 이런 정책 방향을 정한 것은 소멸시효가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법상의 소멸시효가 5년이지만, 실제 5년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경우는 드물다. 추심회사는 소송을 통해 1차로 10년의 소멸시효를 연장할수 있다. 한번 더 연장되면 소멸시효는 25년이나 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국민행복기금, 금융공공기관, 대부업체 등이 가지고 있는 소액장기연체 채권에 대해 부채를 탕감해주기로 했다. 은행, 보험 등 민간 금융사들은 자율적으로 시효가 살아있는 부실채권을 탕감해도 된다.

이중 국민행복기금만 소액장기연체 채권의 기준이 정해졌다. 연체 10년 이상이면서 대출 원금이 1000만 원 이하인 금액이다. 이 경우 채권 규모는 1조9000억 원으로 탕감 대상자는 40만3000명이다. 나머지 금융공공기관, 대부업체는 소액장기연체채권의 기준과 규모를 산정하는 과정에 있다.

금융위로서는 민간 부문 채무자를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부업체 부실채권(매입가)를 예산으로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부업체의 소액장기연체 채권 파악도 힘든 상황에서 섣불리 민간으로 빚 탕감을 확대하겠다고 한 것도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협회에 가입된 채권추심업체는 서면으로 조사하면 되지만 이들이 연체 채권 규모를 거짓으로 보고할 수도 있다”며 “더욱이 협회 등록이 안 돼 있는 절반 이상의 채권추심업체까지 제대 조사할 권한도 없고 실태조사를 하려면 3~4개월은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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