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기축통화] 중국 위안화 국제화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5-12-01 10:59 수정 2015-12-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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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거래 규모. 출처=WSJ
▲위안화 거래 규모. 출처=WSJ

미국 일본 유럽 통화만으로 구성돼온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근 35년 만에 중국 위안화가 추가되면서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온 중국 정부의 노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SDR은 IMF와 회원국끼리 회계상에서 주고받는 가상 통화에 불과하지만 일단 채용되면 달러·유로 등과 대등한 ‘국제 준비통화’의 지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위안화를 향후 달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기축통화로 키우겠다는 장기적인 야심의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위안화가 ‘국제 준비통화’라는 이름 값을 할 만큼의 신인도가 있느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각국이 위안화 역외 거래 허브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기축통화로서 위안화를 수용할 수 있는 체제가 완전히 갖춰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환율 제도와 금융 자본 시장의 자유화 측면에서는 개혁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인민은행은 지난 8월 갑자기 위안화를 평가절하해 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다. SDR 편입을 노리고 위안화 시세를 시장의 요구에 맞추고자 충분한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평가 절하해 금융 정책 운영의 미숙한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이는 중국이 아직도 시장과 정면으로 마주하기에는 개혁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앞서 시진핑 지도부는 지난 10월 말, 2020년까지 위안화를 교환이 가능하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통화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그러나 위안화가 아직도 ‘거래하기 불편한 통화’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IMF가 위안화를 SDR 통화 바스켓에 채용하기로 했다고 해서 곧바로 사용하기가 편해지는 건 아니다. 중국 당국이 국경을 넘는 거액의 돈의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는 걸 두려워해 위안화 표시 자본 거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개인은 원칙적으로 연 5만 달러까지, 기업은 무역 등 실수요 있는 거래가 아니면 위안화와 외화를 자유롭게 환전할 수 없다. 해외 기관 투자자는 중국 당국이 국가나 지역마다 인정한 범위 내에서만 중국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

국제 금융허브 중 한 곳인 영국 런던의 경우, 서유럽 국가에선 처음으로 위안화 역외 거래 거점을 마련했다. 영국과 중국 정부는 외환 거래량에서 세계 최대인 런던에서 위안화도 달러와 유로처럼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4년이 지나도록 제자리 걸음이다. 예를 들어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관광객은 런던 버버리 매장에서 각자 자국 통화로 버버리 제품을 살 수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위안화를 내고 버버리 제품을 살 수 없다.

런던 시내의 은행과 기업의 거래 통화도 마찬가지다. 위안화의 존재감은 여전히 작은 상태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해 위안화의 매력이 희미해지는 와중에도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교환성에 관한 제한을 아직도 완전히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런던 시장에서 위안화 거래 규모는 미미하게나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티오브런던 자치단체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위안화의 하루 거래 규모는 지난해 615억 달러로 2011년의 106억 달러에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이는 런던 시장의 하루 외환 거래량의 1.8%에 불과, 89%를 차지하는 달러와의 차이는 엄청나다.

또한 런던에 본사를 둔 기관의 위안화 예금은 지난해 시점에 200억 위안(약 3조5958억원)으로 2011년의 140억 위안에서 증가했다. 영국 금융기관이 수출입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위안화 대출도 2011년 172억 위안에서 2014년에는 350억 위안으로 늘었다. 그러나 위안화 관련 무역 금융은 지난 2013년에는 연간 430억 위안을 밑돌았다. 중국 경제 둔화와 위안화 약세 관측을 배경으로 위안화 기준 무역 금융 사업이 침체했기 때문이다.

위안화 역외 시장은 런던 이외에 홍콩과 싱가포르 뿐이다. 런던은 외환 거래량에서 세계 최대이지만 위안화를 기반으로 규모를 키워온 두 시장에는 뒤지고 있다. 현재 홍콩에서 위안화 예금은 총 9000억 위안에 이르며, 싱가포르에서는 3000억 위안을 웃돈다.

중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위안화에 대한 규제 완화와 자국 금융 시장 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나 최근 수개월은 경기 침체로 인해 자유화 속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영국 재무부 해리엇 볼드윈 경제차관은 “위안화의 다양한 이용과 수용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한 자유화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블룸버그
▲사진=블룸버그

한편 IMF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집행이사회를 열어 위안화를 SDR 구성 통화에 추가하기로 정식 결정했다. IMF는 이날 성명에서 “위안화는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며 “달러와 유로, 파운드, 엔에 더해 위안화를 SDR을 구성하는 통화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집행이사회 결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위안화의 SDR 통화 편입은 중국의 세계 경제로의 통합을 위한 중대한 이정표”라며 “위안화 편입은 세계 경제의 여건을 더 잘 반영하기 위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위안화는 달러 유로 파운드 엔과 함께 5대 준비통화 지위를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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