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83. 공옥진(孔玉振)

입력 2017-03-30 10:1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장애인 喜怒哀樂 풀어낸 ‘병신춤’ 대가

공옥진은 1931년 전라남도 승주군(순천시)에서 4남매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할아버지 공창식은 판소리 명창으로 한국 최초의 국립극장 협률사의 단원이었으며, 아버지 공대일도 명창으로 유명했다.

공옥진은 열 살도 안 된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팔려가 최승희 무용단에서 허드렛일을 했다. 1945년 귀국해 조선창극단에 입단했고 1948년 고창 명창대회에서 장원을 했다. 이 무렵 박녹주, 임방울, 김연수, 김원술 등을 따라 다니며 판소리를 배웠고 창극 배우로 활동했다.

전남 영광의 한 장터에서 ‘곱사춤’을 추는 것을 전통무용연구가 정병호가 보고 서울 공연을 제안했다. 1978년 영광에서 홀로 외손녀를 키우며 살던 46세의 공옥진은 안국동의 ‘공간사랑’에서 ‘곱사춤’과 ‘심청가’를 공연했다. 관객과 언론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관절을 자유자재로 꺾어 뒤트는 곱사춤은 매우 독창적이었다. 춤에 판소리와 연기를 더해 ‘1인 창무극’을 개발한 것도 큰 화제 거리였다.

당시 한 신문은 공옥진의 곱사춤이 ‘턱 붙은 곱사’, ‘엉덩이 빠진 곱사’, ‘외발 곱사’, ‘소아마비 곱사’, ‘문둥이 곱사’, ‘설사병 앓는 곱사’ 등이었다고 소개하고, “한 슬픈 사연의 여자가 슬픈 춤을 추는데도 사람들은 극장이 떠나가라고 박수를 치고 환호하고 웃음바다를 이룬다”고 공연 분위기를 전했다. 공옥진은 “촌년이 서울 공간사랑에 와서 되게 출세했어라, 잉”하고 익살을 부리면서도,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흥겨울 때 얼마든지 이렇게 노래 부르며 춤도 추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한 것이 나의 춤이고 노래이고 재담”이라고 춤에 대한 철학을 밝혔다.

장애인의 모습을 본뜬 춤을 추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공옥진의 남동생은 어려서 두레박질을 하다가 우물에 빠졌는데 그 충격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녀의 춤은 말을 잃은 동생을 위한 것이었다. 장애인을 ‘흉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옥진은 장애인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기 위해 놀라운 수련 과정을 거쳤다. “저수지 옆 빈터를 무대로 앞산을 관중으로 생각하고 미친 듯이 울었다 웃었다”를 반복하며 연습했고, 다리 밑에 사는 거지·나환자·장애인을 찾아가 같이 장구치고 춤추며 “그들의 동작을 배우고 정신세계를 호흡”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크게 호평을 받았다.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링컨센터에서 단독 공연을 했다. 영국, 중국, 일본 등 해외 공연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0년에는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판소리 1인 창무극 심청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사회적 약자들의 삶에 눈감지 않고 그것을 예술무대에서 재현하고자 했던 최고의 춤꾼 공옥진은 2012년에 생을 마감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범죄도시4’ 이번에도 싹 쓸어버릴까?…범죄도시 역대 시리즈 정리 [인포그래픽]
  • 직장 상사·후배와의 점심, 누가 계산 해야 할까? [그래픽뉴스]
  • 동네 빵집의 기적?…"성심당은 사랑입니다" [이슈크래커]
  • 망고빙수=10만 원…호텔 망빙 가격 또 올랐다
  • ‘눈물의 여왕’ 속 등장한 세포치료제, 고형암 환자 치료에도 희망될까
  • “임영웅 콘서트 VIP 연석 잡은 썰 푼다” 효녀 박보영의 생생 후기
  • 꽁냥이 챌린지 열풍…“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
  • 올림픽 목표 금메달 10개→7개 →5개…뚝뚝 떨어지는 이유는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4.1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319,000
    • -1.3%
    • 이더리움
    • 4,462,000
    • -1.48%
    • 비트코인 캐시
    • 694,500
    • -1.77%
    • 리플
    • 761
    • +4.25%
    • 솔라나
    • 207,800
    • -1.42%
    • 에이다
    • 712
    • +5.64%
    • 이오스
    • 1,151
    • +1.23%
    • 트론
    • 160
    • +0.63%
    • 스텔라루멘
    • 166
    • +0.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96,850
    • -0.87%
    • 체인링크
    • 20,570
    • +1.73%
    • 샌드박스
    • 665
    • +2.3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