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첫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가보니…‘소통’과 ‘안전’이 최우선

입력 2015-05-18 18:18 수정 2015-05-1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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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본격 가동 앞두고 방폐장 개방…‘국민신뢰 제고’ 효과 톡톡

차로 5분여를 달렸을까. 경사 10도 정도의 터널을 따라 1㎞ 가량을 내려가니 영화에서나 나올만한 또 다른 지하세계가 열렸다. 다음달 개장을 앞둔 국내 첫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경주 방폐장’이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해 경상북도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일원 약 206만㎡ 부지에 총 80만 드럼 규모의 처분시설을 단계별로 건설할 계획이다.

1단계 처분시설 건설은 2007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7년여에 걸쳐 모두 1조5436억원이 투입돼 진행됐으며 시험 운전을 거쳐 6월 중순께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2단계 처분시설은 오는 2019년 말 완공을 목표로12만5000드럼 규모의 표층처분방식으로 건설이 착착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 찾은 경주 방폐장 건설 현장에서는 지상에서 검사를 마친 방사성폐기물드럼이 지하에 처분되는 전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지하 암반에 인위적인 동굴을 만들어 폐기물을 저장하는 방식의 동굴처분방식은 스웨덴과 핀란드가 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초로 적용했다.

방호복과 안전모, 덧신을 착용한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인수저장건물. 이곳엔 노란색의 드럼통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드럼에 들어있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90%는 전국의 각 원전에서 사용한 작업복, 장갑, 덧신, 기기교체 부품 등이며 나머지 10%는 병원, 연구기관, 산업체 등에서 발생하는 시약병 주사기 등이다.

▲사일로 구역에 들어선 트럭이 20톤짜리 '그리퍼(gripper)'라는 크레인을 통해 방폐물이 담긴 콘크리트 처분용기를 바로 쌓는 정치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자료=원자력환경공단)

◇엄격한 검사 후 적합드럼만 다중밀폐 사일로에 처분 = 방폐물 드럼은 인수저장시설에서 철저한 검사를 거쳐 안정성이 확보돼야만 지하처분고로 보내진다. 또 인수저장건물 반입 전에 한국수력원자력 자체검사와 공단이 발생지 예비검사를 통해 두차례의 사전검사가 이뤄지며 인수저장시설에 도착한 후에는 방사성 핵종분석기, 엑스레이(X-ray) 검사설비 등을 통해 방사능 농도, 표면오염여부 등 11개 항목의 정밀검사를 받는다.

인수검사가 끝난 200ℓ 방사성폐기물 드럼은 10㎝ 두께의 콘크리트 처분용기에 16개씩 밀봉되는 작업을 거친다. 이날은 마지막 16번째 드럼을 처분용기에 넣는 시연이 이뤄졌다. 그리퍼가 드럼을 3m 정도 들어올려 롤링 트레일러에 올리면 안전을 위해 느린 속도로 이동하면서 인수검사를 거쳐 처분용기까지 옮겨진다.

이종인 이사장은 “트레일러에서 검사를 모두 마치기까지 30분 가량이 걸린다”면서 “하루 8시간 작업할 경우 평균 40~45개(1시간에 5~6개) 드럼에 대한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검사를 마친 드럼은 운반트럭을 통해 처분동굴로 이동하게 된다. 이때 전용트럭 역시 안전을 위해 방폐장 내에서는 시속 40km, 터널 내에서는 시속 20km이하로 운행해야 한다.

처분동굴 지하 80m 지점에는 방폐물의 최종 저장소이며 방폐장의 핵심시설인 사일로가 있다. 사일로는 높이 50m, 직경 23.6m의 원통형 저장고로 자연암반, 숏크리트(특수시멘트), 방수시트, 콘크리트 사일로, 처분용기 등 다중 밀폐구조로 이뤄져 있다.

트럭이 사일로에 들어가려면 2개의 격리셔터를 통과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게 된다. 사일로 입구에서 운반트럭에 탑승해있던 방사성폐기물 운반관리자가 운반 및 정치관련 서류를 방사선관리자에게 제출한 뒤 검토가 이뤄진 뒤에야 비로소 첫 번째 격리셔터가 올라간다.

트럭이 진입한 뒤 첫 번째 격리셔터는 다시 내려지고 방사선량측정기를 통해 직원들이 운반과정에 사고유무, 오염도를 측정해 ‘합격’ 판정이 내려지면 비로소 사일로 반입이 허용된다. 사일로에 미치는 공기흐름이 없음이 확인된 뒤에는 두 번째 격리셔터가 개방된다.

사일로구역에서 내려다본 사일로 규모는 어마어마 했다. 사일로에는 1단에 44개씩 27단 높이로 처분용기를 쌓아 총 1만67000드럼을 저장할 수 있다. 1단계 방폐장에는 총 6개의 사일로가 건설돼 있는데, 총 10만 드럼이 처분될 예정이다.

트럭이 사일로 앞에 서면 높이 5m의 노란색 트롤리에 달린 초록색 ‘그리퍼(gripper)’라는 크레인을 서서히 움직여 콘크리트 용기를 들어올린다. 그리퍼는 콘크리트 용기를 지하 130m 아래로 운반한다. 사일로에 폐기물을 쌓는 작업은 지상의 크레인조정반에서 컴퓨터로 세밀하게 조정하는데, 이 과정은 고도의 정밀함을 요구한다. 실제로 방폐물을 쌓는 시연에서 맨 아래 방폐물과 맨 윗 방폐물의 오차는 규제기준은 1cm 보다 적은 7mm에 불과했다.

사일로가 가득 차면 빈 공간을 채움재(돌)로 막고 입구를 콘크리트로 밀봉해 영구적으로 폐쇄한다. 이곳에서 방사성폐기물은 반감기가 지나 자연 상태로 돌아갈 때까지 300년 동안 저장된다고 한다.

▲경주 방폐장 '1단계 동굴처분시설' 조감도 (자료=원자력환경공단)

◇30년만에 첫 개장…방폐장 시설, 국민에게 개방 = 30년만에 문을 여는 국내 첫 방폐장인 경주 방폐장은 요즘 방문객들을 맞느라 분주하다. 이번달부터 ‘국민신뢰확산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시설을 개방하고 있어서다. 이달 방문객만 벌써 800명에 달한다고 했다.

경주 방폐장은 지역주민들이 방사선관리 활동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현재 부지주변 10개소에서 실시간으로 방사선을 감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매년 부지 주변과 비교지점에서 시료 650여개를 채취해 방사선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지상시설인 인수저장시설 내부와 외부 역시 작업자들과 방문객들이 방사선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경주 방폐장은 방사선량을 법적 규제기준치인 연간 0.1mSv의 25분의 1수준인 0.004mSv수준으로 엄격히 관리한다. 이는 일반인의 연간 자연방사선량인 2.4mSv보다 600분의 1수준이다.

정성태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장은 “방폐장 내 방사선관리구역 내부에서 100시간 이상 숙식을 해도 흉부 엑스레이 한번 찍을 때와 비슷한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전 임시저장고에 보관 중인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2600톤급 전용선박인 청정누리호에 싣고 방폐장 인근 항구까지 운반할 때도 마찬가지다. 청정누리호는 이중선체 및 이중엔진이 장착됨은 물론이며 최첨단 항해설비에 방사성물질 누출차단설비까지 갖추고 있어 만약의 사고에도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지 않도록 특수제작됐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아예 운행을 금지 해 근본적으로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경주 방폐장은 올해 운영을 계기로 1만 5000명 이상의 방문객에게 시설을 공개할 계획이다. 방문 고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고 국민들로부터 직접 제안도 받아 안전개선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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