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27.보과부인(寶菓夫人)

입력 2017-06-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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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동맹으로 대방에서 시집온 백제 왕비

보과부인(寶菓夫人)은 백제 제9대 책계왕(責稽王·재위 286~298)의 왕비이다. 삼국사기에는 보과부인이 대방(帶方) 출신으로 대방왕의 딸이라고 하였다. 대방은 오늘날 경기북부와 황해도 일대에 위치해 있던 중국의 군현 가운데 하나이다. 중국의 군현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보과부인의 아버지가 대방의 실질적 통치자라고 해도 왕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그런데 ‘대방왕’이라고 한 것은 대방군이 중국 본토와 완전히 연결이 끊어진 채 토착화되면서 중국의 ‘소국’과 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방 출신인 보과부인이 백제로 온 것은 백제와 대방이 혼인동맹을 형성했기 때문이었다. 낙랑과 신라, 그리고 말갈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며 세력을 키워가고 있던 백제로서는 북쪽 지역에 있는 대방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었다. 대방 역시 고구려의 남하로 위협을 느끼고 있어 한강유역의 백제와 손잡고 고구려를 저지하는 한편 낙랑을 견제하려 하였다. 양측의 필요성에 의해 두 나라는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혼인 동맹을 맺은 것이다.

보과부인이 대방을 떠나 백제로 간 것은 고이왕(古爾王) 대였다. 책계왕이 즉위하던 해인 286년 고구려군이 대방을 공격했는데, 대방왕이 원병을 요청하자 책계왕은 “대방과 우리는 장인과 사위의 나라이니, 그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군사를 보냈다. 책계왕이 즉위하기 전에 이미 두 사람이 혼인했음을 알 수 있다. 책계왕이 보내준 백제군 덕분에 대방은 고구려군의 침입을 막아낼 수 있었다. 백제는 고이왕 대 목지국의 세력을 압도하고 한강유역의 실질적인 지배 세력으로 부상하는데 대방과의 동맹 형성에 의한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보과부인은 사료상 책계왕의 부인으로만 언급되었을 뿐 구체적 행적은 보이지 않는다. 국제관계에서 국가 간의 혼인 동맹은 종종 보이지만 여성의 삶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백제와 가까운 고구려에서는 옥저(沃沮)에서 미녀를 바쳤는데 비첩으로 삼고 노복처럼 대우했다고 하였다. 약소국 출신의 여성들은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하지 못하고 노예처럼 살기도 하였음을 보여준다. 보과부인은 백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대방의 왕녀로, 약소국 출신의 여성들과는 처지가 달랐을 것이다.

한편 혼인 동맹은 군사적 동맹뿐 아니라 인적, 물적 교류의 계기가 된다. 백제지역에서는 중국계 물건이 적지 않게 출토되고 있다. 백제지역에서 출토된 중국계 유물 중에는 중국 본토에서 유입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방과 낙랑과 같은 한반도에 있는 중국 군현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입되기도 하였다. 물건이 유입되는 과정도 무역이나 외교 관계에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인적 교류와 동반된 것도 적지 않았다. 보과부인 역시 대방에서 백제로 올 때 인적, 물적 자원이 동반되었을 것이다. 또한 보과부인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중국 문화가 백제지역으로 전파되기도 하였을 것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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